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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Apr 02. 2022

우리들의 겨울방학 이야기

1. 마지막 겨울방학이라고 생각하니

어린 시절 가족 간의 아름다운 추억만큼 귀하고 강력하며
아이의 앞날에 유익한 것은 없다.
 도스토예프스키      


인생의 작은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삶을 만들어낸다. 지금 이 순간 인생의 작은 조각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그저 스쳐 지나가는 먼지일까?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다가오는 작은 사건들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새로운 창조 과정이 된다. 지금 이 겨울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의미를 들여다보자.      


겨울방학이 다 똑같은 겨울방학이 아니다. 그것을 어느 시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해석은 달라진다. 여러모로 2022년 겨울방학은 속을 들여다보면 별다를 바 없지만 내겐 특별한 방학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겨울방학이다. 무엇이든지 끝이 있고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면 그 상황이 달리 보이는가 보다. 

     

2017년 11월 말에 육아휴직을 했다. 2018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함께 겨울방학을 보냈다. 매년 다가오는 겨울방학은 일상이었다. 나에게 이번 겨울방학은 남다르다. 2022년 9월 1일에 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한다. 더 이상의 연장은 없다. 9월에 복직을 안 하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한다. 최대한 연장해서 육아휴직을 다 끌어 쓴 결과이다. 이 겨울의 끝을 부여잡는 것은 아이들과의 24시간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주야장천 많이 있을 때는 겨울방학에 대한 남다른 의미가 없었다. 또 오는 방학이려니 생각했다. 이제는 ‘두 아이들과 온종일 부대끼며 보내는 겨울을 보낼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아쉬움과 섭섭함이 찾아온다. 사람 마음이 웃긴다. 겨울방학이라는 사실은 동일한데, 그 방학이 의미하는 바가 새롭게 보인다. 시간과 상황의 변화는 겨울방학을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이게 했다. 

     

지나간 겨울방학의 시간을 돌아본다. 지금 내 앞에 겨울방학을 바라보게 된다. 아이들은 아주 어린 모습에서 어린이로 성장해 있었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지만 뛰어 놀기 좋아하고 건강하고 밝은 두 명의 남자 어린이가 있었다. 킥보드 타다가 내리막길에서 스릴을 즐겨보겠다는 도전으로 이마가 찢어져 심장이 쿵 내려앉았던 순간, 겨울 산에 올라 눈 뭉치를 가슴에 품고 걸었던 모습, 천 원으로 붕어빵을 3개 사서 셋이서 나눠 먹었던 순간, 추운 겨울 하루 종일 집에서 부대끼며 두 녀석은 싸우고 나는 소리를 지르던 모습까지 기억이 생생하다.      


이번 겨울방학은 코로나로 인해 할 것 없이 보내는데도 의미가 남다르다.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참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해주기보다,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가 곁에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인생에 뭐 별게 있을까? 그저 아이들과 맛있게 반찬 만들어 같이 먹고 떠들고 웃으며 일상을 보내는 게 아닐까?  

   

다시는 오지는 않을 2022년 겨울방학. 그리고 너희들과 24시간의 일상을 부대끼며 울고 웃고 찡그리고 짜증 내며 감정의 한솥밥을 먹던 이 순간이 내겐 얼마나 소중한 추억이 될까? 나만 쳐다봐주고 안아주고 나를 의지하는 아이들이 있어 감사하다. 두 아이들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 때로는 내가 귀찮다고 아이들을 밀어내기도 한다. “엄마가 옆에 있어서 안정이 돼.”라는 아이의 말에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아이들 곁임을 상기시켜줘서 고마웠다. 나도 너희들이 곁에 있어서 안정이 된다.     


인생의 작은 조각이라고 할 수 있는 겨울방학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43살의 나와 9살, 12살 두 남자아이가 사소하고 지루한 일상을 함께 나누고 느끼며 바라보며 서로 소통하는 시간이 아닐까? 할 수만 있다면 사진을 찍듯 순간의 찰나에 흔적인 감정과 생각을 가슴에 새기고 싶다. 이 작은 조각이 두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김춘수의 ‘꽃’에서 ‘눈짓’을 ‘존재’로 바꾸어 표현하면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존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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