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너무 어려워
결혼식에 다녀왔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가지 않는 편이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할 때가 있다. 축하해 줘야 할 자리나 애도가 필요한 자리, 중요한 모임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고 사는 형편을 살핀다. 하지만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비어있는 시간의 여백을 채우느라, 희미해진 관계의 끈을 다시 당겨 오느라 질문은 점점 구질구질 해지고 사람들은 서서히 지쳐간다.
혹시라도 운 좋게 꽤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해도 돌아 나오 길에 마음이 산란하고 피곤한 건 마찬가지다.
조용히 가라앉아 있던 먼지가 어떤 들썩임으로 인해 한번 솟아오르면 다시 가라앉기까지 많은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햇빛 속에 부유하는 그 작은 먼지들의 소용돌이를 보자면 사람들과의 만남 후 너무나 쉽게 들뜨고 흥분되어 잘 진정되지 않는 내 마음 그대로다.
마음이 산란해질까 봐 숨도 조용히 쉬고 속 시끄러운 생각들도 적당히 멀리하면서 살다가 갑작스러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주는 헝클어짐은 첫날은 너무 버겁고 사흘은 지나야 쓴 물이 빠지고 마음이 간신히 내려앉는다.
사람과의 관계는 난로와 같아 너무 가까우면 뜨겁고 너무 멀면 추워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다는데...
너무 들이대도 너무 무관심해도 곤란하다는 인간관계가 나는 참 어렵고 부담스럽다.
평생을 사람 속에 섞여 살면서 십전 칠기의 노련한 장수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텐데 처세술은 늘어도 마음의 근육은 단련이 되지 않는다.
만남의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게 느껴지고 한동안 마음속을 떠돌아다닐 사람들이 남기고 간 시끄러운 잡음이 괴롭다.
사람을 만난다는 건 좋은 자극일 수도 있으련만 이런저런 말 펀치에 실컷 얻어맞고 돌아와 아파서 아무것도 못하는 시간들만 남는다. 그런 때는 평소 즐겨하던 것들도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아 멍하게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마음을 흔들어 깨워야 한다.
자극적이고 세속적인 큰 흐름이 세상 사람들을 휘몰아 가고 있는데 거기서 살짝 비켜 느리고 평화로운 나만의 삶을 살아간다는 게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럴 때는 많은 다짐과 내려놓음으로 꾹꾹 눌러왔던 저 밑바닥의 부유물이 위로 솟아올라 둥둥 떠다니는 통에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뭔가 나만 뒤처진 느낌도 든다.
사람들은 저렇게 긴장하고 잠시도 쉬지 않고 눈을 굴리며 뭔가를 찾아 헤매는데 저 거대한 수레바퀴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가는 나의 행보가 맞나 잠깐 헷갈리고 회의감이 든다.
새로운 다짐이 필요한 시간이다.
어차피 그 리그에서 승산 있는 싸움을 할 수 있는 유능한 전사는 아니기에 난 다른 트랙에서 다른 리그를 펼치련다 하는 나만의 토닥거림으로 나를 달래고 진정시킨다.
태풍처럼 몰아치는 살벌한 세상의 기류에서 나가떨어진 지 이미 오래라 나만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잘 나가는 사람들은 그 트랙에서, 나는 내 트랙에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한다. 물론 나는 거북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산다. 땅에선 분리해도 바다에선 토끼가 따라올 수도 없이 빠르다.
나답게 나만의 경주로 잘 살고 있던 내가 결혼식 한번 다녀와서 흔들리고 있다. 한심하다.
그래 그런 거지 물렁물렁한 의지로 만든 다짐은 자꾸 흔들린다.
어, 근데 거북이가 토끼를 결국 이기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