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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문 Aug 13. 2024

내 출근을 위해 누군가는 12시간 넘게 내 아이를

근로 시간을 줄인 이유 1

다행히도 나는 늦된 육아에서 친정 부모님의 도움과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고 있었다. 친정집과 우리 집의 거리는 걸어서 15분 정도. 가까운 거리에 사는 덕에 수시로 (아니 사실은 거의 매일) 친정부모님이 우리 집으로 오셔서 육아도 도와주시고 반찬 만들기 같은 살림도 도와주셨다.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과연 나는 출산 후 직장 생활을 쉽게 이어나갈 수 있었을까?


아기가 있는 맞벌이 부부가 하는 가장 큰 고민은 뭐니 뭐니 해도 출근할 동안 아기를 누구에게 혹은 어떻게 맡길 것인가, 일 것이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100일 남짓했을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거나, 육아도우미의 도움을 받거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느 방법을 택하더라도 어린 아기를 다른 사람(또는 다른 기관)에 맡기고 출근을 한다는 게 여러모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터다.


우리 부부도 여러 고민을 했었다. 어린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건 우리의 선택지에서 일찍이 제외되었다. 너무 어린 아기일 때부터 기관에 보내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그건 알고보니 우리의 사치스런(?) 생각이었다. 보낼 수 있는 기관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출산 전부터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어놔야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대기자 수도 어마어마해서 이 방법은 생각지 않게 되었다.


육아도우미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곧 우리의 후보지에서 제외되었다. 우리 부부가 출근하고 나서 퇴근하고 돌아올 때까지 약 10시간 정도 맡겨야 할 텐데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거의 우리 부부 중 한 사람의 소득을 고스란히 지출해야 하는) 친정부모님이 도와주시겠노라 하셨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로서는 참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 부모님도 곧 70대가 되는 나이에 외손자를 보니 그 조그만 생명체에 아주 푹 빠지셨다. 우리 엄마 아빠가 저렇게 하트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본 적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우리 아기가 정말이지 금지옥엽인 듯, 아니 마치 금으로 만든 솜사탕인 것처럼 엄마인 나보다도 더 귀하고 소중하게 아기를 보셨다. 아기 하나 보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고 오히려 즐거운 일인 것처럼 나서셨다.


그리하여 부모님이 아기를 돌봐주시는 덕에 나는 무사히(?) 출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아기를 맡기고 출근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모님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나도 아기를 돌보는 건 체력적으로,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려울 때가 많은데 연로하신 부모님이 아기를 하루 종일 돌봐주시는 게 걱정되었다. 죄송스러운 마음도 커졌다. 그러나 어쩌랴. 누군가는 아기를 봐야한다.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매일 아기를 부모님께 부탁하고 출근했다.


내 일과와 우리 부모님의 일과는 대강 이랬다.

당시 단축근무라 내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를 했다.(남편은 나보다 빨리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편)

오전 6시 반에 친정엄마가 우리 집으로 오셔서 아들을 봐주시기 시작했다. 그 사이 나는 출근 준비를 하고 7시에 셔틀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퇴근해서 집으로 오면 오후 5시 반에서 6시 사이 정도였다. 귀가 후 샤워하고 좀 정리하고 저녁을 먹고 나서 저녁 7시쯤에 엄마는 집으로 돌아가셨다.


그러니까 나의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인데, 우리 엄마의 근무시간(?)은 오전 6시 반부터 오후 7시까지였던 것이다. 나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내 아이를 돌보느라 소요하고 계셨던 것이다.


뭔가 중요한 게 뒤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는 엄마와 어린 아기. 그리고 그 둘을 위한 친정 부모의 역할.


내가 일하는 시간을 줄이겠노라 다짐한 가장 큰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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