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자식을 잘 키우려고 대학을 나온 건 아니었는데
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집안일도 잘 해내는 '슈퍼우먼' .
지금도 늘 생각하지만 슈퍼우먼은 내 꿈이 아니었다.
이제는 대학을 대부분 가는 시대. 부모님 시대에는 대학을 가는 건 '일부'뿐이었지만 나 때만 해도 이미 대다수의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이제는 거의 80%가 넘는 대학 진학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평범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했다. 조금 더 추가해서 말하자면 내 가방끈의 생성 단계가 거기서 끝날 운명은 아니었는지 대학원에까지 진학했다.
전공이 무엇인지는 차치하고 일단 내 전공 영역에 천착하면서 나름 전문 영역을 포획(?)하고 다행히도 이 점을 살려 일도 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무난한 인생 진로였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진로에 험난함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SNS나 인터넷 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수많은 멋진 워킹맘들을 볼 수 있다.
일도 잘 하고 아이도 잘 키우고 집안일도 멋지게 해내면서 심지어는 자기 관리도 해내는 그런 멋진 여성들.
여러 가지 자기 직무를 한 번에 잘 해내는 사람의 모습은 얼마나 멋진가.
일터에서도 인정 받고 집안도 화목하고 자녀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자기 스스로의 모습에도 만족감을 느끼는 그런 모습은 멋져보였다.
정말이지 슈퍼우먼. 영화에 나오는 지구를 구하는 슈퍼우먼보다 더 힘든 일을 해내는 여성들.
하지만 슈퍼우먼은 내 꿈이 아니었다.
남들처럼 대학을 가고 전공 분야를 갖게 된 것은
아이를 잘 키우려고 한 건 아니었다.
아이를 잘 키우려고 인문학을 전공하고 이공학을 전공하고 그러는 건 아니었다.
남들 전공이야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이를 키우려고 세계사를 전공하고, 통계학을 배우고, 화학을 연구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고등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대학을 졸업하다는 것은 사회인으로서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성장하고 발돋움하고 홀로서기 위함이지 좋은 부모가, 멋진 아내가 되기 위함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아마도 지금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가는 것에 긴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래도 여성으로서 아이를 갖게 되면 지금 하고 있는 직업에 짧게는 3개월, 길게는 몇 년의 지체가 생기고, 승진이나 성장에도 무리가 생기고, 아니면 아예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부담이나 희생을 갖게 되는데.
그럴려고 대학을 나온 것은 아니니 말이다.
나도 아이를 가지면서 긴 생각을 많이 했었다.
물론 정말 열심히 시간을 쪼개고 체력을 배분하고 스스로를 응원하면서 그 많은 슈퍼우먼 워킹맘처럼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멋져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나는 슈퍼우먼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할 수 없을 것도 같았다.
그렇다고 내가 일과 직업, 가정과 아이의 어느 한쪽으로만 기울어지는 삶을 택하고 싶지도 않았다.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지만, 모두 다 놓고 싶지는 않은 것.
어쩌면 슈퍼우먼이 되는 것보다 이게 더 큰 욕심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유지하는 건,
어쩌면 정말 큰 욕심이었고 도박이었다.
슈퍼우먼은 될 수 없지만,
일도 육아도 모두 100% 하는 건 아니지만
생활의 균형을 최소한을 유지하면서 일도 육아도 손에 놓지 않는 것.
반쪽 워킹맘으로서의 삶은
내 많은 욕심을 반영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