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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뚝이 Jul 20. 2024

난생처음 수영장에 가본 사람 이야기

수린이의 수영 일기 (1)

새벽 6시의 치열한 경쟁

수영을 배우려는 생각을 30살이 다 되어갈 때 처음 해봤다.

난 물이 싫어서 물놀이나 워터파크도 가지 않는 사람이다.

더구나 낯선 사람들 앞에서 알몸으로 같이 씻어야 되는 상황과  딱 붙는 수영복을 입는 것도 너무너무 싫었다.


그러다가 문득 요가 외에 다른 운동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 마침 여름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쏟아지는 날씨에 물에 뛰어들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은 바로 수영이었다. 죽기 전에 수영은 한 번 배워보는 게 좋겠지.

그렇게 수영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수영은 시작조차 만만치 않았다. 새벽 6시부터 졸린 눈을 간신히 뜨고 초급반 강습신청을 성공해야 했다. 컴퓨터에 렉이 걸렸지만 운 좋게 몇 자리 안 남은 자리를 차지했다.


수영복은 뭘 사야 하지?

사실 나는 강습 신청도 전에 수영복을 샀다.

그래야 강습을 신청할 것 같아서.

처음 수영복을 사는 터라 비싼 것을 사긴 싫었다.

혹여 수영이 안 맞으면 애물단지가 되어버릴까 봐.

그래서 아주 저가 브랜드에서 단돈 2만 원 언저리에 수영복 세트를 구매했다.


집에서 입어보니 가관이었다. 레슬링 선수 같아 보이는 디자인에 수모까지 쓰니까 비주얼이 충격적이었다.

거기다가 내 수경은 검은색이다.(수경은 최대한 밝은 색을 사시길 바란다. 이유는...) 올 검정 옷에 검정 수모와 수경을 쓰니 똥파리 같은 행색이 되었다.

수영 시작도 전에 하기 싫어지는 모양새였다.

예쁜 운동복을 사는 것이 운동을 더 가고 싶게 하는데 말이다.

(초보라도 처음부터 예쁜 수영복 사는 거 추천드립니다)


수영장은 어디로 들어가는 거죠?

수영시설에 도착. 첫날이라 긴장이 되었다.

입구에서부터 비누 냄새가 진동했다. 기분이 좋았다.

쭈뼛쭈뼛 수영장 탈의실로 향했다. 누가 봐도 내가 처음인 걸 알 거 같아서 더 뻘쭘했다.

탈의실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할머니~중년 여성분이 가장 많으셨다.

다들 벗고 있으니 적응이 안 되었고... 나도 옷을 탈의하고 도망치듯 후다닥 샤워실로 들어갔다.(지금 생각하니 부끄러울 것이 아닌데 왜 그랬을까)


샤워실에 들어가니 뜨끈한 열기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무 틈에 들어가 몸을 박박 씻었다.

수영할 땐 잘 씻는 게 매너란다.

다 씻고 수영복까지 갖췄는데, 수영장은 대체 어디로 들어가는 것인가?? 수영복을 입고 밖으로 나갈 리는 없고...  한동안 헤매다가 결국 샤워실 아주머니께 여쭤봤다.


"혹시 수영장은 어디로 들어가야 되나요??"

"어머머 수영장 처음이세요?? 저기 샤워실 통로가 있어요"


샤워실 끝에 가보니 수영장 입구와 연결이 되어있었다.

하마터면 수영장 입고 로비로 나갈뻔했다. 대참사가 날뻔했다.


수영장에 처음 가보다

난 어릴 때도 수영장에 가본 적이 없다.

너무 낯선 환경에 잔뜩 아서 일단 가장 만만해 보이는 유아풀장에 들어갔다.

수영장 물이 온천처럼 따뜻했다.

잠시 몸을 담그니 서먹했던 수영장이 조금 친숙해지는 듯하여 수경을 쓰고 얼굴을 담가보았다.

물속에서 눈을 뜨게 되니 너무 신기했다.

코로 숨도 내쉬어보고. 벽을 잡고 발차기를 해보기도 했다.

발차기를 했지만 물에 전혀 뜨지 않았다...


어색한 첫 만남

초급반 수강생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들 검은색으로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색깔의 수영복을 입고 레일 제일 끝에서 수영장 물에 들어가 있었다.

어른용 풀은 너무 차가웠다.

차가운 물 온도만큼이나 수강생들끼리도 처음본터라 차가운 공기가 흘렀다.

강사님이 도착하시고 물속을 천천히 걷게 하셨다.

물에서는 마치 꿈에서 걷는 듯 잘 걸어지지 않았다.

가끔 타일이 미끄러워 혼자 미끄덩 넘어지려고 하기도 했다.

물속에서 걷는 것도 힘든데 수영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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