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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건축가 Jan 17. 2022

뜰집 이야기

제9화 친구를 생각해본다

  어느 날 갑자기 훅.. 체력이 떨어졌다. 마음이 쑤욱.. 얇아져버렸다. 사람들이 갱년기라고 부르는 그즈음에 난 종잇장 같은 몸이 되고 가냘픈 정신으로 몇 년을 힘들다. 아닌 척 버티느라 긴장으로 불안으로 스스로를  더 코너로 몰았던 것 같다. 오랜 정신과 의사 친구도 있고 유명한 심리상담가 친구도 있는데.. 몸이 아프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내 마음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나도 인정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늘 긴장 속에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매번 되뇐다. 괜찮아... 잘못되어도 괜찮다고... 시작은 분명 뭐든 잘하려는 마음에서 시작하였을 텐데 긴장의 순간들이 몇십 년 쌓이면서 평안을 잃어버린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긴장을 놓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한참이 걸렸다, 바보스럽게도. 

  마음이 많이 아픈데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알 수가 없어서 용기를 내어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처음 낯선 상담자와 마주 앉아서 그 어색함을 깨기가 참 어려웠지만 첫 상담에서 내 감정을 표현하는데 너무나 서툰 상태였음을 깨달았다. 난 늘 갑옷을 입고 지냈던 것이다. 주위 사람들 상황을 이해하고 이야기 들어주고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으나 나의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내 속내를 꺼내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인 것이다.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 많은 관계를 맺고 지냈고, 오랜 시간 매우 애정 어린 관계들을 꽤 유지하며 지내는 행복한(?) 사람으로 생각했었는데 나는 내 감정을 그들 앞에 내놓지 못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는 괜찮은 줄 알았던 모양이다. 친구들에게는 내가 늘 상담자로 있었고 동료들에게는 일정 거리에서 순탄한 상태를 유지하려 했고 가족들에게는 걱정 끼치지 않고 믿음을 주고 싶어 했다. 

  친구를 생각해본다. 처음엔 내 선의였을 지라도 이젠 내가 잘못했음을 느낀다. 무엇이든 서로 나누어야 할 것을 나는 그러지 못했음에 많이 미안하다. 그럼에도 늘 내 곁을 지켜주고 몇십 년을 기다려준 친구들에게 천천히 새롭게 다가가려 한다. 모든 표현도 조금씩 늘여가려 한다. 나를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 서로 나누는 것임을 알게 되었기에...

  이렇게 브런치에서 용기를 내어 글을 쓰게 된 것도 서로 마음을 나누는 내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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