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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건축가 Dec 28. 2021

뜰집 이야기

제8화 어떻게 살 것인가...

  쇼팽의 녹턴이 열어둔 창을 따라 들어온 차가운 공기의 선율을 따라 적막한 공간을 흐르고 있다. 한 번도 직접 본 적 없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한 곡이 수백 킬로미터 멀리 떨어진 나의 공간에서 연주되고 접점이 없었지만 나는 내 사색의 흐름을 바꾸게 된다.  나는 아직도 한 번씩은 라디오가 신기하고 tv가 놀랍고 인터넷은 경이로운 세대의 일원이다. 나도 제법 이과적 사고나 능력이 떨어지는 편은 아닌데도 인간이 이루는 새로운 세계들에 자주 감탄한다. 물론 그것들로부터 행복감을 느낄 때 그 감탄은 더 가중된다.

   요즘처럼 세상, 주변이나 나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바라본 적이 없었다. 내가 갑자기 너무 한가해진 것이기도 하고 체력 저하로 인하여 스스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그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증이 생긴 것 같다. 과거의 나는 다른 사람이 궁금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해야 할 일과 책임져야 할 일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일들을 해내느라 늘 쫓기듯 살아왔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슨 음악이 유행이고 누가 유명한 사람이며 어마한 사건사고 조차도 잘 모르고 지난 것이 많았다는 것을 요사이 알게 되었다. 

  아무 생각을 안 하고 싶은데 자꾸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살 것인가... 다시는 열심히 살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아무것도 안 하는 방법도 잘 모르겠다. 느리게... 천천히... 생각해라고 되뇌지만 마음은 공허한 소리로만 받는다. 정해놓고 살아왔던 모든 내 삶의 룰들을 다시 생각해본다. 맞는 건 맞고 아닌 건 아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본다. 그냥 살면 되는 것인가. 잘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인가...

  겨우겨우 생각을 끌어내면, 살면서 시간이든 마음이든 물질이든 나눈 것이 남는 것인가 싶다. 내세울 것 없는 세월 속에서 시간이 길든 지 깊이가 깊든지 하면 얼마나 좋겠지만, 아쉬움이 가득한 순간순간이지만, 너그럽고 멋진 모습은 아니었지만, 나의 수고로움을 나눌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그래도 미소 짓게 하고 안도감을 주는 장면이다. 또... 문제를 해결하려고  급히 장면 전환을 꾀하려 하는 나를 본다. 

  사춘기도 못 겪은 나는 이제야 고민한다.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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