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네건축가 Dec 23. 2021

뜰집 이야기

제7 화 우리 동네 인싸 되기

"추어탕이 참 맛있어요.. 다음에 또 올게요~"

 맛이 어떤지 궁금한 듯 자꾸 나를 쳐다보시는 식당 할머니(?)에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한번 더 했다. 그런데도 아직 궁금한 표정의 눈빛과 옅은 미소를 하셨다.

" 아 네.. 저 이 근처로 사무실이 새로 이사 왔어요 이쪽 모퉁이 돌아서 길 안쪽으로 이사 왔으니까 자주 올게요"

아쿠! 잘 만났다는 듯 할머니가 활짝 웃으시더니, 

" 아 그 @@ 건축! 거기지요!.. 아주 길이 훤해졌어요.. 집을 잘 고쳐가지고.. 좋아요~..... "

" 아, 네.. 감사합니다. "

다시 자주 오겠다고 말하고 나오면서 적잖이 또 놀랐다. 이 동네는 정말 옛 마을 같다. 식당 할머니는 70대 중후반은 되어 보이고 우리 사무실은 100m 이상 떨어져 있고 우리 건물 간판은 출입구 한쪽에 작게 붙어져 있어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들다. 더구나 정확하게 회사명을 기억하시는 것이 더 신기하다.

  며칠 전에는 이웃이라며 노부부가 사무실로 찾아오셔서 우리 사무실 앞에 동네 사람 누구든 주차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아주 부드럽게 공손하게 말씀하셨지만 그 눈빛은 당연하다는 강직함이 배어있었다. 설계사무소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 아니라 평소에는 그럴 리 없지만 하루는 예약된 방문객이 많았던 터라 잠시 비는 시간에 주차 양해 푯말을 세워 둔 것을 보고 찾아온 것이다. 이 동네의 공간들은 우리 모두의 것으로 써야 한다는 말씀이셨다. 물론 우리도 공감하는 말씀이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 네.." 답하고 나니 안심하신 듯 덕담을 하시고 돌아가셨다.

  여기는 중앙대로의 바로 이면도로임에도 아직 주택이 꽤 많이 남아있어서 오랜 시간 거주하신 분들이 계셔서 마을(?)의 질서를 유지하시는 것 같다. 옆 건물 할머니는 혼자 사시는데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직원들이 밤 되니까 너무 조용해서 무섭다고 하니까 걱정할 것 없다시며 이쪽저쪽 사는 경찰관 집을 가르쳐주시면서 자랑스럽게 끄떡없다고 다독이셨다고 한다. 

  나는 낯가림이 많고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어서 이런  간섭에 깜짝깜짝 놀라기는 하지만 정겹고 기분 좋은 건 무슨 까닭일까... 


  새로운 열린 이웃 생활을 결심하고 들어온 곳이긴 하지만 아직은 많이 낯설고 당황스러운 일들을 맞닥뜨린다. 우리의 시계와 동네의 시계 속도가 달라서 공간적 괴리감이 잠시 느껴지기도 하고 수평적 건축군에서 그냥 낯선 아늑함이 나를 감싸기도 한다. 오늘도 오랜 세월 치열하게 살다 베어버린 내 불안과 우울이 점점 옅어져 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골목을 서성인다.

작가의 이전글 뜰집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