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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건축가 Mar 30. 2022

뜰집 이야기

'서른, 아홉'을 보며ᆢ

친구한테서 전화가 와 있었다 다시 걸어봤지만 받지않아서 괜한 걱정이 되었다 아직 진료시간인데  무슨 일이 있나해서 ᆢ

친구는  2년 전에 아버지를 갑자기 여의고는 많이 힘들어한다 평소 워낙 똑부러지고 강단 있고 합리적이라 부고를 받았을 때는 슬픔은 크겠지만 큰 걱정은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옆에서 지켜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힘들어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를 아버지 묻힌 곳에 가서 하루종일 있다가 왔다 주중 휴일을 오롯이 그곳에서 보냈다 일 년이 넘어가니까 걱정이 되었다 정신과 의사로서 더 많은 해법을 알고 있는 그녀에게 쉽게 위로하기도 어려워서 따뜻한 맘으로 지켜봐주고 있었다 다행히  요즘은 좀 나아지고 있었다

ㅡ 저녁에 전화가 와서 코로나가 극심하니까 안부 전화했단다 나는 1차 접종이후 부작용이 심해서 백신 접종을 못하고 있던 터라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암튼 별일 없다니 서로 다행이다

우리도 드라마 '서른 아홉'처럼 세 명이 친구로 오랜세월 보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은 반 이후 이니까 45년 지기 우정이다 긴 시간 동안 다른 길을 걸으면서도 서로를 느끼며 응원해왔다

내가 쓰러져서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도 담당의사와 동시에 내 앞에 도착한 친구이다 내게 공황장애가 왔을 때 괜찮다며 상황을 설명하며 보여준 그녀의 눈빛에 나는 믿음을 갖고 내게 닥친 두려움을 떨칠 수 있어서 비교적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역사를 지녔다 

그래서인지 요즘 '서른 아홉'은 우리 얘기처럼 친근하고 미소짓게하는 드라마이다

또 한 친구는 늘 소녀같다 그녀 앞에서 나는 언제나 언니가 된다 오랜 중학교 선생님으로 언제나 애들 생각하며 애들과 밀당하며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그녀의 소녀스러움은 50대 중반에도 멈추지 않고 예쁘다

애들 키우느라ᆢ 자신의 일을 해내느라 ᆢ 바빴던 공백의 많은 시간이 있었지만 그냥 이해한다 그냥 안아준다 그냥 느낀다 또 다른 나처럼 ᆢ

그들의 영광이 자랑스럽고 그들의 상처가 아프다ᆢ

드라마를 보다보면그들의 미래까지 지키려는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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