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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건축가 Apr 03. 2022

뜰집 이야기

내가 만난 건축주들

  최근 들어, 일반 사람들도 건축에 대한 관심과 지식들이 많이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주거가 단순 거주나 투자 대상에서 자기표현의 방식으로 발전되기도 했고 팬데믹 시기에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내부 공간에 대한 관심이나 집중도가 상당히 커져서 관련 사업도 왕성해졌다.  

 옛날 어느 기사에서 구두 수선공은 신고 있는 구두의 상태만 봐도 그 사람의 많은 것을 알아맞힐 수 있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내 구두의 닳은 상태를 다른 가족의 것과 어떻게 다른 지.. 자세히 비교 관찰해본 적이 있다. 저마다 자신의 영역에서 특정 내용을 구별하는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건축이나 인테리어 설계를 하면서 만나는 건축주들에게도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우선, 건축을 준비하는 건축주들은 우선 미래에 대한 발전적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다. 건축이란 행위가 미래에 대한 투자의 성향이 크기 때문에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어서 첫 만남은 매우 기분 좋은 만남이다.

  그런데, 일이 진행되면서 건축주들은 크게 세 분류로 나뉜다. 첫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하는 그룹으로 협의를 통해서 서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경우이다. 건축이라는 것이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드러나는 기술적, 생활적 모습이 있어서 건축주들이 간과하기 쉽거나 심각하게 생각 못하는 부분들을 전문가는 알려주기도 하고 의논도 하면서 건축주는 결정을 내리면서 진행하는 것이다. 많은 부분들이 선택의 문제들이 많다. 그 여러 선택지의 방향에 따라서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나오는 결과물이 결정되는 것이다. 건축의 방법이나 재료는 경제성과 연관이 있고 생활은 기호의 차이가 많으므로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거의 없다. 나에게 어떤 것이 더 선호되는가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건축 전문가의 제안이나 조언을 나에게 맞춰서 조정하며 일을 진행시키는 경우는 대부분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든다.

  다음 두 번째 경우는 강압적인 건축주이다. 대체로 크게 성공한 경험이 많은 사람들 중에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언제나 자신의 생각에 큰 확신을 갖고 있어서 전문가의 조언을 거의 받지 않고 어디 어디서 본 적이 있다는 자신의 불확실한 회상에 따르기를 원할 때가 있다. 전문가가 문제점을 얘기하면 무슨 근거로 그러는지.. 간혹 전문가의 생각에는 뭔가 꼼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건축물이기에 더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할 텐데 부분 부분별로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는 경우는 끝내 방향성을 잃어버린 결과물을 마주하게 되고 비난은 전문가의 실력으로 남는 안타까운 경우이다.

  세 번째 경우는 모든 것을 알아서 해달라는 건축주이다. 건축 공간에 대해 생각과 판단을 전문가에게만 미루고 자신의 요구에 대해 명확히 하지 않으면 이 또한 훌륭한 결과물이 나오기 어렵다. 어찌 보면 전문가에게는 참 편한 건축주이긴 하지만, 건축이란 예술은 건축주의 필요와 만족스러운 삶이 공간으로 잘 영위되어야 하므로 좀 공허함이 있다. 전문가의 공간 철학과 사상은 건축물로 잘 표현되지만 그것이 그곳을 사는 건축주의 삶을 현재와 미래로 제대로 엮어내지 못한다면 죽은 공간이 생길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런 작가 건축물이 많았다. 그 집은 멋있긴 한데 살기에는 이러이러.. 불편해.. 그런 건축물은 옳은 생명력을 가지기 힘든 것이다. 건축의 완성은 인간의 삶이 잘 구현될 때 이루어진다.


  우리는 어떤 건축주의 부류일까... 이러한 건축주의 태도가 건축행위에서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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