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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건축가 Apr 05. 2022

뜰집 이야기

전원주택, 전원생활 누리고 싶다면... 01

  새 봄이 오니까... 모두들 화사하고 들뜨는 기분을 서로 나누고 싶은 마음이 많아지나 보다. 차 한잔 하자는 지인들의 연락이 부쩍 늘었다. 지난 목요일에는 건축주로 만났던 회장님(단체)이 갑자기 뜰집으로 찾아오셨다. 경치 좋은 울주군 산속 마을에 전원주택을 구입하시고 우리를 초대도 하셨는데, 지금은 춥고 관리가 힘들어서 잘 가지지 않는다고 고민을 토로하셨다. 

  인근 밭이 포함되어 땅이 넓어서 꽤  큰돈을 들이고 구입하셨는데, 집을 좀 잘 못 지어 놓은 경우였다. 단풍이 너무 예쁘던 가을날, 그 집을 보러 갔다가 한눈에 반해서 급하게 사셨단다. 그 전에는 주택이나 주택지 매물을 보시면 우리에게 의논을 하시던 터라 자문을 해드리고 있었는데, 그때는 너무 맘에 들어서 얼른 매입부터 하시고 연락을 주셨다. 

  보내주신 지번으로 검색해보니, 아쿠.. 싶었다. 대지의 진입방향으로는 열려있으나 남서 방향으로 제법 높은 능선이 있었다. 이런 경우, 얼핏 집 터가 훤해 보이나 대지에 해가 드는 시간이 짧아서 추위나 습기로 인한 쾌적한 거주 및 관리에 어려움이 생긴다. 실제 가서 보니, 설상가상으로 집에 단열이 제대로 안되어 있고 보일러도 심야 전기보일러를 설치해놓았다.  내부 생활공간은 넓은데 아파트처럼 내부만을 위한 겹겹 공간 구성을 이루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기존 구조 상태에서 나름대로 조정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드렸지만, 회장님도 전원생활에 적합하신 성향은 아니었다. 그저 친구분들이랑 맛난 것 해 먹고 편히 놀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하셨던 것 같다. 청소나 관리, 가꾸는 일은 취미가 없으셔서 모든 일들은 몸이 약하신 사모님의 몫이 되었고 사모님은 이곳에 오는 일이 손님 치르는 일에 지치고 힘들어해서 싫다고 하셨다. 

  반대로, 늘 각자 바쁜 가족들이 전원주택을 마련하고는 매주, 매달, 일정 시간 동안 오롯이 청소하고 밥해먹고 놀이 겸 텃밭 가꾸고 대화를 나누며... 함께 하면서 내게로만 향한 생각들을 비우고, 서로 단합되고 화목해진 경우도 많다.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은 명확한 설명이 필요 없어도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치유하고 서로를 바라보게 하는 사랑의 힘을 기른다.  

  전원주택은 우선,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곳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집이란 같이 쓰는 모두에게 권리와 책임이 따라야 길게 제대로 행복을 담을 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원주택 용지는 기존의 집터가 제일 안전하다. 적어도 몇십 년에서 몇 백 년 동안 안전성을 입증한 것이다. 택지를 갑자기 조성한 곳은 검증이 안된 부분이 많다. 집이라는 무거운 구조체가 새롭게 세워지면 땅의 지내력에 영향을 준다. 땅 꺼짐이 골고루 이루어지든지 땅 밀림이  없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은 사계절이 뚜렷하여 땅에 미치는 영향이 꽤 있는 편이어서 꼭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새로 조성한 주택용지는 자연스러운 대지 다짐이 되는 시간을 어느 정도 두는 것이 좋다. 실제 예술인 촌으로 크게 조성한 주거단지에 입촌한 지인도 몇 년 후에 장맛비가 많이 오고 난 뒤, 집 뒤쪽 조경 둔덕이 밀려 내려와 집의 일부를 덮쳐서 피해를 본 경우도 있었다. 

  이외에도 기존 집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길, 빗길, 눈 녹음 등 그 지역의 다양한 자연현상에 대한 검증이 되었다고 볼 수 있고 도로, 물, 전기 등 설비적인 인프라의 이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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