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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건축가 Apr 12. 2022

뜰집 이야기

전원주택을 짓고 싶다면... 02

  건축에서 '건축가 없는 건축'이라고 부르는 영역이 있다. 건축가가 따로 없던 과거의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 살아가면서 필요한 공간을 하나하나 만들고 엮으면서 구축된 민家가 여기에 해당한다. 각 지역의 민가는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가장 효율적이고 함축적으로 집약시킨 주거 형태이다. 그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감탄스러운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각 지역별 민가가 잘 발달해왔다. 지혜로운 민족답게! 구체적인 각 지역 민가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겠다. 

  도시의 오랜 속박을 벗어나고픈 많은 영혼들이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나에게 질문을 한다. 특히 이렇게 계절이 좋을 때면 약간은 들뜬 목소리로 이것저것 물어본다.  무엇보다도 규모와 공간 구성, 비용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다. 옛 주택을 살아본 사람들은 누구나 알던 것인데.. 우리가 획일화된 아파트에 오래 살다 보니까 대대로 내려오던 생활공간에 대한 기억들을 다 잊어버린 것이다. 대지에 대한 이야기는 저번에 했고, 사실 비용은 내가 그다지 잘 아는 분야가 아니다. 그래서 간략하게 할 수 있는 조언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전원주택은 우선 규모를 크게 하지 말라고 한다. 유럽풍 뾰족 지붕의 2층 집에 하늘로 난 창이 있고 거실에는 패치카가 있는 집을 상상하지 말 것을 권한다. 집이 크면 일이 많다는 것은 진리다. 전원주택은 계속 손을 보며 살아야 한다. 사실 아파트도 마찬가지이지만 관리를 공동으로 맡기고 있으니까 못 느꼈을 뿐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더라도 매번 사람을 불러서 관리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므로 나의 역량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 자연환경과 생활관습에는 우리의 집이 가장 적합하다.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것은 주거에도 영향을 많이 준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하되 난방비는 적게 들어야 한다. 여름철 지면으로부터의 습도를 고려하고 통풍이 원활하여 자연풍으로도 충분해야 하며, 겨울에는 필수 불가결한 난방 영역을 정해서 조닝별로 최소 난방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우리 옛집 공간의 일자 배열이 그렇게 나온 것이다. 

  그리고 땅, 대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움직인다. 큰 빌딩을 지을 때는 땅 속 깊이 암반까지 파일을 박아서 움직임을 최소화하지만 전원주택이 지어지는 자리는 지질조사를 거의 하지 않고 작은 건물이므로 큰 기초공사도 생략한다.  그래서 조금씩은 움직일 수밖에 없고 건축물은 부동침하 등을 겪게 된다. 미세하게 틀어짐이 생긴다. 나무집이면 완충작용이 어느 정도 있지만 경화성이 뛰어난 재료일수록 틈이 생기면 누수 등 2차 문제가 생기게 되므로 설계 당시부터 이를 고려를 하면 좋다. 예를 들면 하늘로 난 창은 여름철 일사량이 막대한 우리나라에선 유리와 접속 부속 물질이 변질이 생기기 쉽고 누수의 원인이 되기 쉽다.  

  또 설비 관련 시공은 지역업체에 의뢰하는 것이 좋다. 설비 관련 고장이 나는 경우 긴급을 요할 때가 많으므로 추후 관리나 A/S를 받기 수월해야 한다. 지역 업체는 지역 주택문제의 축적된 노하우가 많고, 대체로 터줏대감이므로 그렇게 연결해 두면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도움을 받기 훨씬 쉬워진다. 

  그러나, 나만의 전원주택이니까 색다른 공간의 맛을 느끼려고 짓는 것이라면... 또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다. 나만의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고 누리면서 느끼는 충만감은 사람의 오감을 충족시키는 행복감을 준다. 나도 조그만 오두막 하나 있지만.. 한 번씩 생각나면 빙그레 웃음이 지어진다. 

  전원주택을 지어서 어떤 경우이든 후회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최소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공간을 누리는 행태와 사고에 따라 조금씩 키워나간다면 더 큰 기쁨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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