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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베스크

하나와 앨리스

by 아라베스크


하나와 앨리스 OST 워 아이 니란 곡은 영화에서 총 세 번 나온다. 첫 번째는 앨리스가 아빠에게 들은 말을 마음을 담아 수줍게 답하는 부분에서. 이때 앨리스가 망설이는 것은 아빠가 말한 워 아이 니엔 단순히 다른 나라 언어로 사랑한다를 알려주기 위해 한 것일 뿐 실제 나를 사랑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너를 사랑해. 내 상태를 설명할 뿐인 이 문장을 단지 다른 나라의 언어로 말한 것뿐이라고. 사랑해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사랑이 전해지지 않는다. 앨리스는 사랑이란 쉽게 전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망설이는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문이 닫히면서 자기가 한 말을 듣지 못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두 번째 워 아이 니는 미야모토가 찾아준 카드에 대한 답례로 영화 속에 흐른다. 소중한 친구 하나가 사랑하는 미야모토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되찾아준 사람. 하지만 사랑해선 안 되는 사람. 하지만 진실로 사랑을 느끼게 해 준 사람. 그래서 앨리스는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사랑을 말한다. 아빠에게 배운 그 말. 신기하게도 상대가 알 수 없는 말로 사랑을 전할 때 사랑은 더욱 선명해진다는 것. 매우 신비로운 일. 앨리스는 사랑한다는 말이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해 준다는 걸 알아가는 너무나 예쁜 소녀였다.

세 번째 워 아이니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 용기를 내어 종이컵을 테이핑 해 토슈즈를 만들고, 짧은 교복 치마 사이로 속옷이 보일까 걱정하지도 않으며 발레 한 동작 한 동작을 이어나가는 앨리스를 감싸는 노래로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긴 시간. 하루하루가 적층되어 세상의 신비로움을 알아가는 고등학생 소녀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춤을 추는 아름다운 순간. 마지막 아라베스크. 워 아이 니는 영화 속에서 그렇게 완성된다.


하나와 앨리스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사랑하는 것과 매우 깊은 관계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은 배려와 용기로 사랑을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아라베스크. 아라비아 풍을 설명하는 이 발레 용어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발달한 장식 문양 용어로 - 우상 숭배가 금지된 이슬람 교도들이었기에 -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이 아닌 기하학적이고 식물, 글자들의 형태가 반복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연속적 양식을 말한다. 발레 용어로 아라베스크가 사용된 것은 1번 동작이 아라비아 풍 무늬처럼 손끝에서 발끝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곡선을 보이기 때문이었다고. 그래서 사랑이란 것을 전해받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었던 마음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며 용기를 낸 앨리스의 아라베스크가 나는 너무도 사랑스럽다. 영원과 무한을 함의하는 개념과 반복이란 형식을 표현하는 용어로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는 단어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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