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서초동 11화
10화의 유산 상속 관련 의뢰 건이 한정 승인 제도라는 대안으로 해결이 되고, 직장 내 괴롭힘 자살 사건은 사망자가 입사 전 젊을 때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로 사측에게 유리한 판정이 나며 마무리된다. 그리고 새로운 세 가지 사건이 관련 인물들에게 자문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데, 이 역시 윤리적 문제란 맥락을 갖고 우리 사회를 법적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세 가지 사건 중 자기 동생을 죽인 할머니 살인 사건은 인간 사회에서 삶이란 진행 과정 속에 발생하는 딜레마를 극단적으로 묘사한다. 기초생활수급 대상 오누이 중 동생이 의식 없는 상태로 와병 생활을 하게 되는데 누나인 할머니가 오랫동안 간병하며 보살피다 결국 목을 졸라 죽인 살인 사건이다. 살해 이유는 간병인인 자기가 먼저 죽게 되어서이다. 암 말기 판정을 받았기에. 암 판정을 받고 처음에는 안도했다고 한다. 보험을 들어놓은 게 있어 보험비로 동생 의료비를 당분간 지불할 수 있어서.
아들과 딸이 있어서 기초생활수급에서 의료 급여는 받을 수 없었다. 2021년 10월 대한민국에서 부양의무제는 부분 폐지되었고 의료 급여만 부양의무제 적용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24년 의료 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되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완화된 기준에도 해당되지 못하였기에 의료 급여를 받을 수 없었고, 암 말기 판정을 받았으며, 딸과 아들이 생활비 지원을 할 수 없게 되자 결국 동생을 목 졸라 죽이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2012년 거제 시청 화단에서 70대 할머니가 제초제를 먹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마시다 남긴 제초제 옆에는 유서가 든 작은 손가방이 있었는데 유서엔 “미안하다. 살아기기 힘든데 기초생활 지원금 지급이 중단된 게 너무 원망스럽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 할머니가 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된 건 연락을 끊고 사는 사위가 직장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문제가 다수 발생하자 복지 사각지대의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되었고 21년에 부분 폐지가 결정되었지만 의료 급여만큼은 부양의무제 폐지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맹점을 파고드는 부정 수급 우려와 제도 폐지가 가족 구성에서 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장애와 치료가 버거운 병을 갖고 있는 가족을 돌보게 하는 최소한의 제도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드라마 속 살인 사건은 사회가 발생시킨 문제를 제외하고 할머니의 죄만 묻기를 바란다고 변론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사회의 문제이고 어디까지가 할머니 개인의 문제인가는 답이 나지 않는다. 내 삶에 겨울이 찾아온 것은 계절의 변화 때문인가, 아니면 작디작은 바람에도 버겁게 추워하는 내 마음 때문인가. 우리의 행동 가치가 개인적 삶에선 상식 선에서 이야기되고 결정되어도 사회 조직 내에선 교정될 수밖에 없다. 드라마 서초동에서 우리의 인물들, 어쏘 변호사들도 사회도덕과 직업윤리에서 괴리를 느끼며 힘겨운 하루를 보낸다. 내가 있는 곳이 정녕 내가 있을 곳일까란 자문을 하면서, 답을 하지 못하면서. 거시적으로 바라봤을 때 이것 또한 인간 사회의 풍요와 혜택이 인간 행동 규범을 규정하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반대로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벗어나도 된다면 인간은 어쩌면 자유로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