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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 Apr 14. 2023

네 이웃의 식탁

집집마다 식탁 위에 차려지는 음식은 다양하다. 

물론 집밥의 기본 반찬은 비슷하지만 선호하는 것은 다를 것이다. 

그 집에 특색 있는 식탁은 어쩌면 그 집만의 문화이고 가풍이 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난 시골에서 자라서 토속적인 음식을 좋아한다. 

말린 나물이나 식재료를 살린 야채 위주로 음식을 좋아하고 있다. 

어려서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밭에서 나는 요리를 해서 매 끼니를 때우는 식이었다.

가장 즐겨 먹었던 것이 시래깃국이었다. 

겨울이 되면 밭에 있는 배추시래기를 삶아서 보관해두었다가 항상 된장에 푼 시래깃국은 겨울내 반찬이고 식사였다. 

아빠는 겨울이 되면 무 시래기를 말려서 조려서 먹기도 하고 국으로도 우리 집에 식탁의 단골이었다. 난 그때는 질리고 너무나 싫었다. 

라면도 먹어보고 싶고 밀가루 음식이 그리웠던 것이다.  

그렇게 자라다 보니 어른이 되어서 내가 경제적으로 자립을 하면서 외식을 즐겨 하였다. 

내가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맛보는 것이 재미있고 좋았다. 

그러다 보니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었던 것 같다. 

50이라는 나이가 되면서 다시 어려서 먹던 음식이 그리워졌다. 

시골에서 자라면서 먹었던 시래깃국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건강에도 좋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때는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라는 생각에 내가 누리고 있던 것을 몰랐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래깃국을 끓여주면 반찬이 없다고 한다. 

아이들도 어른이 되면 알게 될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맛난 음식이라는 것을 ....

기관에서의 식탁은 120명이 함께 식사를 하다 보니 매 끼니 주방에서 준비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시설에서의 삶은 먹는 재미가 가장 크다. 

매 끼니 메뉴를 외우고 있는 분도 있다.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생일이신 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신청해놔서 더욱 기다려진다. 

특히 특식으로 돈가스나 튀긴 음식이 나오는 날을 더 좋아한다. 

건강식인 나물이나 야채는 인기가 없다. 

간호사인 나는 건강을 생각해서 점심 식사시간에 편식을 하는 사람을 사랑의 잔소리를 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먹어보라고 하면서 접시에 올려놓지만 먹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식탁의 음식은 그 집안의 역사이고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그 사람을 대변해 주듯이 내가 어떤 요리를 하고 선호하는지가 말해주는 것 같다.

나의 언어는 이제는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듯이 오롯이 내 몸이 원하는 어려서 즐겨먹던 시래기를 좋아하고 먹고 있다. 

50이 되어서 알게 된 것이 너무나 아쉽다.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음식은 행복한 가정 속의 먹었던 추억의 음식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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