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길

by Bellhoon

텅 빈 들녘의 나무는

기도하듯 겨울을 맞는다

제 몸 비워 길을 만들고

바람은

스치듯 그 곁을 지나간다


아버지가 집을 나갔을 때

어린것들이 바람보다 더 세차게

그를 때릴 때도

어머니는 쭉정이 같은 손을 모아 기도했다

이 또한 지나게 해 달라고


바람은 지나게 하는 것이지

맞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까막눈의 어머니는

훤히 알고 계셨다


바람이 더 세차다

나무는 남은 마른 잎마저 비워

바람길을 만든다



마음 추운 어느 날, 다가오는 바람이 두려워 어깨 움츠리고 땅만 바라봤다. 바람은 그럴수록 더 매섭게 때리곤 했다. 지난해 여러 어려움이 한꺼번에 닥쳐왔다. 지나갈 것은 지나야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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