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by Bellhoon

기억은 바닷물처럼

오고 가며 바위에 물흔적을 남긴다


잊었으면 좋겠다

미움, 증오, 기억도


기억과 망각의 힘겨운 싸움이

오늘도 시작된다


지새운 밤은 지움을 위한 시작이었는데

새벽녘 또렷해지는 기억,

연필을 깎듯 더욱 뾰족해지고 날카로운 지점에서 멈춘다


증오심이 스멀스멀 온몸을 타고 오를 때쯤

100도씨에 맞추어 놓은 포트의 물은 임계점에서 멈춘다


기억을 새길 때 망각을 배려했다면

지난한 그들의 국지전이 반백년을 넘지 않았을 텐데...


잊으려 시작했던 노력은 늘 기억의 주변만을 서성인다

무엇을 잊으려 했는지 그것을 잊고

자책과 한숨 그리고 미움과 그리움만 남긴다





이전 13화겨울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