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해목(雪害木)

사랑을 기다리고, 그 사랑에 상처받는 자

by Bellhoon

어스름 내려앉은 시간

널 만나기 적절한 시간이라 생각했다

바람은 불어선 안 됐고

긴장과 설렘 사이

발장단은 괜히 경쾌했다


성근 눈발로
너는 나에게 온다

이번만은 다를 거라는 기대와 당위
숨도 표정도
조심스러웠다


기대만큼 아니어도
네가 반가움과 설렘을 말해준다면
기다림은 보상될 것 같았다


너의 차가움이 좋았고
너의 말없음이 믿음직했다


숱한 시행착오는 알게했다

-나는 선택할 수 없고

-선택 받는다는 것

그것을 억울해하는 순간

예정된 결론으로 치닫는다는 것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선 견뎌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한다는 것


벌린 두 팔만큼만 세상을 안을 수 있다고

소심한 ‘I’는 생각한다


그토록 원했는데

두 팔과 어깨에 전해지는 무게가 버겁기만 하다

버텨야 하는 무게가 힘겹다

견디며 버티며 만났던 그가

사랑의 무게가

나를 누르고 있다


툭 툭 툭욱 쩍어억


그를 받치던 두 팔이

나의 사랑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사랑이 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

슬픈 눈으로 바라본 하늘은 잿빛이다



사랑이 지나고 다시는 같은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것만 그 다짐은 부서지고 만다.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이 웃던 웃음도 줄이고, 내 감정을 최대한 들키지 말아야 했다그럼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되풀이된다. 사랑이 나를 지키고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거라는 기대는 부질없음이 된다. 사랑이 나를 무너뜨릴 수 있음이 냉혹하다. 그럼에도 난 또다시 하늘을 보며 사랑을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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