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콜라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생각하며-

by Bellhoon

희미한 불빛, 고요한 학생회실 복도

졸린 눈으로 플랭카드를 쓴다

한자, 한자 힘주어 쓰려한다

관자놀이를 자극하는 페인트와 신나냄새

분노를, 의지를 붓끝에 담는다


새벽공기는 차고 상쾌하다

커피의 유혹이 진하다

‘이것을 이기지 못하면

양키에게 지는 거다' 다짐한다

손에는 김광규 시집이 들려있다


그게 뭐라고 -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

자기 검열을 한다


희미한 불빛과 적당한 소음

학생회 OB모임

사회적 신분과 재력이 자리의 중앙을 가름하고

건네는 명함은 보증서처럼 교환된다


자식들의 입시소식, 골프의 타수

외국여행의 경험은 서로 뒤질 수 없는 무언가가 된다

시골에서 농민운동을 한다는 선배 이야기는

'대단하다'와 '아직도' 사이를 힘겹게 넘나 든다


자리를 이동하는 손에 아메리카노와 콜라가 들려 있다

아메리카노와 양키고홈이 비슷하고 다른 소리처럼 들린다


그게 뭐라고-

누가 시키 지지 않았는데 -

난 아직도 커피도 골프도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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