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포함)지난 8월 31은 슈퍼문과 블루문이 겹쳐서 슈퍼 블루문이 떴습니다. 지구와 달의 거리가 가장 가까울 때 볼 수 있는 달이죠. 크고 밝은 달을 보니, 보는 내내 저의 가슴도 보름달처럼 부풀어 오르더군요.
그리고 영화 더 문을 봤습니다. 더 문은 아시는 대로 SF영화입니다. 우주 대원 3명이 나로호 우주 센터가 쏘아 올린 우주선을 타고 달 탐사에 나서는 여정에서 유일한 생존자 황선우(도경수)가 달에서 맞게 되는 재난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시작 첫 분분은 밋밋하고 좀 심심합니다. UDT출신이라고 하는 막내 우주 대원 황선우는 어리버리 하기 짝이 없습니다. 저 상태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지요.
(그러나 그건 기우에 불과했어요. 선우역의 도경수는 잠시 후 달에서 조난 당한 선우 자체가 되더군요. 선우 역에 완벽하게 몰입한 것 같았어요. 극한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교신을 하며 길을 찾는 선우에게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유일한 생존자 선우를 구하기 위해 전임 센터장 김재국이 등장합니다. 김재국 역을 맡은 설경구가 화면에 나타나자마자 화면이 꽉 차는 느낌과 함께 영화가 본 궤도에 성큼 올라 갔습니다. 내공 있는 그 한 사람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지요.
달에서 생사를 오가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 선우에게 힘든 문제가 유성우처럼 빵빵 터집니다. 우주센터와 선우의 교신이 이어졌다 끊어졌다를 반복하는 것을 보며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간신히 교신이 되어 이제 해결이 되려나 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 교신이 끊기는 것을 보며 "또야?" 하는 마음이 살짝 들긴했지만 아바타2 에서 느꼈던 피로감이 전혀 없었습니다. 달에서 일어나는 리얼한 광경이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입니다.
전율에 가까운 감동은 SF( science fiction )가 살아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는 감독과 제작진이 과학적인 사실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수고를 아끼지 않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영화를 탄생시킨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까지 함께 차오르더군요. (인위적인 국뽕과는 차원이 다름)이 영화로 K-SF의 장을 여는 건가 싶을 정도로요.
도경수는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대규모의 세트 미술이 정말 상세하게 마련 돼 있었다. 덕분에 놀랄 만큼 몰입이 잘됐다. 우주선이 실물 크기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안의 작은 스위치나 버튼, 글자까지도 실제 우주선과 같았다. 외부의 물리적 충격이 있는 장면에선 실제로 우주선이 흔들리고 월면차를 직접 운전하기도 했다" 라고 하더라구요. 우주복은 당연히 실제와 같은 우주복이었다고 합니다.
영화는 수준 높은 인문학적 통찰을 보여주었습니다. 가령 우주선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은 황선우가 "저도 별수 없이 아버지(우주 연구원,5년 전에 우주선 폭발의 책임을 지고 자살)의 길을 따라 가네요." 하며 기력을 소진한 채 마지막 숨을 고르고 있을 때, 김재국이 황선우에게 선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힙니다. (출생의 비밀 아님)황규태가 죽은 것은 자기 때문이라고, 재국 자신이 선우 아버지를 죽게 했다며 5년 전의 선우 아버지의 죽음은 자기 탓이라고 합니다. 재국의 솔직한 죄 고백은 죽어가는 선우를 살려냅니다. 선우는 삶을 선택합니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디스 이즈 선우
메이데이 메이데이
디스 이즈 선우
선우는 죽을 힘을 다해 나사의 사령선에 교신을 합니다. 재국은 선우의 교신을 붙잡고 우주를 동원해서라도 선우를 살리고자 동분서주합니다.
재국은 NASA의 메인 디렉터인 윤문영 (김희애)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녀의 도움을 이끌어내지는 못합니다. 재국이 요청한 일은 나사에서 금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김재국의 진심을 이해한 윤문영은 나사에서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재국과 한마음이 되어 나사의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선우의 생명를 구하기 위해 우주 정거장의 나사 요원들을 설득하지요.
메인 디렉터인 윤문영은 요원들의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 호명합니다. "우리는 다 같은 우주인이고 선우는 우리의 동료다. 우리의 동료가 위험에 처해있다. 그의 생명이 여러분의 손에 달려있다."
자신의 직책을 걸고 마지막으로 명령 아닌 부탁을 합니다. 때 맞춰 강한별(홍승희)은 선우가 죽은 줄로만 아는 사람들에게 그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유투브로 알려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한 생명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나사의 활동을 제한하는 백악관도 어쩌지 못하게 합니다. 달에 고립된 황선우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세계인이 총동원되는 순간입니다.
선우는 나사 요원들 덕분에 도킹을 하게 되고 살아서 돌아옵니다. 선우가 살아서 돌아오자 전 세계인이 기뻐합니다. 한 생명이 살아 나는 것은 천하보다 귀한 것이기에 모두가 기뻐할 수 있었겠지요.
선우는 교신을 잘 했습니다. 위기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하는 교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교신은 소통과 동의어입니다. 도움을 청하는 교신, 즉 소통을 잘하면 살 수 있습니다.
선우를 통해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 는 속담에다 '달나라에서 조난을 당해도 교신만 잘하면 산다' 추가입니다.
청소년들이 이 영화를 많이 관람했으면 좋겠습니다. 도경수의 스팩터클한 활약을 보며 재미에 빠져든 친구들을 영화의 근간이 되는 과학(과학 기술,지구 과학)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옮겨 갈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입식으로 몇 시간 동안 학원 강의를 것보다 훨씬 재미있어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 아닐까요? 자기 주도 학습의 물꼬를 터 주기에 이만한 교재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나로 우주 센터, 소백산 천문대, 나사 유인 달 궤도선, 우주선 도킹, 우주선 내부, 달 착륙선, 월면차, 드론, 우주복, 유성우, 태양 흑점 폭발, 태양풍, 달의 표면, 달의 뒷면, 달의 온도,달 탐사 미션인 얼음 샘플 채취 등, 과학에 관한 이 같은 용어들을 스스로 공부하여 알게 되었을 때 우리 아이들의 자신감도 성큼 올라갈것입니다.
우리 아이는 과학에 관심이 없다구요? 걱정 붙들어 매셔도 된답니다. 선우, 재국, 문영이 시마다 때다마 선택한 결정에 관해 토론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입 달린 사람이라면 할 말이 무궁 무진 할 것입니다.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고양 시키기에 이보다 더 멋진 툴이 또 있을까요?
잘 만든 영화가 그러하듯 더 문은 엄청난 과학적 호기심과 인문학적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과학과 인문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입니다.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지 않아서 유감입니다. 그런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는 선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죽 쒀서 에먼 사람만 좋은 일 시키는 것 같지만 실은 해외에서의 흥행이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을 바라본다면 몹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약간의 무리와 어이없는 설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제 눈에는 애교로 보였습니다. 공들여 만든 영화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SF영화에 대해 좀 아는 지식으로 기존의 헐리우드 영화와 비교하며 깎아내리는 말을 믿고 외면하기에는 아까운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