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운트는 2023년 2월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주일 학교 학생들과 함께 단체관람을 했지요. 영화를 본 후에 감상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써 보았습니다.
얘들아, 카운트 잘 봤어? 영화를 보면서 이것저것 떠오른 생각들을 공유할게, 들어보렴.
시헌 선생님(전선규)과 윤우(성유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지. 실은 두 사람 뿐 아니라 등장인물 한사람 한사람 모두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시헌 선생님과 복싱 부원 뿐 아니라 시헌 선생님의 아내(오나미), 교장 선생님(고창석), 동네 친구 만덕과 만덕의 누나까지 중요하지 않은 역할이 없었던 것 같아.
시헌 선생님은 88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결승전에서 편파 판정 논란으로 사람들의 질타를 받게 되자 복싱을 그만두고 진해상업고등학교에서 체육선생님으로 있었어.
좋아하는 복싱을 그만 둘 수 밖에 없는 인생이 넘 고난이었을 거야.
그런데 우연히 고교 복싱 대회에서 승부 조작으로 기권 패를 당하는 윤우를 보게 돼. 자기처럼 편파 판정으로 억울함을 당하는 윤우를 데리고 와서 복싱부를 만들었어. 자신과 같은 고난을 당하는 한 사람을 살리는 데로 나갔다고 봐야지.
선생님은 편파 판정으로 복싱를 그만두긴 했지만 국가대표였잖아. 나무랄 데 없이 훌륭된 선수였지. 그러니 복싱에 관해서는 a부터 z까지 다 알지 않겠어.
선생님은 복싱부 학생들에게 기초 체력을 다지는 훈련부터 제대로 가르쳤어.
복싱부가 대회에 나가게 되고 윤우도 결승까지 올라가게 되지.
그런데 결과는 어땠어? 얘가 상대편 선수의 아버지의 입김으로 지게 돼. 두 번이나. 선생님은 그 일로 항의하다 소동을 일으키게 되어 복싱부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지.
시헌 선생님이 복싱부를 맡을 수 없게 되었으니 끝난 것 같잖아. 하기야 그러면 영화가 안됐겠지.
선생님은 떠나고 복싱부가 잠시 활동을 접기는 했지만 없어지지는 않았어.
환주가 복싱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윤우를 찾아갔어. "너에게 인정받으려고 권투를 했는데 너가 복싱을 그만두면 나는 어떡하냐고?" 라고 해. 덕분에 복싱부가 다시 뭉치게 되지. 자기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 복싱 공동체가 된 거지.
다시 뭉치자 이번에는 돕는 자가 나타났어. 맞아, 바로 교장 선생님이야.
교장 선생님은 권투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은 진심이었어. 교장 선생님의 응원과 함께 아이들은 시헌 선생님께 배운 대로 열심히 대회를 준비했어.
시헌 선생님도 이런 소문을 다 듣고 있었지.
시헌 선생님은 체전이 열리는 날, 제자를 응원하러 갔지. 시헌 선생님이 당사자인 윤우 보다 더 떨렸을 거야.
그런데 체육관 입구에서 보기 좋게 입장을 거절 당했어. 시헌 선생님은 편파 판정에 항의하다가 고소당해서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거든. 흠, 그렇다고 돌아설 선생이 아니었지.
선생님은 권투가 열리는 실내 체육관으로 들어가려고 체육관 주위를 빙빙 돌면서 틈을 찾았어. 그리곤 천장 아래 창문을 통해 비집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어. 선생님은 링 위에서 뛰고 있는 윤우와 함께 뛰었어. 허공 에다 잽을 마구 날렸지. 윤우 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면서 말이야. 그리고 소리 높여 응원을 해. 윤우는 자기와 함께 지붕 아래 데크 위에서 뛰고 있는 선생님을 봤어. 윤우는 선생님의 응원에 있는 힘들 다했지. 보기 좋게 케오 승을 거뒀잖아.
재미도 있었지만 그에 만만찮게 메시지도 강렬했던 것 같아.
해피엔드가 뻔한 클리세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는 없을 정도로 디테일이 세련되고 깔끔했어. 최고였어.
우리 모두는 삶이라는 링 위에 뛰는 선수라고 생각해. 복싱 부원들이 각자 다른 이유로 복싱을 하듯이 우리도 그렇다고 봐. 그러니까 링 위에서 싸우는 제자들에게 하는 선생님의 말은 우리 모두에게도 유효하지 않을까?
링 위에서 자신감이 넘쳐서 날뛰는 환주에게 선생님은
흥분하지 마라 나대지 말라 고 소리를 질러
제자는 그게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들어. 자기 멋대로 하다가 패하고 말았지. 그런데 패하고 난 다음이 중요해. 환우가 제대로 철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을 해.
윤우에게 "이번 시합을 통해 내가 약하다는 것을 알았어." 라고. 그러자 윤우는 더 멋진 말로 응수를 해.
환주야 너를 인정한다.개인적으로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해
왜냐면 사람이 제 자신의 약함을 알기가 어렵거든. 하는 일이 잘 되고 자기 일에 자신감이 붙은 사람이라면 더욱 힘들지
그리고 링 위에 오르는 겁 많은 제자 복안에게는
피하지 말고 맞으라고 해, 맞으면서 상대의 눈을 쳐다보라고 하지. 눈을 쳐다보며 계속 맞다가 결정적인 한방을 날리라고.
복안이 1승을 거두잖아. 자연스럽게 자존감과 자신감을 장착하게 됐지. 복안은 전처럼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진 않을 거야.
윤우는 결승전에서 싸우니까 센 상대를 만날 수밖에 없잖아. 선생님은 윤우에게 넘어져서 카운트가 시작되면 쉬라고 했어.
카운트는 쉬라고 있는 거라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나면 된다고 하더라고. 시헌 선생님이 이 말을 할 때, 우리도 인생을 살면서 넘어질 때가 많은데 그때는 잠깐 쉬면 되겠구나, 했어.
시헌 선생님의 동네 친구 만덕도 교장 선생님과 함께 깨소금 역할을 톡톡히 했어.교장 선생님과 함께 깨소금 역할 투톱이야.
시헌선생님은 친구에게도 진심이었어. 슈퍼 앞에서 하릴없이 뻘 짓을 일삼는 친구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라고 해, 의미 있는 일이 뭐냐고 묻은 친구에게 그의 누나가 쓸 데 있는 일이라고 해석해 줬어.아무리 부족해도 자기 수준에 맞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거잖아.
만덕이가 교장 샘과 함께 복싱 팀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서 도와 줬잖아.
이 세상에서 남을 도우는 일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
그 친구는 복싱부를 도우면서 진심 행복한 웃음을 활짝 웃어.
나 의미 있는 일 했지? 하면서 말이야
살 맛이 났을 거야.
진짜 감동적인 것은 또 있어. 윤우가 링에서 고군분투할 때 링 위에서 윤우 보다 더 열심히 뛰었던 선생님!
우리도 인생이라는 링 위에서 힘들고 고단할 때 나를 응원해주고 나와 함께 뛰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
우리한테 있잖아,
그러니 얘들아 힘을 내! 화이팅!!
박시헌선생님은 실제 인물로 1988년 서울 올림픽 결승전에서 판정승으로 금메달을 땄지만 판정 시비에 휘말려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하고 은퇴한 후 진해상업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재직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