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이혼 후 코우키는 뮤지션인 아빠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보모의 갑작스런 이혼으로 혼란스러웠던 코우키는 입시에 실패하게 되고 재수를 한 후에야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지요.
고등학교에 입학한 날 아빠는 코우키에게 편의점이랑 도시락 중에 뭐가 좋은지 물어봅니다. 아빠 도시락이 좋다는 코우키에게
-3년 동안 매일 만들어 줄게, 그대신 너도 3년 동안 빠지지 않고 학교 가는 거야.
-알았어 약속할게
-좋아, 약속이다.
이때부터 아빠의 도시락 미션이 시작됩니다.
아빠는 아침부터 창의력을 불태우며 도시락을 싸게 되고 첫 도시락을 완수한 후 인스타에 올립니다.
뮤지션인 아빠는 저녁 늦게 들어 오는 날이 잦습니다. 코우키는 아빠가 며칠이나 가나 보자 하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과음을 하고 아침에 들어온 날도 어김없이 아빠는 아들의 도시락 음식을 만듭니다.
'제철 음식을 맛있게 먹자.' 메모와 함께요.
어느날 코우키는 아빠가 야심작으로 만든 도시락에서 퍼져 나온 고약한 냄새로 인해 평소에 그를 은근히 싫어하던 친구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하고, 도시락 음식을 버리는 모습을 아빠에게 들키기도 합니다.
-도시락 양이 많았어?
-미안,아빠, 내일부터 도시락 안 싸줘도 돼
그렇다고 기죽을 아버지가 아닙니다.
아빠의 도시락 싸기는 계속되고 코우키의 여자친구 히로키는 코우키의 도시락 왕팬이 됩니다.
심지어 코우키의 도시락을 먹기 위해서 수업 시간을 참는 다고 하는 히로키입니다.
-아빠가 너를 엄청 챙겨주시네
-그런 게 아니라 그저 신난 것 뿐이야, 도시락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나 봐,내 기분 따윈 관심 없어
코우키는 아빠에 대한 감사보다 자기 마음 속 응어리가 더 커지요.
좋아하는 여학생을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한 코우키의 다이어트를 위해 아빠의 도시락은 다이어트 버전으로 화려하게 또 한번 변신합니다.
-다이어트 도시락은 양이 적으니까 쉬워 보일지 몰라도 더 어려워,색 조합, 영양 균형이라든지.
-남자도 다이어트 해?
-사랑에 빠졌으니까
짝사랑하는 여학생의 일로 낙심한 아들에게 아빠가 조언을 합니다.
-잘 될 거라고 생각하면 다 잘 되는 거야,
마음 상하는 일이 있어도 의기소침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
-아빠 인생이 잘 풀리는 건 아빠가 제멋대로 굴기 때문이야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니까, 다들 어쩔 수 없으니 맞춰 주고 도와주는 거라고,
엄마도 그렇고 나도 그래! 그러니까 잘 되겠지
코우키가 비로소 자기 마음속의 응어리를 거침없이 아빠에게 쏟아냅니다. 아빠는 한 방 제대로 두들겨 맞아 얼떨떨하지만 이 한 방은 좋은 징조가 됩니다. 그 때부터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회복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니까요.
아빠의 정성에 마음에 쌓아둔 견고한 벽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아들이 숨겨 두었던 상처를 드러냈습니다. 아빠가 최선을 다해 도시락을 싸준 덕분입니다.
정곡을 찌르는 돌직구는 아들에게서 그치지 않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여직원에게 아들을 함께 만나자고 용기를 냈는데 그녀는
-나는 당신이랑 같이 있으면 외로워져, 당신은 현재를 사는사람이니까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달까?
아빠는 우울합니다. 그렇지만 슬퍼할 틈이 없습니다. 공연도 해야 하고 도시락을 싸는 일도 멈출 수 없으니까요.
아들의 도시락을 위한 요리는 계속됩니다.
새우, 청 피망, 홍 피망을 볶고, 고추를 쇠고기에 싸서 굽고 조립니다.
요리만 하는 게 아닙니다. 다음 번 요리를 위해서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위생 비닐에 싸고, 연어 자반도 소분해서 냉동실에 착착 보관합니다.
현재밖에 모르던 아버지가 도시락을 싸면서 어느새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변했지요.
현재를 잘 사는 것이 미래를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 아빠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코우키가 고 3이 됩니다. 간단한 메모와 함께 여전한 방식으로 도시락을 준비하는 아빠입니다.
'고3 생활도 즐겁게! 봄의 도시락'
코우키는 입시를 앞두고 방황합니다. 고등학교 입시 실패의 악몽이 겹쳐서 일까요? 함께 바람도 쐴 겸 놀러 가자고 하는 친구들에게 "난 이미 입시에 찢기고 있다고, 1년 더 하는 건 사양이야, 더 이상 실패하면 안돼
내가 설 곳을 찾아야 해." 라고 하며 화를 벌컥 냅니다.
코우키는 처음으로 무단 결석을 하지요. 하지만 학교는 안 가도 배는 고픈 법이지요.
그 날도 어김없이 아빠가 싸 준 도시락을 먹습니다.
그리고 아빠에게 문자를 보내지요.
"미안 이제 집에 들어왔어." 문자의 내용이 많이 부드러워졌습니다.
무단 결석을 걱정하던 친구들에게도 미안하다고 사과합니다.
코우키는 다시 친구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습니다.
"계란 말이가 역시 맛있네, 비결은 뭘까? 육수가 다른가?"
하는 친구에게 코우키의 여친이 말합니다. "사랑의 맛이야."
아빠는 코우키와 하룻밤 보내고 싶다는 코우키 엄마의 부탁으로 고향 집을 찾아 갑니다.
고향집에서도 음식 만들기가 이어집니다. 이번에는 코우키 아빠 대신 코우키 할머니가 나섭니다.
할머니의 한 마디는 요리 고수, 나아가 인생 고수 답게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먹는 건 중요해,
만족스러운 음식을 매일 제대로 먹는다면
무슨 일을 하든 잘 될 거야."
아빠는 아들에게 도시락을 주며 자신의 엄마에게 들은 말을
따라 합니다.
-다 잘 될 거야.
-다녀올게
둘은 흐뭇하게 웃습니다. 아들의 발걸음이 여느 때와 달리 퍽 가볍습니다.
아빠도 출근합니다.
아빠가 아침에 아들에게 다 잘 되거야 라고 한 인사말이 아빠에게 먼저 실현됩니다.
현재밖에 모른다며 아빠의 고백을 거절한 여친이 이번에는 마구 웃으며 좋아하니까요.
아빠는 라이브 공연을 성황리에 끝낸 다음 날도 어김없이 도시락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그날은 특별합니다. 고 3의 마지막 도시락이기 때문이죠.
도시락을 여는 순간 코우키와 두 친구는, 3년 도시락의 집대성, 3단 도시락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마지막 도시락을 천천히 먹으며 아들은 드디어 눈물을 흘립니다.
아빠는 처음으로 아빠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합니다.
"도시락 고마워,맛있었어,대학 합격하면 또 부탁할게."
아빠는 한 참을 생각한 후에 입을 열지요.
"대학가면 친구랑 학식 먹는 게 나아,
그런 시간도 소중하거든
아들은 웃으며 대답합니다.
"응."
그리고 덧붙입니다.
"전부 잘될 것 같아."
도시락을 준비하며 아빠는 직장 생활과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인정을 받게 되고 아버지로서의 자리를 찾으며 생활에 활기를 얻습니다. 뿐만아니라 그동안 아버지의 역할에 소홀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되고 아들과의 관계도 회복합니다.
아빠가 아들에게 계란 말이가 지겹지 않으냐고 물으니, 아들은 맛있는 것은 언제나 맛있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아빠가 계란 말이를 맛있게 만들기 위해 프라이팬의 재질까지 연구를 하며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지요.
코우키도 도시락으로 인해 친구들의 관심을 받으며 힘들었을 고등학교 생활을 잘 해나가게 됩니다.
코우키 여자친구의 대사, "도시락은 사랑이야." 처럼 아버지에게 도시락은 아들에 대한 사랑의 표현 그 자체였습니다. 아들은 3년 동안 이어진 아빠의 사랑에 마침내 치유를 받으며 성인으로 성장하지요.
영화 중간 중간 아빠의 공연을 보는 재미도 남다릅니다. 실제 가수이기도 한 코우키 아빠 역의 이노하라 요시히코의 노랫말도 영화의 전체적인 메시지와 닿아있어 진한 감동을 주지요.
아 참, 도시락 반찬의 비쥬얼과 영양조합을 눈 여겨 본다면 도시락을 준비할 때 많은 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가을처럼 풍성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