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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홍소금 Oct 14. 2023

카모메 식당 - 집밥이 통했다

카모메 식당(2006)은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가 핀란드의 헬싱키에 차린 식당입니다. 식당 이름은 뒤뚱뒤뚱 살찐 갈매기가 마음에 들어서 갈매기라는 뜻의 카모메로 지었습니다.



식당을 차리고 손님의 수가 0인 날이 계속되었지만 사치에는 헬싱키에서 자신의 가게를 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쁩니다.

그녀는 손님이 있건 없건 하루 종일 바삐 움직입니다. 그릇과 커피 잔을 다시 배열하고 테이블과 바닥의 얼룩을 정성껏 닦아냅니다.  



누가 제일 먼저 가게를 알아보고 와줄까?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온 첫 손님은 일본 만화의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청년입니다.

-커피 주세요.

-우리 집 첫 손님이니까 기념으로 커피 값은 안 받을게요.

독수리 오 형제를 좋아하는 일본 덕후, 토미는 카모메 식당의 단골 손님이 되어 날마다 찾아와서 공짜 커피만 마시지요. 사치에는 그런 토미에게 한결같이 친절합니다.



사치에는 토미가 좋아하는 만화 영화의 주제가를 알려주고 싶은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아 서점으로 갑니다. 거기에서 뜻밖에 독수리 오형제의 주제가를 알고 있는 일본인 여행객 미도리를 만나게 되지요.



미도리(카타기리 하리리)는 카모메 식당의 일을 돕습니다.

손님이 없는 식당을 보며 미도리는 조심스럽게 제안을 합니다. 헬싱키 안내서에 광고를 실어 보는 게 어떠냐고요.

일식 하면 초밥이나 정종밖에 모르는 사람은
우리 가게 분위기 하곤 안 맞는 거 같아요
여긴 레스토랑이 아니라 동네 식당이에요
근처를 지나다가 가볍게 들어와 허기를 채우는 곳이죠



 

카모메 식당과 의기 투합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다. 마사코(모타이 마사코)입니다. 마사코는  핀란드에 도착한 날 여행 가방이 제때에 도착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을 때 우연히 카모메 식당으로 오게 되었지요.



사치애는 옛날 식당처럼 이웃 사람들이 와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음식은 소박하지만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만한 가게를 만드는 게 꿈이었습니다. 핀란드 사람들이라면 소박해도 맛있는 음식을 왠지 알아 줄 것 같아서 핀란드에서 식당을 차렸던 것이고요.


 

사치에는 12살 때 엄마가 돌아가셨습니다. 합기도 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엄마의 장례식에서도 "인생 모든 것이 수행이다."라고 하며 "사람들 앞에서 울지 마라" 고 합니다.


그런 아버지가 중학교 3년 동안 소풍과 운동회 날 만큼은 도시락을 손수 싸주었습니다. 아버지가 싸 준 투박한 오니기리는 사치에에겐 최고로 맛있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다 처럼 배가 고플 때 먹는 음식이 최고로 맛있는 법입니다. 아버지가 손수 만들어준 오니기리는 외롭고 힘든 사치에의 허기진 마음을 채워주었습니다. 오니기리에 담긴 아버지의 사랑이 가뭄으로 갈라진 땅에 물 한 바지처럼 그녀에게 최고로 달고 최고로 맛있는 음식이 된 것이지요.



카모에 식당의 기본 메뉴는 오니기리입니다.  

사치에는 근처를 지나다가 들어온 사람들이 소박하지만 제대로 된 한 끼를 먹고 허기를 채울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다고 하지요.



어떻게 핀란드에 오게 되었냐는 사치에 씨에게 미도리는

어디든 떠나고 싶었어요
꼭 떠나고 싶었어요 세계 지도를 펴 놓고 눈을 감고 쿡 찔렀는데 눈을 떠보니 핀란드였어요



사실 미도리는 그 때까지 자신을 장악하려는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하며 착한 딸로 살았습니다.그런 미도리가 자신의 레일에서 벗어나고 싶어 전혀 생각도 못한 나라로 온 것이었습니다. (원작 책 내용 참고) 사치에가 정성껏 지은 밥을 차려줄 때 미도리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치에의 따뜻한 집 밥 한 끼기 미도리에게 더 없는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요? 소박하지만 맛있는 집 밥 한 끼가 그녀에게도 백 마디 위로의 말보다 나아 보입니다.



마사코은 20년 동안 보살폈던 부모님이 차례로 돌아가시고 나서 자신을 묶고 있던 20년의 족쇄가 풀렸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느닷없이 남은 재산을 동생들에게 빼앗기고 말았지요(원작 책 내용 참고)우울한 마음에 기분 전환 삼아 핀란드 여행을 온 참이었습니다.마사코는 카모메 식당의 단골 손님 토미의 소개로 숲을 알게되고 거기서 버섯을 따며 억눌린 마음을 치유 받습니다.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와 토미까지 각자의 아픈 사연이 카모메 식당에서 치유를 받고 한 솥 밥을 먹는 식구가 되었습니다.

한 데 뭉쳐 오고 가는 이웃들의 허기를 채워줄 준비를 완료합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리사 입니다.


어느 날 남편이 떠나버리고 아끼던 반려견 까지 죽어버려 마음 붙일 곳이 없는 아주머니입니다.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게 더 급해 보입니다. 리사는 처음에 집과 가까운 식당에 쉽게 들어 오지 못하고 식당 안을 유심히 봅니다.



그러다가 식당에 들어와 술을 마시고 쓰러집니다. 리사를 돕기 위해 카모메 식구들은 자신들에게 숨겨져 있던 능력을 발휘하며 리사를 돕습니다.

토미는 리사를 집까지 업고 갑니다. 마사코는 20년 동안 부모님을 보살폈던 돌봄 실력으로 리사에게 응급처치를 해주고 리사의 마음까지 달래줍니다. 카모메 식당 식구들의 도움으로 리사는 심신을 회복합니다.



마티 아저씨는 카모메 식당의 이전 주인입니다. 커피엔 진심이지만 사람들과 소통에는 완전 젬병이 이지요. 자신이 두고 간 커피 분쇄기를 가져가겠다는 말 한마디를 못합니다. 그는 식당 문을 닫은 날 기계를 훔치다가 카모메 식당 식구들에게 들키고 맙니다.

식구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카모메 식구들은 마티의 허기를 당장 알아봅니다. 오니기리 만들기에 착수하지요. 금세 한 바구니 뚝딱 완성입니다.

그게 뭐예요 묻는 리사에게

고향의 맛이지요.


집밥은 고향의 맛이기도 하지요.

사치에의 집밥이 마티씨에게도 통했습니다

분쇄기를 가지고 가는 마티의 발걸음이 경쾌합니다. 마음의 허기까지 채웠나 봅니다.


미도리와 사치에의 대화입니다.

-조용하지만 친절하고 언제나 여유로운 사람들, 핀란드 사람들은 다 그런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에요

-어디에 가든 슬픈 사람도 있고 외로운 사람도 있는 법 아니겠어요?



사람들의 허기를 채워 주려면 건강도 필수이지요. 사치에는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합기도의 기본 동작으로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수영도 열심히 합니다.


리사가 사치에에게

가게는 당신이랑 닮았어요.

하네요


사치에 당신이 따뜻한 집밥 자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밥이 되어 힘든 이웃들의 심신의 허기를 채워주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한 사람을 볼 수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



가 쓰는 글도 누군가의 허기를 채워주는 따뜻한 집 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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