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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홍소금 Sep 15. 2023

바베트의 만찬, 사랑의 향연을 베풀다

영화는 주님의 길은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바다 너머에도 눈 덮인 산봉우리에도 이어져 있습니다. 라고 시작합니다. 주님의 길은 한계가 없다고 암시하고 있네요.



귀족자제로서 못할 것이 없는 로렌스는 여기(덴마크의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마티나와 사랑을 이루지 못하자 난생 처음 이 세상에서 자기가 어쩔 수 없다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게 됩니다. 이 경험 이후로는 자신의 본분에 맞게 잘 살아갑니다.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이지 모르겠습니다.



바베트는 프랑스의 카페 아글레의 수석셰프입니다. 남부러울 것 없는 그녀였지만 전쟁 통에 남편과 아들을 잃었습니다. 인생에서 사람의 길은 로렌스도 그렇고 바베트도 그렇고 인간의 능력 밖입니다.



바베트는 프랑스에서 모든 것을 잃고 절망가운데 있을 때 한때 필리파와 사귈 뻔했던 오페라 가수 파핀의 소개로 덴마크의 작은 바닷가 마을로 필리파 자매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자매와 함께 마을사람들을 돌보며 살고 있습니다.

바베트가 필리파 자매와 함께 한지 14년째에 바베트는 1만 프랑의 복권에 당첨됩니다. 복권에 당첨된 바베트는 자매의 아버지인 돌아가신 목사님의 100주년 생일을 기념하는 저녁식사를 손수 준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바베트가 준비하는 식재료(거북이, 메추리, 와인)를 보고 마을사람들은 악한 힘에 의해 벌어지는 위험스런 상황이라고 규정하지요. 그들은 인간의 본성을 외면하고 율법을 최고로 여기며 선한 행위로 외양을 포장하며 자신도 속고 남도 속이는 줄을 모르고 살아왔기에 자신들의 잣대로만 판단합니다.



음식에 대해서 미리 함구하기로 약속한 사람들은 카페 아글레의 수석셰프가 만든 최고의 음식을 먹으면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식사를 하며 "맛있어 미치겠어." 라는 말을 허벅지를 꼬집으면서까지 참아 내더라구요. 마을 사람들이 엄청난 고역을 감수합니다.

그날 초대된 로렌스 씨가 마을 사람들의 외식(外式)의 벽을 깨는 솔직한 감탄사를 터뜨립니다.

“이거 최고네요!”

솔직한 사람 1명 더 추가요. 바로 로렌스네 마부입니다.

“이건 1860년산 뵈브 클리코가 확실합니다”

두 사람의 솔직한 찬사에  외식(外式) 대마왕 숙모가 대답합니다.

“저도 내일 눈이 내릴거라고 확신합니다”

로렌스 씨는 멈추지 않습니다.  

“맛있어시지요 숙모님?”

“그래 돌풍이 잦아 들었단다”

마을사람들과 로렌스 씨의 숙모는 동문서답을 남발하면서

음식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회피합니다.

식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경건하지 못한 행위라는 생각에 젖어 있기 때문입니다.



로렌스 씨는 카이유 엉 사코파쥬라는 요리를 먹으며 이전에 프랑스에서 먹어 봤다고, 위대한 천재 요리사만 만들 수 있었던 바로 그 맛과 똑같다고 말합니다.

바베트가 그제서야 고백을 합니다.

“한때 저는 카페 아글레의 수석 쉐프였어요”



마을 사람들은 그제야 마음의 빗장을 풀고 최고의 요리를 즐기기 시작합니다. 마음의 문이 열린 마을 사람들은 비로소 자유롭게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 놓기 시작합니다. 경건으로 포장한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입니다.

“너 나한테 목재 팔면서 사기 쳤지?”

“그래 친구 니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속였어”

“진작부터 알았어”

“근데 사실 나도 너한테 사기쳤거든”

“그런데 넌 전혀 모르더라고”

“그럴 만 하군”

꼭꼭 감춰 두었던 자신들의 치부를 솔직하게 드러내며 크게 웃고 떠들며 즐겁게 파티를 즐깁니다.



로렌스 씨는 말합니다. 녀가 사랑의 향연으로 만들었고,

이 사랑의 향연은 육체적 욕구와 영적인 욕구 사이에

구별이 없도록 만들어 버렸다고요.

바베트의 섬김으로 이 마을에 영육이 하나로 일원론이 되는 축복이 임합니다.



파티가 끝난 뒤 필리파 자매가 바베트에게 말합니다.

“가진 모든 것을 우리를 위해 사용해선 안 되는 거였어

이제 남은 인생을 가난하게 살아야 돼“



그러자 바베트가 대답합니다.

“예술가는 결코 가난하지 않아요.”



예술가는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며 남을 위해 이타적으로 섬기는 사람은 결코 가난하지 않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항상 줄 것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바베트는 복권 당첨금 1만 프랑을 마음사람들을 위해 몽땅 다 썼습니다. 뿐만 아니라 셰프로서 최고의 노력으로 만든 최상의 요리를 마을사람들과 자신을 위해 바쳤습니다.

바베트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바베트의 섬김이 얼마나 수준 높은 섬김인지 모르겠습니다. 바베트의 섬김으로 마을사람들은 드디어 자신들이 정한 견고한 율법의 틀에서 해방되어 진정한 축복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이 영화는 1987년 작품으로 오스카 상 수상작입니다.우리나라에서는 1996년에 개봉하였다고 해요. 감독은 가브리엘 악셀입니다. 오래된 영화지요. 헌신과 희생과 섬김, 자유와 기쁨이 어떻게 서로 만나는지를 가르쳐 주는 좋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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