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홀리데이 - 우리의 연말도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2006년에 개봉했으니 한참 된 영화지만 남자 주인공 로드 주씨의 말처럼 영화는 매우 사실적이면서 재미있고 현대적이라 지금 보아도 세월의 흔적으로 인한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언제 봐도 븥링블링하지요. 이처럼 고퀄의 영화가 된 데는 배우들의 공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만다역의 카메론 디아즈, 아이리스역의 케이트 윈슬렛, 그레엄역의 주 드로, 마일스역의 잭블랙,그들이 연기하는 인물들의 분노와 절망, 기쁨과 행복이 실제 상황처럼 리얼하지요.
동화 같지만 동화 같지 않은 그들의 로맨틱 홀리데이의 현실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아만다와 아이리스의 연애는 전혀 로맨틱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암울하지요.
아만다가 먼저 등장하네요.
아만다는 영화의 예고편을 만드는 영화 광고 회사의 사장입니다.
그녀는 일중독입니다. 남친의 팩폭입니다.
너는 올해 예고편 75편을 제작했어 아예 편집실에서 살잖아.
아만다는 그녀의 유능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수영장이 딸린 넓고 멋진 집에서 삽니다.
모든 것을 갖춘 아만다이지만 딱 한 가지 맘대로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맞아요, 바로 남친입니다.
함께 일하고 함께 사는 남친은 그녀의 모든 걸 이해하고 항상 곁에 있어줄 것이라 생각했죠.
그러나 같은 일 중독자라도 남친은 그녀와 생각이 달랐습니다.
남친은 회사의 나이 어린 안내 데스크 직원과 바람을 피웠습니다. 아만다는 즉시 남친을 자기 집에서 쫓아냅니다. 함께 살던 남친이 떠났는데도 그녀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습니다.
사람보다 일 중심인 그녀는 인간관계도 업무 처리 하듯 하는 것이지요.
남친과의 관계를 무 자르듯 정리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우리 몇 주일 푹 쉴까?
난 여길 벗어나야 돼,
평화가 필요해.
다들 그래서 여행 가잖아.
신문사에서 인기 웨딩 칼럼을 연재하는 아이리스는 로즈힐 하우스에서 삽니다.
런던에서 4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한적한 교외에 있는 소박하고 아담한 오두막이지요.
출 퇴근은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아이리스의 연애는 그녀의 집과 닮았습니다. 비효율의 극치입니다. 3년 동안이나 직장 내의 바람둥이를 짝사랑 했으니까요.
-널 사랑한다고 한 적은 있어?
-응, 세 번 거의 네 번.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아이리스에게 남친은
자기는 왜 이렇게 멋져?
여전한 방식으로 썩소와 립서비스를 날리지만 잠시 후에 직장 내의 다른 여직원과 결혼을 발표를 합니다. 그의 결혼 발표에 충격을 받은 아이리스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휘청거립니다.
정신을 차리고 딱 끊어야 하는데 아이리스는 그러지 못합니다.
아이리스는 자신의 오두막에서 통곡을 합니다.
통곡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그놈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일까요? 아니면 여태 가스라이팅 당하며 끊어내지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울분일까요? 아무튼 아이리스의 오두막과 아이리스는 일체가 되어 함께 울부짖고 흐느낍니다.
.
어쨌거나 아만다와 아이리스는 실연을 당했습니다. 그것도 크리스마스 연휴 직전에요.
실연은 청춘이 겪는 일생일대의 고난 중에 하나이지요. 일생 최대의 킬러 문항일 겁니다.
현실에서 이런 일을 당한다면 청춘의 대부분은 우울을 동반한 방황을 적잖이 겪지 않을까요? 어떤 이는 회사도 때려치우고 굴을 파고 들어가 최소한 한 달은 폐인처럼 지낼지도 모릅니다.
상대방에 이를 갈다가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소리도 질렀다가, 그래도 한 번만 만나 보고 싶었다가 그때는 진심이었을거야 하며 자신을 위로하며 끝나버린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몸부림 치겠지요.
아만다와 아이리스의 로맨틱한 휴가도 이처럼 그녀들의 청춘 사업이 폭망해 버린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그녀들은 곧바로 2 주간의 휴가를 떠납니다.
아만다는 영국의 작고 아담한 아이리스의 집으로
아이리스는 LA에 있는 럭셔리한 아만다의 집으로요.
말 그대로 홈 익스체인지입니다.
이들의 앞에 어떤 로맨틱한 일이 펼쳐질까요?
아만다는 런던 교외의 아이리스 오두막으로 가는데 애를 먹습니다. 택시가 집 앞까지 가지를 못해서 캐리어 두 개를 끌고 한참을 죽을 둥 살 둥 걸어가야 했습니다. 자기가 살던 세상과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난 것이죠.
생각보다 마음에 들지 않고 심심합니다. 아만다는 이튿날 떠날 결심을 하지요.
한편 아이리스는 아만다와 정반대입니다.
택시가 문 앞까지 데려다 줍니다. 대문 앞에서 벌써 눈이 휘둥그래집니다. 벌써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집안에 들어간 아이리스는 좋아 죽습니다. 일단 수영으로 몸을 풀어 주십니다.
이런 굉장한 집에서 2주일을 보낼 수 있다니 대박입니다.
불편한 집이 걸렸든, 대박을 맞았든 내 집이 아니므로 집주인과 연관된 사람들의 방문은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아만다가 심심한 밤을 보내고 있는데 아이리스의 오빠가 불시에 방문합니다.
술이 약간 취해서요.
아만다는 그에게 첫눈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긴 했지만 떠나려고 계획한 터라 원나잇으로 깔끔하게 끝내려고 합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납니다. 아이리스의 오빠 그레엄은 아만다의 단 한 가지 약점에 대해 최고라고 찬사를 보냅니다.
남친에게서는 절대 인정받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말입니다.
아만다는 아만다는 떠나려고 하던 마음을 접습니다.
일밖에 몰랐던 아만다의 눈에 비로소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아만다의 저택에 있게 된 아이리스는 신이 납니다.
아이리스에게도 집주인과 연관된 사람이 찾아욎요. 아만다의 남친이 두고 간 노트북을 찾으러 온 직원 마일스입니다. 마일스는 밝고 순수한 아이리스에게 끌립니다. 아이리스도 전 남친과는 달리 평범하고 유머가 있는 마일스가 편하지요.
그렇지만 마일스는 자기가 좋아하는 여친이 있습니다. 배우이지요.
아이리스는 차를 타고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워커(보행기)에 의지해 걷고 있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도와 주게 되는데 알고 보니 아만다 옆집에 살고 있는 한 때 잘 나가던 시나리오 작가 아더입니다.
그녀는 아더와 금세 친해집니다.
아더도 친절하고 마음 따뜻한 아이리스를 제대로 알아봅니다.
영화엔 여주인공이 있고 조연이 있소.
당신은 여주인공이야
그런데 왜 자신을 조연 취급해?
아이리스는 아더의 집에서 아더가 자기 자신을 송장이라고 하면서 시나리도 작가인 자신을 기념하는 행사의 초청을 수차례 거부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워커에 의지해서 송장꼴로 거길 왜 가?
관심 없어 절대 안 가.
-이건 큰 명예에요,
운동을 조금만 하시면 혼자 충분히 걸으실 수 있어요,
제가 그날 파트너로 동행해 드릴게요.
아이리스는 아더가 보행기에 의지하지 않고 당당하게 걸을 수 있도록 수영장에서 걷는 연습을 시킵니다.
아이리스와 마일스는 아만다의 동네 사람들(주로 노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던 중 마일스의 여친이 함께 공연하는 배우인 남자에게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아이리스는 상처 받은 마일스에게 자기가 당한 얘기를 나눠 줍니다. 마일스에게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아이리스
는 비로소 이전 남친과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보게 됩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확실하게 끊을 결심을 하게 되지요. 나눔의 제일 수혜자는 역시 나누는 사람 본인입니다. 그러니 결과는 양쪽이 함께 살아나는 윈윈이지요.
아이리스는 마일스와 함께 아더를 위한 기념 행사에 참석합니다.
아더는 행사에 모인 참석자들의 환호에 멋지게 화답합니다.
자신을 송장이라고 하던 아더가 활기와 유머를 되찾았습니다. 아더에게 이보다 더 로맨틱한 일이 또 있을까요?
그레엄은 사실 두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처지인지라 아만다를 좋아하지만 쉽게 다가오지 못합니다. 아만다는 아만다 대로 잠시 후면 휴가를 끝내고 떠날 것이기에 마음이 복잡합니다.
평소의 아만다라면 휴가는 휴가일 뿐이라며 비행기를 탔겠지만 그러지 않습니다. 아만다는 그레엄을 생각하며 비로소 눈물을 흘립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회복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레엄의 집이지요.
그레엄과 두 딸과 아만다, 아이리스와 마일스가 송년 파티를 합니다. 로맨틱 홀리데이의 절정입니다.
우리의 크리스마스와 연말도 이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