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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 선한 행동은 또 다른 선한 행동을 낳는 법

by 분홍소금

벌써 12월입니다. 춥고 손발이 시리고 마음까지 시릴 법한데도 그렇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로 인한 기분 좋은 설레임과 즐거움, 행복과 사랑이 한파에 훈풍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애니메이션은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보내고 착하게 지낸다면 선물을 받게 되는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 되었는지에 관해 보여줍니다.




드러난 주인공은 제스퍼입니다. 제스퍼는 왕립우편사관학교의 생도입니다. 아버지는 우정 공사 총재님이지요. 제스퍼는 사관학교에서 가르치는 분류 정리, 통신용 비둘기 관리 및 취급, 취급주의 물품

운반 같은 것에 도통 관심이 없습니다.

한창 승마 훈련을 받는 시간에 혼자 노닥거리고 있네요. 교관이 와도 꿈쩍도 안 합니다.




제스퍼의 아버지는 이런 아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합니다.

내가 아무 목적도 의미도 없는 공허한 특권층의 삶으로 되돌아가게 놔둘 줄 알았느냐?




아버지는 스미어렌스버그에서 1년 동안 편지 6천 통의 소인을 직접 찍지 않으면 상속권을 못 받을 거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제스퍼가 아무리 사정을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심지어 교관도 과하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제스퍼는 할 수 없이 스미어렌스버그를 향해 떠날 수 밖에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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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와 배를 타고 간신히 들어간 스미어렌스버그는 온통 회색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보이는 것은 부서지고 망가진 집들과 오물을 뒤집어쓴 벽들과 무표정한 아이들 뿐이지요. 엘바선생님은 이곳을 세계적으로 대단한 다툼의 고장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어른들입니다. 엘링보 가문과 크럼 가문이 서로 원수가 되어 보기만 하면 못 잡아 먹어 안달이지요. 어른들은 원수의 자식 놈과 사이좋게 지낼까 봐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도 않습니다.




아무도 제스퍼를 반겨주지 않습니다. 도리어 심술궂게 굴기만 하지요.

제스퍼는 눈바람이 들이 치는 곳에서 잠을 자야 했습니다. 최악입니다. 무엇 하나 견딜만 하지 않았지만 제스퍼는 떠날 수 없습니다. 상속권을 받기 위해 아버지가 내린 미션을 수행해야 하지요.


나한테 필요한 건 편지야!


동네 사람들은 상대 가문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만 가득합니다. 의사소통이 필요 없으니 편지 쓸 일도 없지요. 제스퍼가 동네에 있는 편지함을 다 뒤졌지만 편지함에는 먼지만 폴폴 날립니다.

그런데 그 때 한 아이가 나타납니다.


제 그림 좀 돌려 주실래요? 바람에 날아가 버렸어요.



제스퍼는 그림을 돌려 달라는 아이에게

우편으로 부쳐줄 순 있다고 하며 최초로 편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봉투에 집어 넣은 다음 우표를 붙이면 돼,

나한테는 편지가 생기고 너는 그림을 받게 되잖아, 윈윈이지



어떻게 하면 편지 6000통을 달성할 수 있을까? 제스퍼는 편지를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

제스퍼는 산지기 클라우스의 오두막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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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산지기 클라우스와의 첫 만남은 훈훈하지 않습니다.

계신가요?


집안은 천정에서 고드름이 떨어질 정도로 꽁꽁 얼어 있습니다. 그런데 한 발을 더 들여놓으니 뜻밖에 그 곳에는 장난감들이 가득합니다.

거대한 몸집을 한 오두막의 주인인 산지기 클라우스가 도끼를 들고 나타나자

제스퍼는 혼비백산해서 도망을 가지요. 정신없이 달아나다가 우편함에 넣어주기로 한 아이의 그림을 떨어뜨립니다.



산지기 클라우스는 제스퍼가 떨어뜨린 그림을 한참 동안 쳐다봅니다. 그리고 제스퍼에게 그림의 주인공에게 선물을 전해주라고 해요.




오호, 편지와 선물이라! 제스퍼의 눈이 반짝입니다.

제스퍼는 아이들을 찾아 나섭니다.

새 장난감을 갖고 싶니?

그냥 클라우스씨에게 편지를 써.

편지는 슬픈 내용이 좋아.




제스퍼는 아이들이 쓴 편지를 싣고 클라우스의 오두막을 찾아갑니다.

불쌍한 어린 생명들이 선물을 받고 얼마나 기뻐할 지 생각해 보세요.

클라우스에게 아이들의 편지를 읽어줍니다.




-가지고 놀 게 막대기와 돌밖에 없어요. 참 슬프네요.

-패티의 인형은 너무 오래되었어요. 패티가 저한테 가져왔을 땐 부서진 상태였죠.




한밤중에 제스퍼는 클라우스와 함께 아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합니다.

굴뚝을 통해 들어간 제스퍼는 아이들의 머리 맡에 클라우스가 만든 선물을 놓습니다.




아이들이 편지를 들고 제스퍼를 찾아 오기 시작하지요.

그런데 글씨를 쓸 줄 모르는 아이들은 편지를 쓸 수가 없습니다.

제스퍼는 글씨를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 선생님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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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 양반, 날 좀 내버려둬 난 여기서 5년이나 썩었다고, 이제 빠져 나가기 바로 직전이라고.

제스퍼는 물러설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적절한 교육도 못 받고 방치돼 있더라고요.

내 말은, 우리가 할 일 아닌가요? 왜 선생님이 됐어요? 그래서 변화를 일으켰나요?




가는데 마다 클라우스와 장난감 얘기 뿐입니다.

제스퍼는 전날에 그에게 눈뭉치를 던진 악동이 걸어둔 양말에 석탄 덩어리를 넣어두기도 합니다.

너같이 심술궂은 악동은 클라우스씨에게 장남감 못 받아,

클라우스씨에겐 명단이 있어, 말썽꾸러기 명단이라고 부르지.




아이들이 착한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클라우스 씨에게

저는 오늘 집 앞 거리의 눈을 모두 치웠습니다. 착한 일 한 거 맞죠? 저를 말썽꾸러기 명단에 올리진 말아주세요.

-오늘 저와 오빠는 엄마를 도와 집안일을 했습니다.

-제가 오늘 한 일은 루나 아줌마의 베리 열매를 훔치지 않고 다 따서 드린 거예요.

아줌마는 나중에 우리 집에 오셔서 베리잼을 많이 주고 가셨어요

그 다음엔 엄마가 아줌마에게 베리 파이를 드렸죠




아이들이 착한 일을 하자 어른들도 변합니다.

-빵집 아저씨가 이제는 엘링보 쪽에도 케이크를 판대요.

반죽 같은데 면도날도 안 넣고요

-그렇다니까요 식사 모임이 생기고 벼룩시장까지

다들 정신이 나간 것 같아요




그런데 유독 크럼 가문과 엘링보 가문의 대표들만 선한 영향을 싫어합니다. 평화보다는 자신의 지위와 존재감을 상실할까봐 자기 편 사람들을 선동합니다.

우체부와 장난감 만드는 영감이 모두를 세뇌시키고 있어,

두 가문이 휴전을 하고 힘을 합쳐서 두 사람과 맞서 싸워야 한다며 마을에 찾아온 평화를 깨기 위해 악수를 합니다.




제스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해 클라우스씨가 장난감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공방을 만들었습니다. 기어, 톱니, 시계 태엽, 대패와 같은 도구들도 갖추었습니다.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에 일어나면 벽난로 옆에 새 장난감이 있다는 것을 알거예요.

좀 더 멋진 하루로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겠어요? 꼬마들의 행복한 얼굴을 생각해 보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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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가 어쩐 일인지 장난감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합니다.

제스퍼는 직접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클라우스는 대패질을 하다가 잠든 제스퍼를 보며 다시 대패를 손에 쥡니다.

그리고는 지금은 곁에 없는 아내 리디아 얘기를 해 줍니다.




우린 아이를 원했어, 많이 낳고 싶었어, 뛰어 다니고 웃고 사고도 치는 애들 말이야

우린 기다렸지, 난 태어날 애들을 위해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했어

하지만 아이는 태어나지 않았어, 리디아가 병에 걸렸지. 리디아가 죽은 후

정신이 나가 있었던 거 같아.

그런데 자네가 나타났어. 장난감이 아이들에게 가져다준 기쁨을 보여줬어.

크리스마스 계획 말이야, 장난감을 만드는 거야, 리디아도 원했을 법한 일이야

그럼 정말이지, 그리고 연간 계획을 짜서 내년에는 다른 마을로 넓히자고

그 다음 해는 더 넓히고.




클라우스가 원대한 계획을 말하고 있는데 제스퍼의 아버지가 제스퍼를 데리러 왔습니다.

널 바로잡는데 약간의 고난이 있으면 도움이 되겠다 싶었지

스미어렌스버그에 우편 서비스를 도입했잖니?

이건 인정해야 되겠다. 네 미래는 보장되어 있다




스미어렌스버그를 벗어나 도시의 일상을 그토록 꿈꾸던 제스퍼가 전혀 기뻐하기 않습니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오히려 침통합니다. 선장이 닻을 올리며 말합니다.



우체부가 여기 들어오던 날보다 더 비참한 표정으로 배에 타는 건 처음이에요.



크럼과 엘링보가 나타나서 아이들이 서로를 미워하던 옛날로 돌아가게 하려면

애들을 꼬실 장난감이 하나도 없어야 된다고 하며 제스퍼와 클라우드가 준비한 장난감을 모두 파헤쳐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뜨리고 맙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사라진 선물은 가짜였습니다.

엘바 선생님이 아이들이 부모가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얘길 듣고 미끼용 선물포장을 만들었던 것이죠.



스미어렌스버그는 계속 좋아졌어요

제스퍼도 아버지와 떠나지 않고 스미어렌스버그에 남아서 엘바와 결혼도 했지요

매년 크리스마스 때가 다가오면 편지는 산처럼 쌓였어요

클라우스와 계획했던 대로 활동 폭을 넓혔지요. 더 많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장난감을 주기 위해 더 많은 마을로 가지요.



재스퍼를 보면 오도 가도 못하는 궁지에 몰렸을 때,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숨어 있는 재능을 발견할 수 있겠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지요.

재스퍼는 아버지 덕으로 그저 좋은 집에서 잘 먹고 잘 살뻔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아버지가 내쫓은 덕분에 편지 6000통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인 결과, 한 마을을 변화 시키게 되었습니다.

제스퍼는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낙심하고 주저 앉는 대신 사람들을 설득했습니다. 동기부여의 핵심 내용은 이타적인 행실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착한 행동을 해야 선물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에게는 선생님의 본분을 일깨웠지요

상처로 인해 마음이 닫혀버린 클라우스에게는 그가 만든 장난감 선물을 받은 어린이들의 즐거움과 행복에 대해 말해 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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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받기 위해 한 아이들의 착한 행실이 선생님과 클라우스와 어른들에게 덩달아 이타적인 행동으로 나갈 수 있게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기쁘고 행복하게 해 주려다가 엘바선생님은 제스퍼와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클라우스는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고 산타클로스가 되었지요. 이타적인 행동의 가장 수혜자는 바로 그들 자신이었지요.



선한 행동은 또 다른 선한 행동을 낳는 법

클라우스가 한 말을 제스퍼가 따라 하기도 했지요.

애니메이션의 주제를 담고 있는 대사입니다.




애니메이션에 나온 한 컷 한 컷이 크리스마스 카드 그림보다 훨씬 멋집니다.

눈으로 뒤덮인 바위와 자작나무와 오두막, 뛰어 다니는 순록, 아이들과 제스퍼와 클라우스, 선물들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난답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이 봐도 재미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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