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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치 - 그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by 분홍소금

미국 유니버설 픽쳐스가 2018년 12월 개봉한 애니메이션 코미디 영화입니다.

그린치 목소리 연기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맡았습니다. 그린치가 나오자마자 베네딕트 컴버배치인 줄 바로 알겠더라구요.



이제 미워하기에는 너무 친근한 귀여운 악당 그린치를 만나러 가 보겠습니다.



후빌은 평범하지만 멋진 마을입니다. 영화에서는 꿈 같은 마을이라고 하네요. 후빌의 주민 후(후는 주민 모두를 지칭합니다.)는 크리스마스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세상 어느 곳보다 크리스마스를 성대하게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하지요.

무슨 일이든 100퍼센트가 되지는 않듯이 모두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그린치입니다. 그린치는 후빌 북쪽 동굴에 살고 있습니다. 충직한 강아지 맥스와 함께 살고 있지요.



그린치가 동굴에 산다고는 하지만 말이 동굴이지 최신식 첨단 주거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샤워 후에 털을 말리는 기계는 카센터의 자동 세차기와 흡사합니다. 샤워 후에 기계를 지나가기만 해도 축축하게 젖어서 달라 붙어 있던 초록 털이 바짝 말라서 멋진 초록털 그린치로 되돌려 놓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소파에 앉아서도 자동 올림 장치를 타고 2층 식당으로 그래도 올라 갈 수 있지요.




그린치가 찬장을 열어봅니다. 그런데 음식이 있어야 할 찬장이 텅 비어 있습니다. 그린치는 크리스마스엔 후빌에 끔찍이도 가기 싫어 합니다.

후빌엔 안 간다고, 그런데 음식이 없어.

대신 가는 내내 화를 낼 거야.

그린치는 왜 이렇게 크리스마스를 싫어 하게 된 걸까요?

원래 머리가 좀 이상하던가 그의 심장이 남들의 1/3 크기 밖에 안돼서 그럴까요?




한편 그린치와 반대로 누구보다 크리스마스를 좋아하고 기대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바로 신디 루입니다. 신디 루에겐 이번 크리스마스가 더 특별합니다. 꼭 받고 싶은 선물이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은 빙판길을 가로지르며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이중에 편지를 손에 들고 개조한 튜브를 타고 가는 개구쟁이 소녀가 바로 신디 루입니다. 신디 루은 지금 북극의 산타 할아버지께 선물을 달라는 편지를 부치러 가는 길입니다.




아이 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어른들도 벌써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습니다. 후는 3배로 성대한 크리스마스를 준비할 거라고 큰 소리를 치고 있네요.




트리를 밝히는 사람들의 즐거움 웃음소리를 들으며 그린치는 어린 시절의 자기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마음 둘 곳 없어 울기만 했던 외로운 아이, 늘 슬픈 외톨이였던 고독한 아이, 집도 엄마 아빠도 없이 혼자였던 아이, 주변을 둘러본 그린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어요. 너무나 외로웠던 크리스마스가 떠올랐거든요.

그의 곁엔 사람은 커녕 개미 한 마리 없었어요.물론 카드나 선물, 트리도 없었죠.

그에게 크리스마스는 최악의 날로 고통스러운 기억 뿐이었어요.




동굴로 돌아온 그린치는 마음이 싱숭싱숭하지요. 묻어 놓고 있었던 고독과 외로움의 감정이 올라왔기 때문이지요. 소파에 멍 때리고 있다가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해 보기도 하고 맥스와 체스를 하기도 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그 때 그린치는 갑자기 공중에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트리 비행선을 타는 후를 보게 됩니다.

그의 종잡을 수 없던 마음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린치 1.png

저들의 크리스마스를 훔치는 거야.

모든 요리와 모든 장식 모든 선물과 꽃 장식까지,

아침에 그 모든 게 사라진 걸 알면 그들의 기쁨과 행복도 함께 사라지겠지.

이를 위해 그린치는 직접 산타클로스가 되기로 했어요.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게 아니라 다 뺏어가는.




그즈음 신디루는 친구 그루퍼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비밀을 털어 놓습니다.

그루퍼트, 아주 중요한 할 말이 있어.

나 올해는 안 자고 있다가 산타를 만날 거야,

꼭 할 얘기가 있거든.

우리 엄마에 관한 거야,

엄만 밤새워 일하고 낮엔 종일 우릴 돌보셔

그건 공평하지 않아, 엄만 괜찮은 척 하지만 얼마나 힘드실지 난 알아.

그래서 산타한테 도와 달라고 부탁하려고.




신디루는 산타를 직접 만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친구들을 모아 놓고 아이디어를 모읍니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신디 루는 선물을 주러 온 산타를 미리 설치한 덫에 가두기로 합니다. 그루퍼트와 함께 산타를 그물로 덮치는 연습도 하지요.




썰매를 훔친 그린치는 크리스마스를 훔칠 준비를 착착 진행합니다. 이동 경로를 짜고 위험한 유혹에 대해서도 넘어가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지요.

선물은 우리의 적이야.

선물의 유혹을 이겨내고 쿠키도 참아야 해.




드디어 크리스마스 전날이 되었습니다.

그린치 2.png

후빌 마을는 축제 분위기입니다.

그날은 온 세상에 기쁨이 가득한 크리스마스 이브였어요.

사람들은 기대와 설렘으로 부풀었어요.

곧 눈이 쏟아질 듯 날씨마저 완벽했죠.

완벽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았지요.




그린치는 마지막으로 후빌 마을의 집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접이식 다리와 산타 의상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출동준비를 마쳤습니다.




신디 루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디 루는 엄마와 굿나잇 인사를 나눈 후 잠든 척 하다가 곧 일어나 작전을 개시합니다. 1층으로 살금살금 내려와 덫을 설치하고 산타가 쿠키에 손을 대는 순간 신디 루의 머리 맡에 있는 알람이 울리도록 선을 연결해 둡니다.




그린치는 맥스와 썰매를 타고 후빌로 거침없이 달려갔어요.




이제 크리스마스를 훔쳐볼까.

과연 슬픔이 그의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것이 될까요?




한 집 두 집 그다음 또 그다음

그는 잽싸게 선물들을 쓸어 담았어요

담고 또 쓸어 담고 열심히 장난감들을 긁어 모았지요

빨간 보자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갔어요.




여기야 우리가 마지막으로 털 집이.

그 집은 바로 신디루의 집이었지요.




이제 한 집이면 크리스마스를 끝장내리라.




그린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어요.

그런데 그는 쿠키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주의 사항을 그렇게 되뇌었는데

마지막 순간에 그만 쿠키에 손을 대고 맙니다.

그린치가 쿠키를 잡는 순간 신디루가 설치해둔 장치에 딱 걸렸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신디루의 알람이 신디루를 깨웠지요.




그린치를 만난 신디 루는 상황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그보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먼저입니다. 신디루는 그린치가 진짜 산타인 줄 압니다. 엉거주춤한 그린치에게 먼저 우유를 대접하지요.

진짜 산타를 만나다니 꿈만 같아요.

우리 엄마를 도와주세요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신디 루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시면 좋을 텐데.

다 모여서 노랠 부르거든요.

눈을 감고 그 노랠 듣고 있으면 모든 슬픔이 다 사라져요.

-정말 멋지겠구나.

신디루가 산타를 와락 안아줍니다.

그린치 4.png

그린치는 신디 루가 한 말을 잊고 싶었지만 소녀의 말은 계속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그 아이의 말이 정말 사실일까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 까요?




신디 루은 아침에 일어나서 깜짝 놀랐어요.

누가 심술이 나서 못된 장난을 한 것 같았어요.

소녀는 그게 누군지 문득 알 것 같았어요.




-엄마 제 탓이에요 엄마를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하려고

어제 제가 산타를 덫에 가뒀어요. 산타가 그것 때문에 화가 난 것 같아요.


-아냐 이건 네 탓이 아니야, 크리스마스를 훔쳐간 게 아니고

물건들을 훔쳐간 거야. 크리스마스는 우리 마음 속에 있단다.

그리고 엄마는 이미 최고의 선물을 받았는 걸.

바로 너야!




그린치가 썰매를 밀고 올라가 훔쳐온 물건을 버리려는 순간

후빌에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노래는 하늘 높이 퍼져 올라갔어요.

노래를 듣던 그린치의 심장은 순식간에 3배로 커졌지요.



맥스 저 선물 다 돌려줘야 해.

후 들의 선한 마음과 노래에 감동한 그린치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기로 했어요.




노래하는 후빌에 훔쳐간 선물을 갖고 나타난 그린치는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제가 여러분의 크리스마스를 훔쳤어요.

그렇게 하면 오래전에 겪었던 아픔이 사라질 줄 알았거든요.

근데 아니었어요 미안합니다.




집으로 돌아가 맥스에게 뼈다귀 선물을 하고 맥스가 좋아하는 것을 보고 있을 때

신디루가 찾아와 그린치를 저녁 식사 초대에 와 달라고 합니다.




파티에 참석한 후빌의 사람들과 신디 루의 엄마는 그린치를 반갑게 맞아주지요.

음식을 먹기 전에 그린치가 감사 인사를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평생토록 크리스마스의 모든 걸 증오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싫어했던 건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외로움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외롭지 않아요. 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 꼬마 숙녀 덕분이죠.

부인 따님의 친절함이 제 삶을 바꿨어요.




신디루의 친절이 그린치의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 붙은 바다를 녹였습니다.

아이의 친절이 어른의 심술을 이겼지요. 아이가 엄마를 위한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된 사랑의 행위가 고통 받는 다른 한 사람 그린치를 구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내 옆에 있을지도 모르는 그린치에게 친절과 사랑의 손을 내밀어서 그와 함께 행복이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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