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앤 센서빌리티 - 언니 감정은 어디있어?
이 영화는 제인 오스틴이 쓴 첫 번째 소설, 센스 앤 센서빌리티(1811)를 1995년에 영화화한 것입니다.
대만 출신의 이안 감독이 연출했고, 엠마 톰슨이 엘리너 대쉬우드, 케이트 윈슬렛이 마리앤 대쉬우드, 앨런 릭먼이 브랜든 대령, 휴 그랜트가 에드워드 페라스를 연기했습니다.
영화는 큰 호평을 받아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일곱 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며, 엠마 톰슨이 각색상을 수상했지요.
영국 서섹스의 놀랜드 자택에서 헨리 대쉬우드는 장남 존에게 새어머니와 딸들에게 매년 500파운드를 주며 잘 돌봐줄 것을 약속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습니다.
그런데 존의 아내 페니는 절반의 피붙이한테 매년 100파운드도 아깝다고 하며 새어머니와 딸들이 사는 집을 차지하기 위해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놀랜드의 집으로 들이닥칩니다.
존의 처 페니는 집주인 노릇을 즉각 실천에 옮기며 보란듯이 그 집으로 남동생을 초청해서 마가렛의 방을 동생에게 줘 버립니다.
페니의 남동생인 에드워드 페라스가 왔습니다. 그런데 페니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방의 전망은 어때요?
-실수로 가족 방으로 인도되었기에 곧 수정했어요.
손님 방에서 아주 잘 있어요.
에드워드는 도착하자 마자 낯가림이 심한 막내 딸 마가렛과 친해집니다. 마가렛의 흥미를 돋우는 세계지도에 자신의 해박한 지식으로 마가렛의 궁금증을 풀어주며 마가렛의 마음을 열게 했지요.
에드워드는 조용한 성품이지만 누나인 페니와 달리 순수하고 겸손하고 배려가 넘칩니다. 에드워드는 단박에 대쉬우드 여자들의 호감을 삽니다.
그리고 엘리너와 에드워드는 누가 봐도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 만큼 가까워집니다.
이성적이고 절제를 잘하는 엘리너와 달리 열정적인 마리엔은 에드워드와 엘리너의 사귐을 보며 답답해 합니다.
-너무 고상하기만 하고 뭔가 부족해요.
그가 언니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공손함으로 영혼이 만족을 얻을까요?
사랑은 불타오르는 거예요.
에드워드와 다정하게 산책하는 엘리너를 보고 있던 페니는 어머니가 런던으로 당장 오라고 했다며 에드워드를 엘리너와 떼어 놓습니다.
남동생이 가난한 엘리너와 결혼하는 것이 마뜩지 않았기 때문이죠.
엘리너는 갑자기 런던으로 가버린 에드워드로 인해 상심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여전한 방식으로 엄마와 함께 집안을 돌봅니다.
에드워드가 런던으로 가고 엄마와 딸들은 사촌 미들턴 경의 도움으로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지요.
존 경과 장모 제닝스 부인은 오지랖에다 잠시도 입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수다쟁이들입니다. 두 사람은 이들에게 브랜든 대령을 소개합니다.
마침 집으로 돌아온 브랜든 대령은 마리앤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첫눈에 마리앤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에드워드에게서 런던에 바쁜 일이 있어서 못 온다는 편지가 옵니다.
엄마와 엘리너의 대화입니다.
-얘야,그가 보고 싶겠구나.
-우린 약혼도 안 했어요.
사랑한단 말도 안 했어요.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도
설탕조차 살 수 없는 여자와 결혼을 하는 데는 확실한 장애가 있겠죠?
-하지만 네 가슴의 열정은...
-이성의 머리를 쓰겠어요.
엘리너는 사랑하는 감정을 부정하진 않지만 이성적인 판단에 의지합니다.
마리앤은 비오는 날 마가렛과 산책을 하다가 미끄러져 발목을 다치게 되고 때마침 근처에 말을 타고 지나가던 윌로비가 마리앤을 집까지 데려다 줍니다.
이 때 마리앤은 윌로비에게 한 눈에 반하고 말죠. 마리앤은 병문안을 하러 온 윌로비가 좋아서 어쩔 줄 모릅니다. 반면에 브랜든 대령은 안 중에도 없습니다.
감정 표현이 과하다고 하는 엘리너에게
-내 마음을 왜 숨겨야 하지?
-하지만 우린 그를 잘 몰라
-시간은 별 문제가 안돼
어떤 사람은 7년도 짧고
어떤 사람은 7일도 길어
-이 경우는 7시간이야
-난 이미 그를 알 것 같아
마리앤의 열정적인 감정이 이성을 압도합니다. 마리앤은 이성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아니, 이성을 사용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브랜든 대령이 델라포드로 엘리너와 마리앤을 초대합니다. 윌로비도 포함해서요.
윌로비와 마리앤은 마차를 함께 타고 가며 사랑의 기쁨을 온몸으로 내뿜습니다.
-동생이 행복해 보이는군요
-감정을 숨기는 법이 없죠
-순수해서 그럴 겁니다.
-내 생각엔 좀 지나쳐요.
-세상의 이치를 알고 나면 곧 나아지겠죠.
브랜든 대령이 초대한 파티에서도 윌로비와 마리앤은 서로의 마음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도 잠시, 파티에서 돌아온 마리앤이 울고 있습니다.
윌로비가 런던으로 가버렸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언제 올거냐고 묻는 마리앤에게 언제 올 지 모른다고 합니다.
이렇게나 빨리 웃음이 눈물로 바뀔 줄이야.
마리앤이 문을 닫아 걸고 우는 통에 집안은 순식간에 슬픔으로 뒤덮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루시 스틸은 엘리너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을 안겨줍니다.
-에드워드와 저는 5년 전 비밀 약혼을 했어요.
엘리너와 마리앤의 사랑에 이상 전선이 형성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초대를 통해 사교가 이루어 졌습니다. 각자 뜻대로 되지 않는 연애로 우울한 자매를
제닝스 부인이 런던으로 초대를 합니다.
-제닝스 부인은 너무 친절해, 나는 윌로비를, 언니는 에드워드를 만날 수 있어.
마리앤은 런던에서 윌로비를 만날 수 있다는 마음에 들떠 있습니다.
그러나 일이 마리앤이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파티에서 자매에게 일어난 일은 참담하기 그지없지요.
엘리너의 옆에 앉은 루시 스틸양은 에드워드의 얘기로 엘리너를 괴롭게 합니다. 거의 고문 수준입니다.
-전 질투가 많은 편이라 그가 딴 여자와 얘기하는 것도 못 참는데 그는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어요.(어쩌라고)
그런 말을 듣고도 엘리너는 평정심을 잃지 않지요.
파티에 마리앤이 손꼽아 기다리던 윌로비가 왔지만 그는 완전 딴사람이 됐습니다.
-세상에나 윌로비, 왜 날 보러 안 왔어요? 제 편지 못 받았어요? 대체 왜 그래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실례합니다.
윌로비는 형식적인 인사만 건넬 뿐입니다.
마리앤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지요. 감성적인 사람들은 슬픔도 기쁨처럼 감출 수가 없나 봅니다..
제닝스 부인이 나타나 윌로비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끊어 놓습니다.
-윌로비가 재산이 5만 파운드나 되는 그레이와 결혼을 한대.
브랜든 대령으로부터 윌로비가 행한 다른 악행에 관해서도 듣습니다. 20년 전에 헤어진 연인 엘리자의 사생아인 베스를 임신시키고 자취를 감춘 자가 바로 윌로비였다고 털어놓지요.
특종 전문 제닝스 부인의 호들갑으로 에드워드가 5년 전에 스틸 루시와 약혼한 사실을 마리앤이 알았습니다.
-언니, 왜 내게 말 안 했어?
항상 양보하고 받아들이고
항상 신중하고 품위 있고
언니 감정은 어디에 있어?
마리앤의 생각처럼 엘리너에게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슬픔으로 가슴은 짓눌리고 루시와의 약혼 사실로 희망도 짓밟혔지만 침묵한 것이지요.
한편 브랜든 대령은 에드워드가 스틸양과의 일로 노여움을 산 덕에 상속권이 모두 동생인 로버트에게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에드워드를 돕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사이를 갈라 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브랜든은 제닝스부인의 얘기만 듣고 약혼한 사이인 에드워드와 루시 스틸양을 돕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녀와 결혼 할 수 있게 그에게 일자리를 주려고 합니다. 당신이 대신 얘기해 주시겠어요?
엘리너는 슬픔을 삭입니다. 눈물로 짚신을 삼는 인내라고나 할까요?
엘리너에게 가혹한 부탁이지만 끝까지 내색하지 않고 브랜든 대령의 부탁을 그대로 들어줍니다.
브랜든 대령의 호의를 전달하기 위해 에드워드 페라스를 부르지요.
-좋은 소식이 있어요
브랜든 대령은 당신이 그분의 영토인 델라포드 교구의 목사직을 맡아주길 바라요.
그리고 스틸양과의 결혼을 바란다고 말해 달라고도 하셨어요.
약속을 지킨다는 건 무엇보다 소중한 거죠.
두 분다 행복하시길 빌어요.
엘리너와 마리앤 자매에게 사랑의 기쁨은 잠시였을 뿐, 사랑하는 사람을 놓고 겪는 고통은 끝이 없습니다.
다만 엘리너와 마리앤이 고통을 대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죠.
마리앤은 윌로비의 배신이 믿기지 않습니다.
마리앤은 비가 곧 올 것 같은 날씨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산책을 나갑니다. 쏟아지는 빗속을 걷습니다. 윌로비의 집 근처까지 미친 사람처럼 걸어가지요.
브랜든이 마리앤을 찾아 데려왔지만 마리앤은 전염성 열병에 걸려 사경을 헤맵니다. 의사가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합니다.
엘리너가 마리앤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합니다.
-마리엔 제발 싸워 봐, 마리엔, 제발 이겨내 봐, 난 할 수 없어,너 없인 할 수 없어.
난 뭐든 견뎌 왔어, 나도 해 볼게, 마리엔 제발, 사랑스러운 마리앤, 제발 날 혼자 두지 마
이성적이고 어떤 경우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던 엘리너는 울음을 터뜨립니다.
고비를 넘긴 마리앤은 첫 번째로 엘리너를 찾고나서 곧바로 브랜든 대령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사랑하는 마리앤을 위해 모든 역경을 견딘 브랜든 대령의 진심이 통했습니다.
브랜든 대령과 마리앤은 다정한 모습입니다.
엘리너와 마리앤은 산책을 합니다.
불쌍한 윌로비, 너에 대해 평생 후회할 거야. 엘리너의 감성이 살아났습니다.
그녀는 윌로비와 마리앤의 감성적인 사랑을 인정합니다.
-날 선택했다면
그가 바라는 걸 얻었을까?
사랑하는 아내는 얻었겠지만 돈은 못 얻었겠지
상당히 이성적인 마리앤입니다.
크나큰 역경을 이겨낸 후 엘리너는 감성을, 마리엔은 이성을 장착했군요. 역경이 두 사람을 성숙하게 했습니다.
쇠고기를 사러 갔던 하인, 토마스가 페라스씨의 결혼 소식을 전해 줍니다.
그런데 결혼을 했다던 에드워드 페라스가 뜬금없이 옵니다.
엄마와 딸들은 적잖이 당황스러워 하지요.
-스틸양으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편지에 써 있기를
그녀의 애정이 내 동생이 로버트에게로 옮겨갔습니다
아무튼 둘은 지난 주 플리머스에서 결혼했습니다.
토마스가 전한 소식은 실은 에드워드가 아닌 그의 동생의 결혼 소식이었던 것입니다.
엘리너는 의자에 털썩 주저 않고 말지요. (어떻게 이런 일이?)
-그럼 당신은 결혼하지 않았단 말이에요? 엘리너는 엉엉 웁니다.
루시 스틸과의 약혼의 족쇄가 드디어 풀어진 에드워드가 고백합니다.
-한 마디만 말하려고 아무 기대도 않고 왔습니다.
제 가슴은 그리고 항상 당신 겁니다.
사랑도 그렇고 다른 일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지요. 열정을 숨기고 여전한 방식으로 집안을 돌보고 힘든 사람을 도우며 끝까지 인내했던 엘리너가 마지막에 웃습니다. 모든 고통을 상쇄하고도 남는 넘치는 기쁨이 있습니다.
브랜든 대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윌로비의 비리를 알면서도 때가 될 때까지 발설하지 않고 지켜보았습니다.
마리앤의 열정과 사랑도 존중하지요.브랜든 대령도 엘리너와 마찬가지로
힘든 사람들을 도우고자 했는데 철이 든 마리앤의 사랑을 얻습니다.
열정을 내비치지 않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며 끝까지 견디는 사람이 사랑을 쟁취합니다.
감성에 치우친 사람에게 역경은 좋은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역경을 통해 철이 들면서 감성에 치우치지 않고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