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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 깊은 사랑없인 결혼 안 해

by 분홍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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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813년에 출간된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2006년에 개봉했고 조 라이트감독, 엘리자베스 베넷역, 키이라 나이틀리, 미스터 다아시역, 매튜 맥퍼딘, 미시즈 베넷역, 브렌다 블레신, 비스터 베넷역, 도날드 서덜랜드, 미스터 콜린스역은 톰 홀랜더 입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캐서린 영부인 역은 주디 덴치가 맡아 짧고 굵은 임펙트를 선사하지요.




영화 전반에 걸쳐 생각 거리를 던져 주는 제목, 오만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오만과 편견의 문제는 생각보다 광범위 할 것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만과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사람들은 자기 수준에서 모두 오만하다고 합니다. 겸손한 사람은 없고 겸손한 환경만이 있다고 하지요. 지위나 돈, 미모나 학벌을 갖춘 사람이 겸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편견은 또 어떨까요? 우리 사회에서 편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꼰대나 라떼나 진영논리가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합니다.나는 옳고 상대방은 무조건 틀리다는 사람들의 두드러진 특징이 바로 편견이지요. 사람들이 오픈 마인드가 되는 것도 겸손한 사람이 되는 것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제인 오스틴은 18세기 당시의 결혼 풍속도를 통해 오만과 편견의 여러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신분과 재산을 가진 사람들 뿐 아니라 보통의 젠트리 계급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오만과 편견의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지도 보여줍니다. 네 맞습니다. 해답은 사랑입니다. 사랑하면 자신의 신분과 재산을 넘어섭니다. 사랑하면 편견으로 가득찬 마음이 무장해제 당한 것처럼 활짝 열리지요.




평범한 젠트리(주로 18세기 산업혁명으로 부를 축적한 신흥 부자 혹은 상속을 받지 못한 귀족의 자제들)집안인 베넷씨는 딸 만 다섯입니다. 당시에는 딸들의 상속은 한계가 있었고 영지의 경우는 아들이나 아들이 없을 경우 가까운 친척의 아들에게 상속이 되었으므로 딸들의 경우 결혼을 잘 하는 것이 지위와 재산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었습니다.




영화는 리지(엘리자베스)가 책을 읽으며 산책을 하는 것으로 첫 장면을 열어 젖힙니다. 다아시는 숙녀의 필수 교양을 독서로 갈고 닦은 지성을 언급하는데 리지의 수준 높은 지성과 통찰력은 일상적인 독서가 이뤄낸 결과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듯 합니다.




리지의 어머니, 베넷 부인은 대단한 재산가이자 독신남인 빙리씨가 근처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는 소식을 알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선수를 쳐서 인사를 하러 가야한다며 남편을 조르지요.




베넷부인은 집안 망신 수준의 주책바가지요 수다쟁이인지는 모르지만 딸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결혼열(교육열말고)에 미친 열혈 엄마입니다. 강남 엄마였다면 자식의 교육이 성공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교육열이 대단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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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회에 빙리와 함께 모습을 나타낸 다아시의 첫 인상은 호감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다아시씨가 불행해 보여

-불행할진 몰라도 부자야 연 수입 만 파운드이고 더비셔의 절반이 저 사람 거야.



샬럿의 말입니다. 당시의 일반적인 정서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샬럿은 그 당시의 평범하고 현실적인 사람들을 대표합니다. 샬럿은 당시의 사람들이라면 대부분이 선택했을 길을 따라가지요.




샬럿은 베넷가의 영지 상속자 콜린스와 약혼 하지요. 샬럿은 콜린스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리지에게 담담하게 말합니다.

-그와 결혼해도 행복할 수 있어, 내게 사랑은 과욕이야, 난 풍족한 삶을 보장 받았어. 그걸로 감사해, 난 벌써 27세야, 돈도 장래도 없어. 부모님에게 짐만 돼 두려워.




리지와 리지의 언니 제인은 모든 속내를 털어 놓을 만큼 사이가 좋습니다. 리지는 언니가 잘 되기를 바랐고, 언니를 걱정했고, 언니와 수다를 떨었고, 언니와 떨어져 있을 때는 편지를 썼습니다. 잠들기 전까지 두 사람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눕니다.(실제로도 제인오스틴은 언니와 사이가 매우 좋아서 제인과 리지처럼 함께 살았습니다. 둘 다 독신으로요)

리지가 두 사람의 대화의 결론을 내립니다.



-깊은 사랑 없인 결혼 안 해



이 한마디는 결혼에 관한 리지의 생각을 응축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다소 파격적인 생각이었지요. 그런 면에서 리지가 제인오스틴의 실제 캐릭터와 닮았습니다. 제인오스틴은 결혼 뻔 했지만 사랑 없는 결혼은 할 수 없다며 거절했지요.



리지는 주위 사람들에게 다정하고 친절하며 그들을 걱정하고 돌봐주었습니다. 하지만 순둥순둥하고 뭐든 좋게 보는 언니, 제인과는 다르지요. 똑똑하고 솔직합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결혼에 관해서도 자기 주장을 흔들림 없이 고수하지요. 재산과 지위를 보장 받는 것보다 사랑이 우선입니다.




중요한 것을 제대로 분별하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매력이 넘치는 법입니다.

다아시는 자신의 신분과 재산 때문에 접근하는 여성들을 수없이 겪으며 여자들에 대한 편견을 가졌을 것입니다. 여자들에 대한 관심도 식어버렸는지 무도회에서 춤조차 추지 않습니다. 무뚝뚝하구요, 리지에게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런 디아시가 리지에게 신분이나 집안 체면을 따질 분별력을 잃었다며 사랑한다고 결혼해달라고 청합니다. 리지의 매력은 다아시가 신분이나 집안, 체면도 불사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다아시와 리지의 사랑이 시작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엉망이었지요.

리지의 언니인 미모의 제인에게 빠졌던 한 남성의 이야기로 다아시와 리지의 격돌 1라운드가 펼쳐집니다. 리지가 포문을 엽니다.



-그가 써 보낸 시에 사랑이 끝났죠, 시는 사랑에 독약이더군요.

-사랑의 묘약이 아니구요?

-허약한 사랑은 졸작시 한 편에 싸늘히 식기도 하죠.

-그럼 사랑의 묘약은 뭐죠?

-춤이죠.



춤이라면 질색이라던 다아시에게 제대로 한 방 날렸습니다. '띠옹' 시가 사랑의 묘약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던 다아시는 신선한 충격을 받습니다.



오만과 편견은 하루 아침에 없어지지 않습니다. 다아시는 리지에게 신선한 충격을 받지만 다아시의 오만한 태도에 토라진 리지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쉽지 않지요. 리지는 위컴이 다아시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을 분별없이 듣고 다아시를 잔인한 사람이라고까지 생각합니다.




설상가상으로 다아시가 빙리에게 제인과의 결혼을 말린 것을 알게 된 리지는 충격을 받습니다. 충격을 받은 리지가 비를 쫄딱 맞으며 정신을 놓고 있을 때 다아시가 나타납니다.(제인 오스틴의 소설에는 상황을 전환 될 때는 어김없이 주인공이 비를 쫄딱 맞습니다. 오스틴 원작의 영화마다 비를 맞은 장면이 빠지지 않지요.)다아시가 엄청난 사랑 고백을 합니다.



-당신을 잊을 수 없었소. 로징스에 온건 당신을 보기 위해서였소.

신분과 집안, 체면을 따질 분별력도 잃었소, 이 고통을 치유해 줘요.

사랑해요. 열렬히요.

부디 나와 결혼해주어요.



-이성이 돌아오면 절 잊으실 거예요

-왜 이렇게 쉽게 거절하는 거죠?

-제가 왜 거절하는지 이유를 몰라요?

-왜죠?

-언니의 행복을 망친 남자의 청혼을 받아들일 것 같아요?



다아시가 말문이 트였습니다. 리지 만큼이나 솔직합니다.



-모친, 동생들 ,부친 다 품위가 없잖소! 자존심 상해서 화내는 거요? 내가 솔직해서?

당신이 신분 낮은 걸 기뻐하길 바랐소?



-당신의 오만함과 이기심에 신물이 나요.

하늘이 무너져도 당신과 결혼 안 해요.



큰일 났습니다.잘못된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인 리지의 마음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황을 돌이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리지에 대한 사랑이 다아시를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다아시는 리지에게 긴 편지를 씁니다.



위컴에 대해서도 실상을 밝히지요. 위컴이 다아시의 아버지가 준 돈을 탕진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다아시의 여동생의 상속 재산 3만 파운드를 노리고 다아시의 여동생을 사랑한다며 꼬드겨 도망을 쳤던 사실까지 알려줍니다.



그제서야 리지는 자신이 다아시에 대한 편견으로 다아시에 대한 오해만 쌓아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위컴씨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고 하더라도 리지가 진심으로 다아시에게 마음을 열기는 아직 일러 보입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 베넷씨의 가정에 먹구름이 몰려옵니다. 리디아가 위컴과 달아났다고 하는 편지를 받습니다. 당시에 처녀가 결혼하지 않고 남자와 동거하는 것은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었기에 가족 모두는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지요.



그 때 다아시가 돕겠다고 나섭니다.



다아시가 런던으로 가고 얼마 안 있어 리디아가 위컴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가족들은 리디아가 결혼을 한 것은 런던에 사는 이모부 덕이라고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됩니다.

그런데 결혼한 리디아가 오게 되면서 모든 것이 이모부가 아니라 다아시 덕분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우릴 찾아낸 게 그분이야 예식 비용도 대주고 장교직도 사주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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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아시를 통해 제인의 마음을 알게 된 빙리씨도 제인을 다시 찾아옵니다.

마음 앓이가 심했던 제인은 빙리의 청혼을 받고 행복에 겨워 합니다.

-행복해서 죽을 수도 있을까?



제인과 반대로 리지에게는 더 큰 고난이 찾아옵니다. 다아시의 이모인 캐서린 영부인이 찾아와 다아시와의 결혼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합니다.



-내 조카 다아시와 결혼하려고 한다고? 참을 수가 없더군.

다아시는 내 딸과 약혼했어, 둘은 아기 때 정혼한 사이야

미천한 네가 그걸 깰 순 없어, 감히 우리 가문을 넘봐.

갤 안 넘본다고 약속해,

-그런 약속은 못합니다. 그만큼 모욕 줬으면 만족하실 테니

당장 나가 주세요.



리지는 오만과 편견으로 똘똘 뭉친 영부인에게 엄청난 모욕을 당합니다. 리지는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지만 심란한 건 어쩔 수 없지요.



그러나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고 했나요? 다아시가 이 어둠을 깨뜨립니다.

잠을 설친 리지가 아침 일찍 산책을 하고 있는 있는데 때 맞춰 다아시가 찾아옵니다.

-고백건대 난 마법에 걸렸소.

당신을 사랑하고 또 사랑해요.

영원히 함께 있고 싶소.



다아시의 오만과 편견을 깨뜨린 것은 리지에 대한 깊은 사랑 덕분입니다. 사랑은 그의 신분과 재산을 뛰어 넘었습니다. 사랑이 위대합니다. 사랑의 힘으로 다아시는 용기 있는 대인배로 거듭나지요.



다아시와 리지가 사랑의 힘으로 오만과 편견을 깨뜨리고 한마음이 되지만 결혼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결혼까지는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했지요.

뜻밖에 집안에 고난을 안겨준 리디아의 수고로 시간이 단축되고 두 사람은 사랑과 신뢰는 깊어졌지요.



그래서 두 사람의 결혼 성사의 일등공신은 뭐니뭐니해도 리디아 입니다. 집안의 망신거리가 될 뻔한 리디아를 찾아내고 돈을 써서 결혼을 시키고 위컨의 장교직을 사주며 집안을 헌신적으로 도와준 다아시를 보며 리지는 다아시의 사랑을 확신하게 되었으니까요.



리지는 비로소 다아시의 청혼을 벅차오르는 기쁨으로 받아들입니다. 멋지고 눈부신 해피엔딩입니다.



영화에서는 사랑과 결혼 외에도 많은 것을 볼 수 있답니다. 이 가을에 마음의 문을 열고 눈을 크게 떠서 멋진 풍광과 함께 제인 오스틴, 조라이튼 감독, 키이리 나이틀리가 보여주는 사람 살이의 현장을 구경해 보시기를 강추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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