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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홍소금 Jan 29. 2024

어둠에서 빛으로

목금토 2박3일 동안 청소년부 겨울 수련회를 다녀왔다. 이번 청소년부 수련회는 '어둠에서 빛으로' 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한 게임을 하고 난 뒤 목사님과 전도사님, 청년 2명의 토크쇼가 있었다. 패널들은 각자가 어떻게 어둠에서 빛으로 나오게 되었는지에 관해 나누어 주었다.  



목사님 : 


아버지의 알콜 중독으로 부모님은 늘 이혼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하셨다. 부모님이 이혼할까 봐 늘 불안불안 했다. 교회가 유일한 탈출구였고 중2 겨울방학 수련회에서 아픔과 상처를 나누면서 어둠에서 빛으로 한걸음 씩 나아가게 되었다. 


드디어 엄마 아빠가 이혼을 결정하게 되었고 부모님은 내가 누구랑 살고 싶은지 물었다. 나는 엄마한테도 안 가고 아빠한테도 안 가고 싶으니 보육원에 보내달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부모님은 이혼 서류를 찢고 지금까지 잘 살고 계시다. 


청년A:


엄마는 우울증이고 아버지는 강박이 있어서 늘 공부하라고 다그쳤다. 나는 노래 부르고 랩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부모님은 그런 나를 못마땅해 했다. 특히 아빠는 '왜 학생의 때를 열심히 살지 않느냐, 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느냐' 하며 온갖 잔소리와 욕설을 퍼부었다. 죽으려고 한강까지 갔는데 아버지의 신고로 경찰에서 붙잡혀서 집으로 왔다. 교회에 와서 그런 엄마와 아빠를 고발하며 죽을 것 같다고 나누었다.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주어서 살아날 수 있었다. 현재 4집까지 앨범을 내고 5집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청년B:


엄마는 나를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집착을 가지고 있었다. "이겨내야지, 강하게 커야지."가 엄마의 주제가였다. 엄마에게 많이 맞았다. 우리 엄마는 학창 시절에 핸드볼 선수였다. 마미손의 파워가 장난 아니었다. 나의 청소년 시절은 어두움 그 자체였다. 큐티 책에 엄마한테 당한 것과 엄마 욕만 썼다. 교회 선생님에게 엄마 때문에 힘들다고 털어놓으면서 마음이 조금씩 편해졌다.반복되는 고난을 반복해서 나눔으로서 어두움에서 빛으로 나갈 수 있었다. 



세 분의 공통점은 힘들다, 괴롭다, 죽고 싶다, 며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면서 어두움이 해결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토크쇼를 보면서 자기 얘기를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공동체와 그런 말을 듣고도 가십거리로 삼지 않고 나도 그랬다고 공감해주고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저녁 모임이 끝나고 따로 나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왕따를 당했다. 부모님이 이혼하고 엄마와 사는데 아빠에게 버림받은 느낌이다. 엄마가 우울증이다. 담배가 안 끊어져서 괴롭다. 게임 중독이다. 무기력이 있다. 자퇴하고 싶다. 내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외롭다.'등 어디에서도 하기 힘든 이야기를 내놓았다. 


청소년들의 나눔을 들으며 내가 만일 중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뭐라고 할까?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하나님, 우리집이 가난합니다. 가난한 집이 너무 부끄러워요, 아버지가 미워요. 엄마가 나를 돌봐주지 않아 슬퍼요. 엄마와 오빠와 언니가 불쌍해요. 하나님 저는 너무 불행하고 우울해요.' 나의 솔직한 기도로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던 슬픔이 눈물이 되어 흘렀다. 시계 바늘을 40년도 넘게 되돌려서 한 고백으로 오래 묵혀 두었던 내 안의 슬픔이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나야말로 모태 어둠이었구나. 외롭고 슬프고 불행한 아이였어. 내면의 주된 감정이 슬픔이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의 테드 강연, '취약하다는 것의 힘' 에서 슬픈 감정을 누르고 억압한 결과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슬픔 뿐만 아니라 기쁨 감정도 또한 그러하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싫은 감정을 누르면 좋은 감정도 같은 운명이 된다니. 지금이라도 숨겨둔 감정을 찾아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자신의 고난을 솔직하게 오픈하는 학생들을 보며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표현하면서 그 나이 또래의 아이 다운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훨씬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맥락에서 주위에 분노를 쏟아내는 아이가 있다면 '너는 참 건강하구나.' 하면 되겠구나 했다. 


요한복음 8장12절

예수께서 또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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