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이 좋아
센터의 강좌가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서 업무종료를 해야하기에 직원들이 교대근무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5월 한 달 동안 오후 근무를 하게 되었다.
구내식당에서 저녁밥을 먹을 수가 없어서 외식을 하거나 도시락을 싸와야 하는데, 도시락을 쌀 엄두가 나지 않아서 처음 이틀 동안은 외식을 했다. 첫째 날은 피자집에서 오븐 파스타를 먹었고, 둘째 날은 일식집에서 치킨 튀김 돈부리를 먹었다.
파스타는 달콤한 토마토 케첩이 많이 들어간 밀가루 음식이고 돈부리는 밥위에 소스를 끼얹고 그 위에 튀김을 올린 것이다.
두 음식의 공통점은 칼로리가 높다. 영양소 면에서 탄수화물에 치우쳐 있다.먹을 때는 맛있는데 먹고 나면 뒷맛이 개운치 않아 콜라나 냉커피를 마셔 주어야 한다. 게다가 가격까지 비싸다.
친구나 동료와 함께 먹었다면 평소와 다름없이 맛있게 잘 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녁식사는 그럴 수가 없다. 오후 근무인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저녁 식사 시간이 달라서 어쩔 수 없이 혼자 먹어야 한다.
음식을 앞에 놓고 혼자 먹으려니 이런저런 생각이 올라왔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나는 내가 한 밥이 제일 맛있다. 음식을 썩 잘하는 것도 아니고 반찬을 이것저것 장만해서 잘 차려 먹는 것도 아니지만 집에서 밥을 먹는 것이 더 좋다.
집 밥을 먹으면 우선 속이 편하다. 첨가물을 최소한으로 쓰기 때문에 느끼하거나 질리지도 않는다. 끝맛이 개운하다. 신선하고 깨끗한 식재료를 손수 다듬고 손질해서 정성껏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외식할 기회가 있어서 가끔 외식을 하고 그 이튿날 체중을 재면 어김없이 1kg정도가 불어나 있었었다. 중식, 양식, 일식, 심지어 한식을 먹은 날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점심약속을 잡으면 그날은 아침을 건너뛰고 점심 한 끼를 먹은 후 저녁밥은 참아야 한다. 그래야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집에 와서 저녁을 잘 먹지 않는다. 왜 저녁에 집에서 밥을 먹지 않느냐고 물으면 점심에 고칼로리 음식을 먹어서 저녁을 먹으면 살이 찌니까 억지로 자제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제와 오늘은 밥 대신 먹을 음식을 싸가지고 왔다. 달걀 두 개와 고구마 두 개, 작은 토마토3개와 요구르트 두 개를 먹었다.
이번 주에는 새 직장에서 업무를 많이 익힌 덕분에 두려움이 많이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여유가 생기고 몸의 컨디션도 많이 회복되어 내일 부터는 도시락을 싸 올수 있을 듯하다.
우엉과 당근, 쇠고기 간 것을 달달 볶아서 주먹밥을 싸갈까? 아님 오이와 달걀, 당근과 김치를 넣고 김밥을 말까? 옛날 식으로 검은 콩을 넣은 밥과, 반찬으로 달걀말이와 멸치볶음과 우엄 조림을 칸칸이 반찬통에 담아 도시락 가방에 넣어 갈까? 생각만 해도 소풍가는 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음식 놓고 타박하면 복 나간다고 말했어안했어? 아무거나 주는 대로 먹으면 안 돼? 악다구니를 하던 내가 점심 외식 두 번에 집 밥 타령을 하고 있다. 내 스스로 생각해도 나에게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전쟁 같던 삶에서 어느 듯 벗어나 그만큼 여유가 생긴 덕분인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