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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렁 각시처럼

내 대신 설거지를 해 주었으면

by 분홍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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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렁각시 처럼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를

감쪽같이 해 주었으면 좋겠네.



누가 나서서 쓰레기를 버려주면

내 마음의 쓰레기도 비워질 텐데

재활용 쓰레기, 종량제쓰레기, 음식물쓰레기가

한 가득 쌓였구나.



거실장 위에 쌓인 책들도 제자리에 꽂아주고

책장 꼭대기에 스키답서스 바구니도 내려서

물을 흠뻑 부어주었으면.

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다시 얌전히 올려놔 주면 일주일은 잊어버릴 수 있으련만.



누군가 빨래를 삶고

하늘하늘한 블라우스 몇 개와 속옷 몇 가지를

바께스에 담고 손으로 조심스럽게 비벼서 빨아 준다면

“최고 최고” 아낌없이 찬사를 보내줄 텐데.

찬사로는 아쉬워 낼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

지지고 볶고 구운 반찬을 식탁위에 한가득 차릴지도.



아무나 “저요저요” 손을 들고

오늘은 “나에게 맡겨!”

소매를 걷어붙이고

진공청소기로 집안 구석구석을 밀고도

넘쳐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물걸레를 가져와

방바닥을 뽀독뽀독 닦아내어 준다면

나는 그 위에 삼단 요를 깔고 금방 잠들어 버릴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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