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공동체
며칠 간 사무실에서 어려움을 겪은 나를 응원해 주기 위해 딸이 일찍 퇴근을 하고 사무실 앞으로 찾아왔다.
저녁을 대접해 준다고 해서 함께 맛있는 것을 먹기로 했다.
메뉴를 피자와 오븐파스타로 정하고, 근처 피자집으로 갔으나 홀이 너무 더워서, 아쉬웠지만 일반 음식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배고프다 잔뜩 시켜서 실컷 먹자”
우리는 식사로 냉우동과 만둣국을 시키고 사이드 메뉴로 김밥과 만두를 추가로 주문했다.
4인분의 음식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었네.”
“우린 대식가잖아."
"배고팠는데 이 정도는 먹어줘야지. 하기야 자기 몫의 1인분도 다 못 먹어서 남기는 사람도 더러더러 있긴 하더라.“
“맞아 00가 그래.
개미 모이만큼 먹어.“
“그렇게 먹고 어떻게 살까? 그 친구 굉장한 활동가던데, 그렇게 먹고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다 해내는 거지?”
“잘해, 운동도 잘하고 그런데 적게 먹으니까 배가 자주 고프긴 한가봐?”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신 다음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에 주민들을 위한 로비를 구경시켜 주었다.
“인테리어가 완전 호텔급 인데, 진짜 좋다.”
“새로 지어서 그래, 점심시간에 밥 먹고 나서 사무실 들어가기 전이나, 일찍 출근했을 때 여기서 책을 읽거나 그림구경을 해,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노인’ 과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야.
호크니의 화집도 두 권이나 있어.“
“난 호크니는 그닥 안 좋아해. 그런데 엄마 직장 환경은 진짜 좋은 편이야, 그러니까 엄마 힘내.
여기서 조금만 더 적응하면 그 때부터 편해질 거야. 사람들하고도 잘 지내고, 그렇다고 너무 친해지려고 안 해도 돼, 물론 너무 멀리하지도 마,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엄마가 맡은 업무만 충실히 하면 돼, 시간이 더 지나면 직장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을 거야.”
직장 생활은 딸이 나보다 선배다. 선배답게 회사생활에서 인간관계에 대해 조언을 해 주었다. 내가 전에 했던 말도 오늘 내게 다시 돌려주었다. 내가 한 말도 다른 사람이 해 주니까 새롭게 들렸다.
시간을 내서 함께 식사를 하고 경험을 들려주며 응원해 주는 가까운 공동체(모녀 공동체)가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