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시고
엄마 쓰시던 핸드폰을 그대로 두었더니 반년이 지나 이동통신사 측에서 해지처리를 해왔다. 자동이체로 돈이 따박따박 나갔어도 해지하지 않고 있던 터라 번호가 결번이 되어서 따져 물었다. 전산상 사망신고가 되어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번호는 결번이 되었어도
카톡 즐겨찾기로 친구 목록 맨 위에 뜨는 엄마.
메신저에라도 그대로 볼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프로필 사진도 내가 저장해준 그대로~ 건강하고 예쁜 모습으로 눌러보길 몇 번..
멀리 있는 나에겐 여전히 엄마가 계속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저녁.
엄마 카톡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다.
'입대 D-12 '낯선 청년의 사진이 뜬다..
"이런..."
엄마 핸드폰 번호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보다.
당혹스러움에 이맛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열어보던 그 얼굴이 있어야 할 그 자리에
내가 저장해놓은 "엄마"의 자리에 모르는 이가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이런..."
이런 날이 올 수도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렇게 빨리 바뀌리라 생각을 못했다.
세상천지에 번호조합이 얼마나 많은데 엄마 번호를 가져갈까 싶었다.
삭제하시겠습니까?
주소록에서 이제 엄마 번호를 지워야 할 때가 왔다.
예전에 이모 돌아가시고 핸드폰 주소록에서 번호를 삭제할 때가 생각난다.
번호를 지우면 진짜 이모가 세상에 더 이상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 같아 한번에 지우지 못했다.
인연을 야멸차게 정리할 때는 전화번호부터 삭제하며 시원한 쾌감까지 느끼지만
엄마의 전화번호는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또 안 지우고 있으면 엄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낯선 청년의 사진을 계속 보게될터다.
에이.. 참...
별게 다 속상하게 한다.
ⓒ h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