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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다 Nov 01. 2020

표고 17년 봄.

2020년 9월 23일 

아이가 학교 마치고 올 때를 기다려 간식 준비를 하다가

부엌 높은 선반 구석에 뭉쳐있던 비닐봉지 안에 표고버섯을 꺼내었다. 한 줌 남은 표고버섯 뭉치를 이참에 비워내야지 싶어-이번 여름 한국서 사온 표고버섯 한 봉지가 새로이 생겼기에-봉지 속으로 손을 움켜 넣는데 종이쪽지 귀퉁이가 보인다.

아. 하!

엄마의 쪽지!!

보물 찾기에서 당첨된 듯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2017년 봄.

표고버섯을 잘게 썰어 채반에 널었을 우리 엄마.

잘 말려진 표고버섯을 봉지에 담아 혹여라도 잊을까 만든 날짜와 이름표를 붙여놓은 깔끔한 우리 엄마.

표고라고 쓴 글씨에서 엄마의 손길이 그리워 그위를 살살 만져보았다.


2019년 봄.

프라하에 살림을 하러 가는 딸내미 짐꾸러미 속에 폭 찔러주셨었다. 그렇게 이 표고버섯은 2020년 봄을 지나고도 오늘까지 엄마의 사랑을 품고 있어 주었다.

물에 불리니 탱글 하게 버섯 살이 차오르고 그 향기가 더해진다.

엄마와의 추억도 물에 불어난 표고처럼 생생하게 금세 차오른다. 오늘도 일상 중에 엄마를 만나 그 진한 그리움을 마음에 품었다.




ⓒ h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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