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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다 Nov 01. 2020

일요일 아침

in Praha

어젯밤에도 엄마가 영화처럼 등장해 운전을 멋지게 한다.

(생전 운전대 한번 못 잡아 보셨으나 아마도 도전을 즐기는 우리 엄마, 조금이나마 형편이 나았더라면 운전도 기차게 해내셨을게다.)


엄마를 그동안 꿈에서 몇 번을 만났지만 그날 아침은 유난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꿈속에서 따스하게 안고 엄마를 거푸 불러대서일까..

엄마, 엄마. 엄마..

엄마랑 헤어지는 순간에도 나는 엄마를 거푸 불러댔었다.

엄마. 엄마. 엄마..


꿈에서 엄마는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방에 앉아 바닥에 놓인 성경을 읽으며 마무리로 주기도문을 외우고 계셨다.

선물 같은 만남인걸 꿈에서도 알았더랬다.

방안에 엄마가 있다니! 너무 좋아 입이 벌어졌지만 엄마의 묵상을 마치기를 기다리며 주기도문 마지막을 따라읇었다...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그리고 엄마가 일어나서 밝게 웃으며 다가와 얼싸안았다.

밝은 얼굴이 빛나고 살도 예쁘게 오른 모습!

붉은 꽃무늬 겨울 조끼를 입은 우리 엄마.


엄마의 목덜미를 휘어감고는 엄마를 거푸 부르며 기뻐했다.

다시 건강한 엄마를 만나 너무 행복했다.

엄마와 오랜만에 만나 조잘조잘 수다를 주거니 받거니..

아. 엄마는 우리 소식을 이미 다 알고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우리의 근황을 계속 얘기해줬다.

예전처럼 엄마 옆에 모로 나란히 누워 따스함이 감도는 방 안에서..


그날은 일요일 아침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며 양치질을 하는 동안에도.. 머릿속에는 생생했던 그 꿈이 떠나질 않았다.

입가에 거품을 잔뜩 머금고 손이 바삐 칫솔질을 하다가 갑자기 툭! 눈물이 쏟아진다.

걷잡을 수 없이 꺼이꺼이 목멘 울음이 같이 터져 나온다.

이젠 진짜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는 마음이 걷잡을 수가 없다.

주말 아침 단잠을 자는 식구들이 놀라 깰까 봐 수도꼭지를 틀어 눈물을.. 울음소리를 급히 씻어 내렸다.


먼저 아빠를 보낸 동네언니가 해준 얘기가 딱 맞다.

잘 지내다가 어느 날 뜬금없이 그리움이 팍 터진다고.. 그냥 그런 때가 문득문득 일상 중에 있다고 했다.

오늘이 그때인가..

양치질하다 말고 그리움에 울음이 터진 이 상황을 맞아보니 그 언니의 이야기가 찰지게 이해가 된다.


눈시울이 붉은 건 스킨. 로션을 두드리며 진정시키고는 아무렇지 않게 아침상을 차렸다.

-

 남편과 딸아이에게 엄마 이야기를 하는 게 아직 어색하다. 우리 사이에 위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위로를 받는 것도 내가 잘 못하는 것 중에 하나다. 나는  엄마로서 딸 앞에서 담담한 척 할머니에 대한  슬픔을 겹에 쌓아놓고.. 아내의 슬픔을 잘 아는 남편이나 내 깊은 슬픔에 그가 더 난감할까 봐 그 앞에서 너무 내색하지 않으려 애쓴다. 원초적 슬픔을 처음 겪다 보니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을 몰라서 이렇게 글을 쓴다.

-

아침을 먹고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아 커피 한잔을 내어놓고 나는 이 생생한 꿈속 소식을 오빠에게 문자로 전했다.

한국은 일요일 늦은 오후..

손가락으론 문자를 보내면서 눈물이 또 한가득 차오른다.

다시 또 절절하게 그리워지는 엄마.

핸드폰을 내려놓고 펑펑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커피 마시다가 갑자기 터진 울음에 딸과 남편이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한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휘둥그레 쳐다보는 두 부녀는 내 눈물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했으리라.


'엄마를 만났어.. 그게 너무 생생하고 반가웠는데..

너무... 보고 싶어,,


울음에 비어져 나오는 대답을 듣는 순간, 두 사람의 놀란 빛이 별스럽잖게 진정이 된다. 내 감정을 들켜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후련하기도 한 마음에 나는 한참 동안  창밖의 주황색 지붕들을 바라보며 마음의 잔상을 날려 보냈다.

나의 엄마.

꿈에서도 반갑게 안아주던 엄마.


보고 싶은 마음 이렇게라도 글로 풀어내는 나는 아직도 더디 크는 엄마 딸이다.


ⓒ h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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