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언니, 언니 하며 귀엽게 달려오던 그 미소가 귀여웠던 그 후배는 내 앞에서 지금 그 미소를 더 활짝 피우기는커녕 펑펑 울고 있다. 무뚝뚝하게 늘 남들을 대하던 나에게 너는 처음 다가와 먼저 인사를 해 주었다. 붙임성도 좋고 발표하는 것도 좋아해서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조별과제는 화기애애하게 잘 넘어갔다. 가장 좋았던 것은 아마도 네가 나서서 발표를 해준다고 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너는 세세하게 수록되어 있던 자료와 통계들을 내가 찾아낸 것이라며 공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았지.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사람이라는 것이 참 저렇게 밝고 예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네가 펑펑 우는 것을 나는 하나씩 관찰하고 있다. 너는 그만큼 상처에 취약하고 또 배신에 민감한 아이였겠구나. 나는 그것을 네가 우는 것을 통해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너보다 몇 년 더 살아본 나로서 나는 네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눈물은 숨기는 게 아니라 훔치는 거야"
그는 내게 그렇게 말했었다.
"숨기려고 하니까 흐끅흐끅 거리면서 깜짝깜짝 놀라는 거야."
그때는 내가 기르던 마하가 죽었을 때였지. 나는 늘 감정이라는 것이 낯설었다. 삶은 그저 평탄하게 흘러가는 망망대해처럼, 나는 그저 마하에게서 묻은 털을 떼어내고, 네가 마실 물과 밥을 갈아주며, 또 너를 품에 안고 노래를 들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런 나를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게 했던 사람. 그는 감정이라는 것을 다룰 줄 알았다.
"사람이 왜 눈물을 숨기려고 하는지 알아? 그것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야. 많이 사랑하면 원래 아픈 거야. 사랑했다는 사실도 분명하고, 또 네 곁을 사랑하던 이가 떠난 것도 분명하다면, 그 세계와 마음이 마찰하고 마찰 끝에서 슬픔이 나온다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니까. 우리는 사랑도 숨길 수 없고 세상도 변화시킬 수 없다면 말야,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우는 것뿐일 테니까."
너는 차분하게 나의 슬픔을 연역하고, 눈물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그것은 자상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짓궂은 것이었을까.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그러나 그것은 자상하다 말하기에도, 짓궂다고 말하기에도 말야, 우선은 너무나 사실이었던 거야. 그래서 내가 펑펑 울어버린 것은 나도, 그리고 그도 멈출 수 없었다.
- 그래서 나는 사실 많이 무서웠단다 - 왜냐하면 정말로 때때로 우리의 슬픔이 필연적인 거라면, 그래서 우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면, 앞으로 우리는 계속해서 괴로운 일을 맞이하게 되리라는 예견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똑똑한 말도, 짓궂은 말도 아니고 사실은 그저 사실이었던 거야. 우리는 세상에 긁히지 않으려 마음을 모질게 만들고 싶기도 하고, 또 떠난 것을 붙잡으려 노력하며 세상을 바꾸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는 그 마찰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고, 눈물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에 대한 하나의 부작용처럼 흘러내렸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를 부끄럽게 여겨서 그것들을 감춰야만 했던 거야.
그런 나를 그는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굵직하고 마디가 툭 튀어나온 그 엄지로 내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눈물은 그래서 숨기는 게 아니라, 훔치는 거라니까."
너는 그렇게 말하면서, 하나가 흐를 때마다 하나씩, 모두 자기 것이라고 말하면서 내 모든 눈물을 네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았지. - 자 이제 이것도 내 거야- , - 요것도 내 거야-, -이것도 다 내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모든 눈물들이 내 볼에 닿으려는 것을 막으려는 것 같았어.
"훔쳐진다면 이제 그것은 더 이상 네게 아냐."
그러나 너는 그런 내가 마침내 모든 눈물을 쥐어 짜낼 때까지 기다려줬어. 그리고 마침내 내가 울기를 멈추자, 편의점에서 생수랑 소금을 사 왔어.
"수분이랑 염분이 부족해서 그런 거면 이거 먹고 조금 더 해도 돼"
나는 그게 어이가 없어서 자존심 상하게 그저 웃어 버렸지. 나는 정말로 진지한데, 그것을 웃음으로 무마하려는 네가 미웠지만, 웃어버린 순간, 화를 내는 것이 더 민망해져 버렸고,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울지 못하게 되었던 거야. - 봤지 봤지, 숨기는 게 아니라 훔치는 거라니까-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너를 보면서, 적막해질 내 작은 방의 공허를 견뎌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던 것일까.
눈물은 숨기는 것이 아니고 훔쳐진다는 그 말장난. 그리고 네가 가지고 내게 달려오던 생수와 소금 같은 것들. 그런데 말야 - 나는 지금 울고 있는 저 아이에게 그 모든 것들을 호소력 있게 전달할 수가 없어. 너는 결국 사실을 말한 게 아니라, 네가 가지고 있는 그 기지로 내 기분을 좋게 해 주려 최선을 다했을 뿐이야. 그래서, 그저 내게 분명했던 것은, 많이 사랑했다는 사실과, 그것을 잃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곁에서 그저 슬픔만이 여전히 분명하다는 것뿐. 그래서 결국 눈물은 훔쳐지든 아니든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그것뿐.
그리고, 눈물을 참는 방법은 있어. 그 실력도 살아갈수록 늘어. 슬픔을 참을 수 없다 해도 말야, 눈물은 참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나는 이제는 알아. 그래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나던 그 날, 나는 울지 않았어. 그래서 너는 내 눈물을 훔치지도, 생수와 소금도 가져올 수 없었지. 그래서 나는 눈물을 그칠 수도 없었고, 그래서 그때 그날처럼 너는 나를 웃게 만들 수도 없었어. 미안하지만, 내 감정은 나의 것이고, 이제 너는 그것을 어떻게 할 권리가 없다고 믿었으니까. 그 대가로 나는 너를 잃었고, 그러면서도 내 슬픔을 지켜내었던 거야.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타인의 슬픔을 천천한 눈으로 바라본다. 밝게 웃던 사람의 울음 같은 것들이 잊고 있던 내 모든 것들을 되살리려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우는 천진한 아이에게 묻고 싶었다. 앞으로 네가 가야 할 그런 길은 너무도 길고 험난하고, 또 외로워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데, 그래서 종종 너무나 겁이 나는데, 더 슬플 수 있겠니. 떠난 사람이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도, 그러나 사랑했던 마음을 부정하지 않고서, 그 사이에 연역되는 슬픔이라는 것을 계속 안고 살아갈 수 있겠니- 그리 묻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서둘러 집어넣었다. 다 괜찮아질 거라란다- 그리 말했다. 나도 그런 날들이 있었고, 그러나 이제는 괜찮단다. 그렇게 말하며 늘 밝게 웃던 모습을 떠올리며, 명랑한 너는 나보다 훨씬 더 빨리 괜찮아져서는 강아지처럼 해맑게 웃게 될 것을 짐작하며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