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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하 Jan 18. 2019

내가 널 얼마나 싫어하냐면 말야 (1)

fiction : 타인의 일기 프로젝트

그는 말했다 : 

내가 너를 얼마나 싫어하냐면 말야, 아냐 아냐, 사실 나는 네가 하나도 싫지 않아. 다만, 네가 만약 버스에 치여 죽는다면, 그 버스를 운전할 것은 바로 나라는 거야. 아니, 사실 그것도 아냐, 그 버스 회사를 만들고, 그 버스를 제조한 것이 나야. 네가 언젠가 이 대중교통에 치어 뒈지지는 않을까 그 일념 하나로 어렸을 때부터 갖은 노력은 다 해서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서 한 기업의 대표가 되고, 사업을 문어발 식으로 확장해서 버스 회사와 제조 회사를 세우게 된 거지. 그래서 그 버스에 언젠가 네가 치어 죽지는 않을까, 그 일념 하나로 버스의 수를 대폭 늘리고, 도시 계획에도 시장과 함께 참여해서 대중교통 이용 캠페인을 벌일거야. 혹시 네가 야간에 일을 더 많이 하지는 않을까 생각해서 심야 버스를 운행하기도 했고, 해가 뜨고 지는 것과 관계없이 어디서 네가 버스에 치어 뒈지지는 않을까 그런 바람으로 회사를 운영했어. 

아니, 사실은 말야 그 버스 회사 사장의 아버지가 바로 나야. 나는 수많은 자식들을 낳아서, 그들이 커서 언젠가 너에게 가장 해로운 일을 해주지는 않을까 기원하며 수십만 명의 아들과 딸을 낳았어. 그러기 위해서 나는 인공적으로 아이를 잉태하는 장치를 이용해서 효율성을 높여야 했지. 나의 수많은 자식들은 사회 각계로 진출해서, 한 아이가 마침내 버스 회사를 차렸고, 그 버스회사에서 제조된 버스에 네가 치어 죽기를 바라면서. 

아니, 사실 그 인공 잉태 장치를 만든 것이 나야. 그 장치를 통해서 태어난 수많은 아이들이 언젠가 네 죽음에 개연적이기를 바라면서. 그리하여 더 이상 세상에 임신이 가지는 불이익은 사라졌고, 그렇게 태어난 인구 중 누군가가 너에게 해로운 짓을 하기를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기도했어.

그런 점에서 내가 너를 얼마나 싫어하냐면 말야, 나는 네가 죽을 만한 가장 개연성 없는 일을 죽을 때까지 반복할 수 있어. 그것은 이를테면 60억을 받기 위해 로또를 사는 게 아니라, 차라리 네 죽음을 위해서 로또를 사는 거지. 수천만 개중 하나의 확률로 네가 죽는 일이 있을 때, 그 제로에 가까운 확률을 위해서 그 무의미한 짓을 평생 동안 반복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지금 여기서 담배를 피우고 있어. 담배를 하도 많이 펴서, 폐암에 걸리면, 그 암이 네게 옮기를 바라. 암이라는 것이 옮는 게 아니라고? 그래서 내가 이 짓을 하는 거야. 그 가장 개연성 없는 짓을, 그저 나의 신념 하나만으로 하고 있는 거야. 

나는 그뿐만 아니라, 네 죽음을 위해서 숨도 쉬어.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서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운이 좋으면 지구온난화 때문에 네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게 내가 숨 쉬는 이유야 -

그는 농담이라면서 웃으며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가 나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겠지만, 절대로 나를 죽이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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