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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하 Jan 18. 2019

내가 널 얼마나 싫어하냐면 말야 (2)

fiction : 타인의 일기 프로젝트

그게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그는 그렇게 구체적으로 욕하는 것을 좋아했다. 거친 욕설 없이, 온 마음을 다해서 그런 방식으로 타인을 풍자하고 조롱했다. 숨 쉬는 것과 내 죽음 사이에 아주 미약한 개연성이 존재하기라도 한다면, 온 힘을 다해서 숨을 쉬겠다는 그 말은, 대단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면서도 사실은 아무 짓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그가 함께 걷던 날에 밤 하늘을 가리키며 했던 말과도 비슷했다. 그는 저 수많은 별들 중에, 하나를 가리키며 이제 저 별은 나의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한낱 말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허풍 떠는 것을 좋아했던 너는, 그 별에 주인은 아직 있었던 적이 없었으며, 원리적으로 주인 없는 것은 발견한 사람이 임자라는 근거를 들며 그 별은 이제 자기의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그 누구의 별도 아닌 그 자신의 별을, 너에게 양도한다. 그래서 이제 그 별은 나의 것이 되었다.


종종 그를 생각한다. 마지막에 나를 그렇게 싫어한다고 말하면서 떠났던 너의 마지막 말은 차라리 시적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온 마음을 다해서 싫어한다고 한들, 그것은 네가 내게 주었던 별 만큼이나 사실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숨을 쉬듯 미워하는 그 마음은, 들풀을 자라게 하지도 못하고, 식어버린 커피를 데우지도 못하며, 테레비의 채널을 바꾸지도 못할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너는 그렇게 말한 것이다. 아무리 미워한다고 해도, 그 미워하는 마음이라는 것이 내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든다. 그것은 어쩌면 너의 진정한 복수였을지도 모른다. 네가 나를 미워하는 마음이라는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었다면, 말로 사랑을 말하고, 별을 따다 준다고 말하던 너의 사랑 역시도, 실제로 존재하는 실물도 무엇도 아니었으므로, 결국 우리의 지난 사랑조차도 숨 쉬듯 미워하는 것과 같이, 그저 숨 쉬듯 사랑했던 것뿐이었다. 마지막으로 했던 너의 말은 우리 사랑에 대한 풍자였다.


바로 그때 그 무의미한 말이 효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너에 대한 내 미움이 무의미이듯, 우리의 지난 사랑도 무의미다. 너는 내가 준 사랑과 별과, 기억과 편지로 들풀을 자라게 하지도 못하고, 식어버린 커피를 데우지도 못하며, 테레비의 채널을 바꾸지도 못할 것이다 - 그리 말하는 것이다. 그 말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처럼 위장한 채로, 내 마음에 자그마한 흠집을 내려 하고 있다. 그것은 허무라는 형벌이다.


우리 지난 사랑의 풍자 같은 것들이 슬픈 이유는, 단지 그것이 풍자의 대상이 되어버렸을 정도로 이제 우리는 서로를 미워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있다. 결국 네가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소소한 슬픔을 안겨 주었듯이, 그저 말뿐으로, 저 하늘의 별은 이제 나의 것임을 선언했을 때, 내 계좌에 잔금이 변화되는 일은 없어도, 나는 분명히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밝게 웃었다. 그것이 무의미로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사랑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나의 복수다. 


나는 그만큼 네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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