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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신갱이 Sep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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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라지는 것들

가을 아침 날씨다.

내가 참 좋아하는 선선하고 바람에 흩날리는 계절.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시간이라는 말보다 세월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고, 사라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나이가 되었다.


지나온 시간 안에서 사라진 것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추억이 되어 남기도 했지만 실체가 없어진 것들도 많다.

나의 첫 번째 애완견 초롱이. 첫 번째  다마고치. 첫 번째 노란 삐삐. 첫 번째 플립 핸드폰. 첫 번째 디지털카메라. 등등..

처음 사랑했던 동물, 처음 사용했던 물건.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던 시간 속에서 각각에 의미들을 갖고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제주도 할머니.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아빠, 친구. 등등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떠나보냈고,  나의 시간 속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유년시절 친구들. 날 예뻐해 주던 동네언니와 오빠. 매일 잘 놀던 비디오 가게 옆집 남매. 꽃 이름을 가졌던 친구 등등 시간과 장소가 멀어지면서 자연스러운 헤어짐도 생겼다.


누군가의 시간 속에서 나도 사라졌을 거고, 사라질 것이라는 것.


씁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하기로 했다.

사라진다는 건 시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는 시간을 잘 받아들이고 지금의 모든 것들이 영원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시간을 잘 보내도록 지금 모든 순간, 모든 시간을 아름답게 가꾸면 된다.

그 시간들이 모여 아름다운 나의 세월을 채울 거고 언제일지 모를 그날이 아름다울 것이다.


 어느 책 문구처럼 낙엽은 어떻게 떨어질지를 걱정하지 않는다.


사라지는 것은  미리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다만, 떨어지는  그 순간이 예쁘도록 지금을 아름답게 보내야 한다.


낙엽은 떨어져 사라지면 튼튼한 나무의 밑거름이 될 거고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줄 거다.


나도 그런 낙엽의  사라짐이 되고 싶다.


20210928 일요일 가을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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