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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신갱이 Sep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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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빠

긴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은 뭔가 쓸쓸하다.

홀로 하늘을 마주하며 달리는 고속도로는 내 마음을 애잔하게 만든다.


20년 전 고등학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던 17세 소녀는 평생 무거운 슬픔을 심장 옆에 두었다.


이제는 덤덤해질 법도 한데.. 누군가에게는 미안한 일임을 알면서도 홀로 그리워하고 슬퍼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존재의 이유였고, 나의 첫사랑이며, 열렬한 나의 팬이자, 보디가드였던 아빠의 부재는 믿기 싫은 일이었다.


20년이란 시간이 무색하게도 아직도 선명한 아빠의 따뜻한 마음이 따뜻한 음성이 따뜻한 손길이 그립다.


나는 많이 아픈 딸이었다.

브런치를 빌려 나의 솔직한 이야기를 하자면,  이미 난 7살에 30살에 뼈 나이를 갖고 있었고, 지금은 노인의 뼈 나이를 갖고 있을 거다. 비타민D가 체내에 쌓이지 못하고 인이 부족한 나의 병은  불치병이었다.

죽음과 직결되진 않아도 자라면서 뼈가 약해 키가 많이 크지 못했고 평생 피로와 체력의 한계에 부딪혀야 하는 힘든 병을 가지고 있었고 가족 외에 그 누구에게도 이런 이야길 솔직하게 털어놓은 적이 없다.


남들보다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았지만, 나의 에너지는 남들보다 두배는 더 쓰고 있었기에 늘 저질체력을 달고 살았다.


아빠는 나의 보호자이자, 내가 지치고 포기하려는 모든 순간마다 할 수 있게 용기를 주고 응원해 주었던 유일하게 나의 성공을 확신했던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 이게 우리 아빠를 설명하는 단어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 절망적이었다. 발인식에서 울음과 아빠를 외치는 소리가 빗소리에 흘러 사람들 심장에 박혔다고 한다. 아빠를 잊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보는 사람마다 붙들고 아빠 이야길 하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뛰어나가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하염없이 울기도 했다.


입원해계셨던 아빠의 정신이 잠시 돌아왔을 때  나에게 했던 마지막일 줄 몰랐던 이야기.



 "꿋꿋하게 살아"



아빠의 마음을 다 이해는 못하겠지만,

아빠에게 아픈 손가락인 내가 혼자 남아 앞으로 살아갈 나날이 걱정이 되셨을 거고, 병상 침대에서 아빠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말을 내게 건네었다고 생각한다.


힘들 때마다 떠올렸고 아빠가 곁에 있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나는 내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했고  매사 자신감 있고 열정적인 사람이 되었다.


요즘 아빠가 자주 생각난다.

아마도 내 건강이 나이를 먹어가며 뼈도 아프고 더 체력이 떨어지는 게 확연히 보여서일 거다.


긴 연휴 중 하루! 딱 단 하루만이라도 아빠와 맛있는 걸 먹고 쇼핑하고 드라이브하고 하면 참 좋을 텐데.. 하늘이 맑고 이쁠수록 나에게 하늘은 곧 아빠라 더 그립고 슬프다.


지난 2년 정도 몸과 마음이 지쳐  깊은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다. 그때 나쁜 생각이 들 때마다 아빠를 떠올렸고 글을 쓰며 내 마음을 채워나갔다. 그렇게 곁에 계실 때도 없을 때도 나를 지켜주는 것 같다.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 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흐르는 대로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아빠를 그리워도 하고 슬퍼도 하고 할 생각이다.


그게 내가 내 삶에서 아빠를 잊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긴 연휴를 보내고 바쁜 일상을 지나 한가로운 여유를 부리다가 하늘을 보며 노래를 들으니 아빠 생각이 한가득이라 내 마음을 구름처럼 남겨본다.


난, 이제 괜찮지만 괜찮지가 않다.

난, 행복한데 슬프다.

그래도

난. 괜찮다.


20210925  어느 주말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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