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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샤 Apr 07. 2021

나의 장르는 밤벌레

맴맴


  고백이 필요해요. 이 시는 나의 폰 저 어두운 구석에서 꺼낼까 말까 고민이 많았어요. '맴맴'의 주어가 되는 곤충은, 우리와 친하지 않은 소재거든요. 사계절의 한 때만 왕성하고 시끄럽고 어찌 보면 징그럽고, 어디 하나 친숙한 데가 없어요. 그러나 저는 결국, 꺼내기로 결정했어요. 이 곤충 역시 제 삶의 한 부분이거든요. 제 밤의 주인인 불면, 그 여름밤 불면의 배경음악이거든요. 그 배경음악을 바탕으로 쓴 시거든요. 사실 우리 모두는 이 소리를 거치지 않고 여름을 날 수 없거든요. 다가올 이번 여름에도 피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거든요. 그래서 그 곤충만큼이나 맹랑하게 세상으로 꺼내게 되었어요.





  여름밤의 불면은 유난히 독성이 강해요. 여름밤을 채우는 모든 요소가, 보통의 불면을 완벽한 불면으로 만드는 강한 힘을 갖고 있어요. 습습한 공기, 맥주를 마시고 떠드는 사람들의 고함 소리,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 피곤한 몸을 씻겨주는 늦은 샤워기 소리. 그중에서도 가장 힘이 센 소리는, 맴맴맴맴맴맴매앰매앰 소리예요. 정말 끊이지 않아요. 게다가 데시벨도 높아요. 자기 앞에 놓인 생의 전부인 일주일 열심히 살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내는 소리라지만, 불면의 완성을 지나쳤음에도 멈추지 않아요. 생존의 본능인 짝짓기, 그들의 짝짓기를 응원하다가 이내 지쳐 버리요. 구애가 끝이 났으려나, 서로 맘에 드는 짝을 찾았으려나, 왜 하필 이 밤에 이럴까, 하긴 짝을 찾아 후손을 남기기엔 밤이 적당한 시간이긴 하지. 조금 용서가 되는 듯도 하다가 내 마음을 알아차린 듯이 더욱 용맹하게 울어대기 시작해요. 제발, 잠 좀 자게 해 줘. 


  낮에도 맴맴맴맴 들리긴 해요. 그러나 일상의 소음이 잦아든 밤의 시간에 그들의 맹랑함은 더욱 요란스러워져요. 오늘 밤도 잘 자긴 틀렸어요. 잠을 포기한 마음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해요. 7년의 시간을 땅에서 보낸 암흙의 이야기, 벗어내며 자라고 또 벗어내고 자라난 성장의 이야기, 인내와 끈기의 현신인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생(生)이 갖는 숙연함에 조금 엄숙해지기도 해요. 아직 내 이야기 끝나지 않았어, 집중하라고! 맴맴매애애애앰매애애애애애. 여름의 종말 이전에 자신의 종말을 먼저 불러들여야 하는 생의 서글픔, 그 서글픔을 밀어내기 위해 자신의 구원을 찾아 쉬지 않고 날개를 비벼야 하는 노곤함. 

  아, 너의 일주일의 생을 듣기 위해 나는 잠들 수가 없는 거구나. 아니, 7일이 아니었어. 이 여름을 위해 7년 전부터 기다린 너의 인고의 시간을 이 밤에 새기는 거였어. 나는 그 가엽고 서러운 생의 증인이 되어야만 했어요. 


  사실 그 곤충에 대해서만일까요. 불면으로 가득 찬 밤은, 나의 지금과 내 옆에서 코를 고는 이와 또 다른 옆에서 입을 벌리고 솟아나는 어금니를 자랑하는 작은 이, 모든 이에게 증인이 되는 시간이에요. 삶의 순간, 생의 찰나가 모여 일상이 되고 인생이 되는 것에 대해 깨달으라고, 부러우리만치 긴 너의 인생의 순간을 소중히 하라고 저 작은 곤충은 울고 있는 것이었어요. 이 깨달음이 무르익기 전에 맴매앰 소리의 주인은 사라지게 되네요. 생의 허무함이란. 

  그래도 다행이에요, 다가올 여름의 불면을 책임져줄 다른 밤벌레가 지금 땅 속에서 허물을 벗고 있으니까요. 그 존재를 맞이하는 순간 내 여름은 다시 시작돼요. 늘 같은 모습의 여름이지만 단 한 번도 새롭지 않은 적이 없었던 여름, 그 순간의 문을 열어줄 밤벌레를 기다리며 천천히 봄을 보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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