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 돼.
데이비드 오어의 재미있는 보고에 따르면, 어떤 임의의 X에 대해 '나는 X를 좋아한다(like)와 '나는 X를 사랑한다(love)'의 구글 검색 결과를 비교해 보면, 대체로 '좋아한다'가 '사랑한다'보다 더 많다고 한다.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는 '나는 음악을 사랑한다'에 비해 세 배나 많다는 것. X의 자리에 '영화', '미국', '맥주' 등등을 넣어도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이상하게도 '시'(poetry)만은 결과가 반대여서 시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두 배 더 많다고 한다. 왜일까? 나로 하여금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훌륭한 시를 읽을 때, 나는 바로 그런 기분이 된다.
신형철 평론가(2017.01.06, 한겨레,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