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평범하지만 너무나도 갈구하여 메말라버린
저는 애셋 엄마입니다. 거의 비슷한 매일을 살아내고 있고, 그러다 보니 크게 욕심내야 할 것이 없습니다. 가방이나 액세서리 같은 사치품에는 관심이 전혀 없습니다. 미용실을 가거나 피부나 손톱 관리를 받거나 시술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도 없습니다. 물론 외모를 꾸미고 관리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식자재와 아이들 간식을 사고 기저귀와 물티슈를 사고 필요한 육아용품을 사는 것이 제 소비의 주를 이룹니다. 도대체가 욕심낼 것이 없는 일상입니다.
이런 제가 딱 하나, 정말 마음 가득 욕심부리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나만의 시간'입니다. 이것만은 챙겨서 불리고 싶습니다. 2015년 첫 아이를 낳고 저에게 제 시간은 0이 되었습니다. 그런 상태로 둘째를 낳고 셋째를 낳았습니다. 나만의 시간 같은 건, 문자 그대로 '욕심'이 되었습니다. 제 일상은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일을 하는 것으로 가득 차 버렸습니다. 정말 욕심내지 않는 이상 나의 것이 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돈으로 살 수도 없는 것입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라면야 열심히 저축해서 사면 그만이지요. '나만의 시간' 이건 도대체 어찌해야 가질 수 있을까요. 어찌해야 내 것이 될 수 있을까요. 쉽지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왜 굳이 '나만의 시간'을 욕심내는 것일까요. 저 역시 궁금해졌어요, 나는 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한가, 가능한 한 많이. 금방 답이 떠오르더라고요. '책'과 '글쓰기'였습니다. 나만의 시간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까짓 책이랑 글이 뭐라고 그러냐 하실 분이 계시겠지요. 그러게요. 그깟 책과 글이 뭐길래 이렇게나 욕심내는 걸까요.
저는 책에서, 친구를 만납니다. 이렇게 겨우 일상을 살아내는 나 같은 이가 또 있다는 것을 책에서 느낍니다. 책 친구는 쓰담 쓰담해줍니다. 격려가 필요할 땐 힘내라 해주고, 공감이 필요할 땐 힘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해줍니다.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위안을 책이 느끼게 해 줍니다. 저, 위로가 필요한가 봐요.
그 위로의 다른 방법이 '글쓰기'입니다. 글을 쓰면서 내 안의 것들을 늘어놓아 봅니다. 대부분은 상처 받은 것들, 어쩔 줄 몰라 쌓아 둔 것들, 다 울지 못해 마르지 않은 눈물들입니다. 물론 기쁘고 좋았던 것들을 늘어놓으며 다시 그 감정들이 떠올라 행복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것들은 위로가 필요한 것이기에, 글을 쓰면서 내가 나의 속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내가 이만큼 아팠구나, 이만큼 더 울었어야 했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니. 신기하게도, 내가 쓴 글이 나를 들여다보며 위로를 해주더라고요. 책은 책 자체가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라면, 글은 '나'를 '나'의 친구로 만들어 줍니다. 그렇더군요, 내가 나를 어루만지는 '나만의 시간', 이 것을 욕심내고 싶습니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 갈망해오기만 해서 내 안에서 말라버린 내 욕심의 대상입니다.
역시, 작정하고 욕심냈더니 갖게 되는 것일까요. 바로 지금, 가족이 모두 잠든 이 시간 이렇게 활자를 나열하여 내 마음을 꺼내어보고 있습니다. 갖고 싶은 것은 욕심부려야 하는 게 맞나 봅니다. 잠을 줄여 만든 '나만의 시간', 조금은 피로하지만 그 피로보다 몇 곱절 더 큰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하아,
더 욕심냈다간 내일이 위험해질 것 같아요. 글쓰기 시간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책을 한두장만 읽고 자야겠어요. 욕심내어 갖게 된 귀중한 시간이니까요.
- 마을 문집 주제 글쓰기, 주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