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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샤 Oct 13. 2020

브런치와 남편의 공통점

브런치 한 달 사용?! 후기

한 달 전 오늘, 그러니까 9월 12일 브런치에 첫 글을 발행했다. 찌질한 브런치 입성 후기이다. 최대한 찌질하게 쓰고 싶었다. 정말 찌질하게 입성했으니까. 그래도 발행하던 그 마음만큼은 너무나도 상쾌했다, 브런치 작가로서 존재감 알리는 첫 순간이었으니까.

https://brunch.co.kr/@1kmhkmh1/14


그리고 딱 한 달이 흘렀다. 24건의 글을 발행했고, 적잖은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교류하였으며 44명의 구독자님들이 함께 하고 있다.(그렇다, 구독자 '님'들인 것이다. 귀하고 귀하신 분들!)


간략하게 표현하면, 나는 인생 3막을 살고 있다. 1막은 탄생, 2막은 출산 후 엄마로서의 삶, 인생 3막 브런치와 함께하는 삶. 이전의 삶에 있어 글들은, 휘갈기는 정도였다고 할까. 블로그의 막 토해낸 듯한 글. 토사물 같은 글들을 남겼다. 써두고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감정의 토사물이었다. 그래도 글이었고, 나에게 지극히도 필요한 공간이자 작업이었다. 그러나 브런치는 문자 그대로 '글'을 위한 공간이다. 내가 쓰는 것 역시 부족하지만 어쨌든 '글'이고, 다른 작가님들의 멋진 글을 보고 나 역시 그분들께 '글'을 남긴다. 내 글에 다른 분들이 남긴 '글'을 보며 글이 주는 공감과 위로를 함께 한다. 나의 한 달 이전에는 없었던 삶이다. 브런치는 나에게 실로 새로운 삶을 선물했다.

그렇다면 나의 글 인생에 있어서는? 더 간략하게 표현할 수 있다. 브런치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으로 나뉜다. 브런치 이전의 나의 삶에 있어서 글쓰기는 '뜬구름' 같았다. 눈에 보이지만 잡을 순 없었다. 나에게 글쓰기는 '언젠간...'이었다. 그 언젠간, 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날엔 좀 많이 먹먹해지곤 했다. 그러다 브런치를 만나 글을 쓰게 된 것이다. 매일이 새롭다. 새삼 글감들이 퐁퐁 솟아오른다.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나날의 연속이다. 나는 요즘, 아이 셋을 키우고 글도 키우며 내 안의 새롭게 태어난 '글 쓰는 이'도 함께 키우는 중이다. 


 



9월 말 어느 날, 아이 어린이집 하원 준비하다가 브런치 알람이 떴다. 내 글의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홧???????????????????????????????

그러더니 바로 2000을 돌파했습니다!

폰이 고장 났나

3000을 돌파했습니다!

정신 차릴 시간 좀 줘

어린이집 하원이고 뭐고, 4000을 돌파했습니다! 아 제발, 그만. 왓 해픈.

급 검색해 보니, 결론은 다음 메인이었다.

아 왜 하필이면 막쓴 글......... 을.......... 브런치 미워


https://brunch.co.kr/@1kmhkmh1/20

그 날 결국 이 글은 조회수 60000을 찍고 마감했다. 그러고 며칠을 더 그러더니 결국은 인기글 자리 잡고는 시즌 아웃했다.

그 와중에 1위 못해서 아쉽습니다. 아쉽지만 인성에 문제는 없습니다.


물론 조회수가 라이킷이나 구독으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브런치 파워에 기선제압은 제대로 당했다. 이럴 거니까 앞으로 글들 제대로 써!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브런치가 두려워지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5일 뒤, 정말 드라마처럼 아침 세수하는 중에 코에서 빨간 물이 주. 르. 룩. 흘렀다. 어라 피! 나 코피 났어! 얼마만이지? 석사 논문 이후 같아, 7년 정도 되었나........ 역시, 글을 쓸 땐 피 좀 봐야 하는 거군.

브런치 메인에 뜨고 글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나름의 '즐거운' 압박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브런치 시작한 이후로 가족이 모두 잠들길 기다려 거의 매일 2시 정도까지 글을 쓰고 읽었다. 그 와중에 아이는 깨서 재우고 또 재웠다. 수면의 질이 바닥을 쳤다, 아니 바닥을 뚫고 더 안 좋아졌다. 눈은 퀭하고 지갑은 자주 냉장고에 넣었다. 아이 기저귀를 갈고 나서 1분 후에 또 갈았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남편의 코 고는 소리, 아이들의 색색 자는 소리가 들리면 정신이 말짱해졌다. 그런 나날을 지내었더니 몸이 STOP 시그널을 보내왔다. 그 후 3일을 브런치를 쉬어 보았다. 낮 정신은 조금 똘망해졌으나, 글을 쓰는 정신이 몽롱해졌다. 다시 밤을 기다리는 나날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12시가 훌쩍 넘었으니 13일이 되었다, 너무나도 똘망하다!



브런치가 좋다, 그런데 두렵다.

좋은데 두렵다니. 이럴 수가. 남편이다!

(그래요, 저 잡혀 사는 여자예요.)

그러고 보니, 브런치와 남편이 은근 공통점이 많다.


거리를 좀 두고 싶은데, 거리 두면 자꾸 신경 쓰인다.(거리 두면, 뭔가 궁금해진다.)

거리를 좀 두고 나면 의외로 사이가 좀 더 좋아지기도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어떤 식으로든 자꾸 떠오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아이들 재우고 하고 싶다.(주로 아이들 이야기가 하고 싶다.)

나에게 자꾸 쓴소리 한다.(좋은 글 쓰라고, 정신 차리라고!)

나를 피곤하게 하는데, 나를 위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돼 함부로 짜증 낼 수도 없다.

코 고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남편의 휴식이, 브런치 글쓰기(내 마음의 휴식)가.

애증의 대상이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젠 어쩔 수 없다. 서로 지지고 볶으며 평생 안고 가는 수밖에!





(브런치 신입 초짜의 미천한 글 와서 읽고 라이킷 눌러주시고 매거진, 브런치 구독해주시고 시간내어 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 사...사랑...아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굳이 다음 메인에 띄워주신 브런치 팀인지 알고리즘인지 대놓고 고맙습니다. 평생 안고 간다고 했으니 죽기 전에 브런치 메인에도 뜨는 날이 한 번은 오겠지요. 그럼 부푼 기대 안고 자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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