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적 사고가 행정을 가로막는 순간
코로나가 끝나가던 어느 명절, 저는 가족과 함께 그 다리를 건너며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톨게이트의 하이패스 차로에는 차량이 길게 줄지어 있었는데, 옆의 현금차로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금차로에서도 하이패스 카드를 꺼내 태그하면 결제가 가능했는데,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하이패스는 하이패스 차로에서만 써야 한다’는 관습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날 명절이라 통행료 자체가 무료였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그 줄은 0원을 내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는 줄이었던 셈입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교통의 풍경을 넘어, 우리가 조직에서 일하는 방식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원래 하던 대로”라는 이유만으로 비효율적 관행을 반복합니다.
효율적이거나 합리적인지를 따져보지 않고, 앞사람이 만든 줄에 서 있는 것이 더 안전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비어 있는 차로를 선택하는 이들을 촌스럽거나 엉뚱하다며 비웃기까지 합니다.
공공계약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액은 계약이 아니다”, “수의계약은 무조건 소규모에만 적용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행정을 지배합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청약과 승낙이 합치하면 금액과 관계없이 계약이 성립합니다.
관습적 해석 때문에 절차를 잘못 적용하거나,
필요 없는 단계를 밟으면서 업무는 더 복잡해지고 감사 지적의 빌미를 제공합니다.
일산대교에서처럼 비어 있는 차로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익숙함에 대한 안도감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공계약의 본질은 관습이 아니라 법적 절차와 합리성에 있습니다.
“앞사람이 그렇게 해왔다”는 이유만으로 줄을 서는 대신,
담당자가 제도의 본질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는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공공계약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약속입니다.
그만큼 효율적이고 정밀해야 합니다.
관습은 안전해 보이지만, 때로는 무의미한 것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게 만듭니다.
“단지, 앞사람이 만든 줄에 서 있을지, 자신에게 원론적 질문을 할것인지”
그것이 행정의 수준을 가르는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