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km 다 걸었다!
순례길 7일 차쯤인가,,
꼭두새벽부터 부지런히 준비하고 알베르게를 나섰다.
그렇게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걷다가 전날과는 사뭇 다른
동네를 구석구석 느끼면서 걷다가 모퉁이를 돌자마자
나오는 한 건물 벽면에 걸린 커다란 노란 화살표가
갑자기 눈이 느낌표가 되면서 무언가가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순례길을 걸으면서
목표를 쫓지 않고 과정을 즐기자
주변을 둘러보고 여유를 느끼자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를 느꼈고, 느낀 대로 걸으니
순례길이 힘들기도 했지만
보람차고 재밌고 순간순간이 소중했다.
특히나 순례길 내내 보였던 노란 화살표가
걷는 내내 내 마음에 무언가를 던져주는 것 같았는데
모퉁이 돌자마자 만난 건물 외벽의 노란 화살표가
그 답을 딱 알려주었다.
화살표만 따라가면 되는 이 길도 힘든데
화살표 없는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고난과 역경이 있을까 하면서도
그럼에도 계속 걸어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옆에서 함께 웃고, 응원하고, 같은 추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인생의 노란 화살표를 잘 설정해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 보자!
라는 깨달음을 얻으면서
무언갈 얻으려고 걸었던 순례길이 아니었음에도
진짜 중요한 걸 얻어가는 순례길이 되었다.
도착지점인 Santiago de Compostela 성당에
가까워질수록 성당을 마주하면 어떤 기분일까?
신날지, 감격스러울지 기대하고 두근거렸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니 눈물겹다거나
환호를 지른다거나의 큰 감흥은 없었다.
그냥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이제 더 이상 발목 테이핑을 안 해도 되고
7kg의 가방을 메지 않아도 됨에
속이 다 후련했다.
그렇게 나의 순례길은 260km를 걷고서야
끝이 났다.
호기롭게 시작한 순례길에서
좌절과 화를 느끼고
아름다움, 즐거움, 새로움을 느끼면서
오랜만에 다양한 감정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애써 외면하던, 애써 끄집어내던 감정들 또한
솔직하게 대면할 수 있었다.
내 인생의 노란 화살표는 아직 도착지점까지
세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나를 믿고 내가 세운 화살표를 따라
넘어지고 무너지더라도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다시 일어나
꿋꿋하게 열심히 걸어갈 것이다!
순례길 초반에는 “절대 다시는 안 와!”라고 했지만
지금까지도 순례길을 떠올리며
‘언젠간 다시 걸어야지’하면서 그리워하는 중이다.
모두들 BUEN CAM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