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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길 소확경

- 소소하지만 확실한 경험

by 일공이

순례자길을 걸으면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했는데


앞서 자세하게 소개하지 못했던 소소한 것들을 나누려고 한다.




#1. 내 다리 내놔


순례길 첫째 날 호기롭게 33km를 걷고

숙소에 오니 하루종일 내 왼편에서 내리쬔 햇빛 덕에

왼쪽 다리가 햇빛에 죄다 타버렸다.

확실하게 전체적으로 탔으면 태닝 한 셈 치는데

이건 원,, 무릎보호대, 바이커쇼프츠, 목양말 경계대로 타버려서 내 왼쪽 다리는 어디 내놓기 흉하게 됐다.

그래도 나는 이 또한 순례길의 훈장이지! 생각하며

굴하지 않고 열심히 걸었댔지.


*** 경험으로 느낀 점

:선크림 열심히 발라야지 / 탄 후에 알로에 마사지 잘해줘야지


#2. 순례길에서 먹는 라면이란


한 번은 잡은 알베르게가 언덕 위에 있는 산타마리아 성당이라는 곳이었고 배달은 고사하고

근처 식당을 가려면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매표는 오후 5시까지,, 너무 힘든 하루였어서

현지 음식보다 매콤하고 후루룩 할 수 있는 음식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숙소 가기 전에 있는 마트에서

쌀 조그마한 거 한 봉지 사고, 이고 지고 가져온

라면을 끓여 먹었다.

공용 식당에 사람이 다 빠지길 기다린 후

밥을 안치고 라면을 끓이니 사람들이

무슨 음식이냐고 묻는다.

밥 짓는 방법과 라면을 소개하고

후루룩,, 그래 이맛이지 고된 육체적 노동 후엔

역시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야 든든~한 느낌이 든다.


*** 경험으로 느낀 점

: 불닭볶음면 소스는 앞으로 해외 출국 시 필수 품이다.

: 라면은 그래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그래도 귀하다.


#3. 기차 이슈


넷째 날인가 언니가 언덕에서

발목을 접질리면서 다쳤다.

그래서 그날은 거리 수를 줄이고

불가피하게 기차를 탔다.

기차를 타자고 했을 때 사실 자존심이 상했다.

이왕 걸으러 온 거 처음부터 빠지지 말고 걸어야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특히 무거운 짐을 들고

앞으로 며칠은 더 걸어야 하는데

발목에 더 이상 무리가 가면 안 된다고 판단해

기차를 탔다.

누군가 인간은 간사하다고 했던가.

기차를 타니 너무 편안했다. 노곤노곤했고

걸어서 5시간 걸려 갈 길을 기차를 타니

40분 만에 갔다.

무거운 짐을 들고 계속 걷지 않아도 되고

편안하게 앉아서 간다니 다음날도

기차를 타고 싶었지만

우리가 기차를 타지 않고 예정대로

걸어가게 되었다면 또 다른 풍경을 보고,

새로운 걸 느꼈을 수도 있었을 테니

기차는 이번 한 번으로 만족하고

내일부터 다시 부상 방지 꼼꼼히 하고 걷기로 했다.


*** 경험으로 느낀 점

: 대중교통은 참 편하다.


#4. 동키서비스


동키 서비스는 순례자들의 짐을 다음 알베르게로

미리 전달해 주는 러기지 서비스다.

퍼붓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오는 비와 부상 이슈,

한 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보자!

하는 마음이 합쳐져

하루는 동키 서비스를 신청했다.

묵었던 숙소 호스트에게

동키 서비스 신청 방법을 물으니

이웃까지 동원해 어떻게든

동키 이용하게 해 주려던

친절한 호스트,, 잘 지내시나요?

암튼 덕분에 동키 무사히 신청하고

다음 날 정말 가벼운 발걸음으로

열심히 순례길을 걸었다.

하지만 가방이 없으니 허전한 마음도 있었다.

뭔가 그냥 동네 산책하는 기분이랄까?

순례길을 걷는 이 기분이 가방 하나로

동네 산책하는 기분이 되다니!


*** 경험으로 느낀 점

: 짐은 다다익선일까? 과유불급일까?

: 그래도 오래간만에 어깨가 편해서 날아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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