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

by 정일원
photographed by @ Sunha Ihn


온정

깡똥한 목에는
손때 묻은 목도리
똬리를 틀고

한철 사는 사람은
난생처음 따뜻한 마음씨에
어리둥절하다

대개는 며칠 못 가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고
내동댕이 십상이거늘

이 친구는 하루마다
군밤모자며 벙어리장갑이며
치장이 늘더니
이제는 나보다 잘생긴
오뚝한 코까지 달았다

오랜만에
부서지는 것 대신
녹아내리는 광경을
볼 수 있겠구나

함께 굴릴수록 뭉칠수록
불어나는 게 어디
눈덩이뿐이겠냐마는

정말로 오래간만에
온정(溫情)이라는 것이
하얗게
세상에 내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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