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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원 Nov 30. 2018

일(日)

일(日) / 정일원

억세진 수염의 따끔함에
청춘은 죄의식에 젖어
늘어진 선잠을 종료한다

사흘은 족히 자라야 하는 수북함이니
내일이면 날짜란 놈은 눈치도 모르고
발랄한 파란색 옷으로 꽃단장을 할 터다

허나 청춘은 대수롭지 않다
사실 하루하루가 파란(波瀾),
아니 빨간색이나 다름없기에

이름부터 발랄하기 그지없는
푸를 청, 봄 춘(혹은 '움직일 준')은
단지 검은색 양복을
검은 날에 입고 싶을 뿐이었고
지금도 그 마음엔 한치의 변함이 없다

억세진 수염의 따끈함에
늘어난 단잠이 깨는 때가
파랗고 빨간 날이기를
청춘은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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